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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스퀘어의 카운트 다운 전후

원평재 2006. 1. 2. 03:51

 

(왼 쪽 야후와 버드와이저 광고가 있는 건물 위에서 카운트 다운과 함께 빅볼, 드럽볼이---.)

 

 

 

 

         (카운트 다운 행사를 끝내고 자정넘어 돌아가는 군중들의 모습은 형형색색.)

 

울려라 힘찬 종이여, 이 해를 가게 하여라

거짓을 울려보내고, 진실을 울려 맞으라.

 

Ring out, wild bells, to the wild sky,
The flying cloud, the frosty light;
The year is dying in the night;
Ring out, wild bells, and let him die.

Ring out the old, ring in the new,
Ring, happy bells, across the snow:
The year is going, let him go;
Ring out the false, ring in the true.

 

Ring out과 Ring in으로 대비하여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소망을

노래한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 경"의 시,

"In Memorium"은 우리말로도 "친구 생각", "사우가", "울려라 종소리여"

등으로 번역되어서 애송되는 바 있다.

 

2005년을 보내고 2006년을 맞는 21세기에도 이 시의 주제는 영원한

화두로 존재한다.

 

CNN이 새해 아침에 보내는 뉴스의 헤드라인도 "Ring in 2006"이었다.

 

 

                          (타임즈 스퀘어의 본산격인 뉴욕 타임즈 건물)

 

 

 

 

 

 

맨해튼, 타임즈 스퀘어에서 해마다 제야에 벌이는 "카운트 다운 행사"를 리포트하기 위하여,

우선 하루 전날 오후에 현장을 찾아보았다.

 

브로드웨이가 옆으로 벋어나가는 삼각 지점, NYPD 파출소가 있는

뒤쪽 건물 옥상에서,

빅 볼, 혹은 드럽 볼이 내려오면서 카운트 다운은 시작 될 것이고

사람들은 묵은해의 때를 벗어던지고 새해 새 소망을 가슴에 새길 것이다.

 

 

 

주변은 일부 교통 통제를 해가며 중계시설과 공연 무대를 꾸미고 있었다.

거리는 하루 전인데도 이미 구경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불밝힌 공이 내려오는 건물 옥상을 올려다보는 행인들의 시선이

새해에 거는 희망의 시각(視角)처럼 각도를 올리고 있었다.

 

 

 

 

 

 

 

 

(중간 지점에 빨간 후드를 쓴 소녀의 시각이 가장 예각적이고 무심한 둔각의 소유자들도 보인다.)

 

 

날씨는 그렇게 춥지않았으나 빌딩 숲속의 계곡풍이 만만하지는 않았다.

내일 저녁 이곳에 한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후 4시부터 시작

되는 교통 통제 시간부터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데,

시간의 흐름을 꼭 거기 인파 가운데에서 주목해야 하는건지 회의가

몰려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고 있는데---.

 

회의감 속에서 내일의 행사 준비 현장을 미리 보는데,

의외로 그 재미가 쏠쏠하였다.

특히 수많은 풍선 막대를 말없이 만드는 부지런한 손길은 무슨 비밀

결사의 엄숙한 의식을 준비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12월 30일은 그렇게 지내고 마침내 이해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낮에는 동네에 있는 시네 멀티 플렉스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Munich"을 아들과 함께 보았다. 

뮨헨 올림픽과 검은 구월단 사건 이후의 유태인들의 복수에 얽힌

이야기였는데,

화해가 없는 이 시대에 대한 경종과 부시 행정부 미국의 선택에 대한

합리화가 함께 들어있어서 스필버그의 메시지는 다소 혼란스러웠다.

마지막에 나오는 뉴욕의 아직 부서지지 않은 쌍둥이 빌딩은 매우

시사적이었는데 아마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해 놓은듯 싶었다.

 

 

이날 아침부터 조금씩 내리던 눈발은 영화관을 나오니 함박눈이 되어서 타임즈 스퀘어로 갈까 말까하던

내 반반의 선택을 조금 분명히 하여주었다.

이 진눈깨비 속에서 어떻게---하는 행동의 합리화였다.

 

저녁에는 아는분의 자택에서 베푸는 만찬과 예배의식에 참석하였다.

교민들이 많이 사는 포트 리에서 집들이를 겸하는 모임이었다.

초기 컬럼비아 대학 건축과 교수가 지었다는 집은 100년이 지난

고옥이었는데도 대들보와 서까래가 천년은 더 지속될 것 같았다.

집 주인은 막 은퇴한 메디컬 닥터였는데 지금은 작은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창 밖으로는 그 사이 함박눈도 그치고 방문한 집이 자리한 좋은 동네의

설경이 은근히 마음을 들뜨게하였다.

 

집에 돌아와서 TV를 켜니 타임즈 스퀘어의 카운트 다운 행사를 중계

하고있었다.

화면으로 본 그곳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마침내 큰 불덩어리가 내려오면서 세계의 중심으로 모두 착각하지만

사실은 그 일부인 이 곳에도 새해가 밝았고 화려한 불꽃 놀이가 하늘을

밝혔다.

 

 

 

 

 

 

 

 

 

얼른 밖으로 나가보니 내가 있는 집 옆으로 흐르는 허드슨 강 건너편의

마천루 윤곽이 오늘따라 더욱 뚜렷하였고 그 뒤쪽 하늘로 연신 올라

오는 불꽃이 우리를 집안에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였다.

집집마다 창문을 열고 터져나오는 환성도 대단하였다.

 

우리는 차를 타고 맨해튼으로 달려갔다.

행사가 끝나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볼 참이었다.

링컨 터널을 지나서 42번가를 들어서자 정말 차가 들어갈 우회 공간이

이리저리 보였다.

쏟아진 색종이들이 어지러웠고 풍선 막대기를 휘두르는 인파들이

걸어서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NYPD 경찰들이 모두 다 나온듯 거리는 검은 제복이 띄를 이루었고

군중들은 질서정연하였다.

우리는 행사 현장을 지나서 센트럴 파크를 관통하는 길로들어섰다가

컬럼비아 서클까지 올라갔다.

흩어지는 인파는 그 곳까지도 벌써 물결치고 있었다.

 

 

 

 

 

 

      (휘날리던 꽃가루도 조만간 쓰레기가 되는 이치는 브로드웨이라서 더 선연하였다.)

 

 

이제 새해가 정녕 이 곳에도 찾아왔다.

다시 링컨 터널을 통하여 허드슨 강을 지나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끄지

않은 TV와 인터넷 화면은 새해의 소식을 토해내고 있었다.

 

교황께서는 이 해의 중심 주제를 "평화와 진리"라고 하셨다. 

북캘리포니아에서는 때아닌 홍수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크게났다.

바그다드에서는 폭탄 테러가 다시 있었고 파키스탄인가로부터는

노르(Noor)라고 하는 병든 소녀가 미국으로 와서 치료를 성공적으로

받고 있었다.

 

결국 시간이란 녀석은 다시 새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집 안방에

일상이란 이름으로 벌써 잠입한 것이다.

심청이는 제 아비, 심봉사와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 인당수로 팔려

떠나기 전날에,

신새벽의 해를 부상목에 묶어놓고 싶다고 애절하게 소원하였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나이팅게일 새에게 자신들만의 밤의 지속을 간절히

바랬던 저 시간의 거대한 흐름을 그러나 인간이 어찌하랴---.

 

가는 해 붙들지 못하고 오는해 막지 못하니 새해에는 더도 덜도 말고

평화와 진리의 주제가 이 세상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울려라, 우렁찬 종이여

        - 앨프리드 로드 테니슨

울려라 우렁찬 종이여, 거친 창공에
날아가는 구름,  얼어붙은 빛에
이 해는 오늘밤 사라져 간다
울려라 우렁찬 종이여, 이 해를 가도록 하라

울려 보내라 낡은 것을, 울려 맞아라 새로운 것을
울려라 흰 눈 너머로, 기쁜 종이여
이 해는 가나니 가도록 두어라
거짓을 울려 보내고 진실을 울려 맞아라

울려 보내라 보지 못할 망자들 생각으로
마음의 기력을 앗아가는 슬픔을
부자와 빈자의 반목을 울려 보내고
만민 위한 구제책을 울려 맞아라

울려 보내라 서서히 쇠퇴할 주의주장을
고리타분한 당파 싸움을
울려 맞아라 아리따운 예절과
순수한 법을 가진 고상한 삶의 양식을

울려 보내라 결핍과 근심과 죄악을
오늘의 차가운 불신의 마음을
울려라, 내 애도의 노래를 울려 보내고
더 풍요한 시인을 울려 맞아라

울려 보내라 지위와 가문의 그릇된 자만을
세상 사람들의 중상과 모략을
울려 맞아라 진리와 정의를 사랑하는 마음을
울려 맞아라 다같이 선을 사랑하는 마음을

울려 보내라 온갖 해묵은 고질병을
울려 보내라 황금을 좇는 척박한 탐욕을
울려 보내라 지나간 수천의 전쟁을
울려 맞아라 천년의 평화를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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