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자화상
자화상은 스스로 그린 초상일진데 “(그려)받은 자화상”이란 좀 비문이다.
하지만 현대시인협회의 이사장직을 내려놓고 방금 명예이사장이 된 외우 김용언
시인이 그려 보내준 글 한 꼭지는 살갑기 그지없어서 사뭇 내 자화상이다. 또한
그리 되기를 바라는 당부의 말씀 같기도 하다.
소생에 관한 부분은 글의 후반부이지만 전반부부터 맥락이 닿는다.
원래의 글제는 「사막과 꽃다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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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기 때문에, 가끔 마음속에 바람이 스며들 때가 있다.
아무리 강한 척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걷는 남자일지라도 바람이 불면 침묵
하거나 방황을 하게 마련이다.
나는 마음이 조금 여린 편이라 바람 부는 날에는 말을 삼가거나 여행을 따나는
편이다.
그것도 대부분 사막여행이다.
사막여행 중에는 일반 사람들이 만나기 어려운 풍경을 접하기도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할 때가 많다. 그런 스릴과 전율을 홀로 느낀다는 것은 바람을 지우는
처방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를 제외한 세계의 사막을 거의다
횡단한 편이 된다.
어찌 생각해보면 오늘 이런 글을 쓰면서 살아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사막에는 물이 없지만 어딘가에 내린 폭우로 인해 익사할 뻔한 적도 있고, 큰
강물로 흐르던 물이 순식간에 모래 속으로 사라지는 풍경을 볼 때도 있었다.
그 순간 꽃을 피웠다가 열매를 맺는 꽃들을 볼 때도 있다.
존재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空즉 色이요, 色즉 空이라는 부처의 말씀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사막여행을 즐기다 보니 사막에 관한 시를 많이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그 시가
쌓여 세 권의 시집을 엮었다. 어느새 반갑지도 않은 "사막의 시인"이라는 별칠이
붙기도 한 것이다.
이제는 힘에 벅차 사막 여행을 삼가는 편이다. 그러나 그 마력이 나를 덮칠
때는 4륜구동 지프차를 이용하거나 당나귀를 타고 사막을 찾을 때도 종종 있다.
사막여행 얘기를 하다 보니 말이 옆길로 샌 듯하다.
사막여행과 무관하지는 않기에 꽃다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서초문인협회 회장직을 맏고 있는 김유조 작가가 있다.
키가 멀쑥하게 크면서 손발이 크고 근엄하게 생겨 쉽게 접근하기 두려운 외모다.
남자답게 생겼다는 표현이 그럴듯하지만 어쨌든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인다.
김 회장을 서초문협 회원의 축하 행사 때 꼭 만나게 된다.
거구의 체구에 큼직한 손, 그 손에 들려 있는 꽃다발은 작은 꽃다발이 아닌데도
워낙 체구가 커서 어린아이들이 말하는 코끼리 비스킷이라는 말이 상기될 정도다.
거구의 체구에 들려 있던 꽃다발은 서초문협회원에게 전달하는 건네는 말은
고작 다섯 마디다.
"축하 합니다"
웃는 둥 마는듯한 표정으로 건네주는 꽃다발은 사막의 허공 같은 하늘을 날고
있는 새를 만난 기분이다.
새는 수리일 때도 있고, 까마귀일때도 있지만 나는 그 새를 그냥, 사랑새 혹은
생명새라는 평범한 이름을 붙혀주곤 했다.
사막의 광활함 속에서, 항상 허공 같이 보이는 하늘에 새가 난다는 것은 숲과
인가가 멀지 않다는 신호였다. 오아시스가 멀지 않다는 약속 이었다.
김유조 회장의 꽃다발 전달은 사막의 허공에서 발견한 새를 보는 느낌이다.
사막 같은 우리 현실, 문명의 발달로 인해 상실되어 가는 고향, 그런 삭막함에
김유조 회장이 먼 길 마다 않고 회원을 챙겨주는 진심은 꽃이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인 것이다.
사막과 꽃다발을 연관할 수 있는 상상력이 모든 사람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늘 사막의 밤과 낮의 기온차이처럼 연일 기록적인 한파가 연속되는
아침에 창문을 열지 않고도 먼 발치에 피어난 꽃밭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진심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 사막과 꽃다발을 연상 할 수 있는 상상력이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겨울 아침에 글 한 꼭지 카페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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