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액자에 든 부채'
벽에 걸린 무지개의 일탈
접부채 활짝 펼친 서슬에도
네모 공간에는 고요만 일렁이고
매난국죽 맹호출림도
펼부채 표정에서 고즈넉할 뿐
꼭 부쳐야만 바람이 일랴
선비같은 묵언의 내 합죽선
부채살 손사래만 쳐도
더위는 저만치에서
멈칫한다
시 승강장 앞에서
문득 놀란 시늉을 한다
내 시가 씌어진
지하철 투명 문 앞
우연은 아니고
귀 띔 받아 몇 차례 보러왔다
시집을 낼 때 보다
더 떨리는 가슴
시란 밀실에서 형성되어
광장을 지향한다더니
매일 드나든 승강장 문이
투명한 줄도 처음 느꼈다
모쪼록 하루하루가
투명한 깨달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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