성배 전설과 개안의 주제
문학의 영원한 주제 중의 하나인 “추구의 주제”는 아울러 모든 문학작품 속에 고루
편재(omnipresent)되어있기도 하다.
중세의 기사들이 성배를 좇아서 사방을 돌아다닌 전설에서 이 주제는 주지하다시피
성배주제(holy grail theme)라는 이름도 얻는다.
하긴 어찌 중세의 기사들에게만 이런 성향이 편재(偏在)하랴.
이번 소설동인 3집에도 이런 경향은 유난하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딜쿠샤”와 “실종”이
아닌가 한다. “딜쿠샤”는 우리 모두의 이어도이기도 하고 “실종”의 현장은 북구 전설의
발할라이거나 마의태자와 홍길동이 사라진 봉래산 골짜기인지도 모른다.
추구의 주제가 목표물을 궁극적으로 포획하는 과정의 묘사가 아닌 것은 물론이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 이 주제의 이야기는 성공사례가 아니라 실패담이어야 한다.
우리 인생의 과정이 목표치에 이르기에는 항상 태부족한 현상처럼---.
하긴 “독사모”에서 주인공은 마침내 연하의 연인과 한 몸이 되면서 이 목표가 달성되는 듯도
하지만 그 과정에는 평생을 사로잡는 미망과 마침내 독도의 돌바닥에 추락하여 큰 부상을 입는
희생이 전제가 된다.
이번 작품에는 또 개안과 통과제의(initiation)의 주제도 눈에 띈다. 이 역시 대부분의 문학작품
에 편재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번 소설집의 대표 제목이자 통론이기도 한 “파도의 독법”,
“그곳에 꿈--”, “무쇠방망이”, “재생”, “우산”, “Garden” 등이 광의로는 모두 그러하지 않을까.
요즘 소설문학의 실종 사태에 따른 극약처방들이 대증요법으로 나오고 있는 중에 “매우 짧은
단편” 쓰기 혹은 찾기가 대망된다. 일리가 있는 현상인가 한다.
신우정 소설가의 모색이 이런 관점에서 눈에 띈다. 일본에서는 엽편 소설이라고도 하고
꽁트라는 일종의 하위 장르로도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논의되고
추구되는 현상은 이와도 약간 다른, 초단편(extremely short story)이라는 새 이름이 생경
하지만 더 걸 맞는, 그런 어떤 모색이라고나 할까.
이번 동인집에는 이런 문제작들이 많이 있어서 즐거운데, 실린 글 전체 중에서 가장 압권이자
백미는 새로 회장으로 취임한 김용섭 소설가의 권두 서문이 아닌가한다.
실린 작품의 경향성과 나아갈 바를 직시, 제시한 글을 여기서 무어라 다시 부연하거나
재단한다는 것은 주제 넘는 불경일 따름이다.
<끝; 청담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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