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심우장 가는 길 (샘텨 문학 2021년 한용운 특집)
마음 답답한 날은
심우장 오르던 길을
되새긴다
저 기억의 꼬불꼬불 힘든 언덕길
선종 깨달음의 경로처럼
소를 찾아 떠나는 협로
삶이 그렇듯 어찌 넓고 곧기만 하랴
옛 총독부를 뒤로하고 앉은
팔작지붕 민도리 일자 집은
대선승의 항일 독립의지의 표상일진데
거기 닿는 비좁고 가파른 길을 예지한 데에는
수행의 깊은 뜻 서려
십년 기거의 마지막 흔적은
오도송悟道頌 친필에 담아 벽에 걸고
손수 심은 마당의 향나무도
이제 백년을 헤아리는데
모진 속세의 인연이련가
일본 대사관이 저 아래 건너편에 다시 따라와 앉아있고
부자 동네가 된 성북동 고대광실들
그 한켠에는 아직도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집
더 위쪽으로는 북정 마을
하늘 아래 마지막 달동네
사바세계의 잡사 얽힌 풍경
북향이라 어두운 듯 슬픈 듯이
내려다보고 있는 심우장은
남향 뒤 곁 산에서 내려 온 햇살 불심삼아
네 칸 방 환히 밝히면서
허위단심 올라온 중생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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