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연휴가 훌쩍 지나갔다.붐비고 마시는 일도 있었고 마치 밀어놓았던 숙제를 하듯,영화 채널도 들이닥친 존비속들과 함께 오래 많이 보았다.태평양 건너 스키장에서도 정치(精致)한 안부 전화가 왔다.인터넷은 좀체 내 차지가 되지않았고 또 기쓰고 들어갈 체면도,용의도 없었다.정작 짧은 연휴가 지나갈 즈음, 정말 미루어 놓았던 숙제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오래 병석에 누워계신 빙부를 찾아 병원으로 갔다.한 때 의료계에서 날리셨던 분이 한 3년을 알츠하이머로누워계신다.알츠하이머라고 고급스런 어휘를 쓴다고 욕을 먹어도 할 수없다.차마 이 병명을 우리 말로 쓰고 싶지가 않다.연휴의 병실은 한산했다.수발을 드는 간병인은 연휴도 없는 듯 병상을 지키다가 자주 찾지 않고 있는 무정한 사위를 알아차리고 얼른 눈시울을 적시더니,이윽고 눈을 감고 계시는 나의 빙부를 깨워보려고 한다. 나는 그런 동작을 제지하였다.이 오랜 병석 생활에서 설혹 온전한 정신이 있는 분이라도 무슨 위안을 받을 수 있으랴.재산이 꽤 온전하신 것 만으로도 온전치 못한 정신을 겨우 이렇게붙들어 맬 수 있지 않은가---.아마도 이 분은 그걸 위안으로 삼고 계시리라.올해로 미수(米壽)를 맞이하신 이 분께서는 고집스레 자식들을, 특히 딸자식들을 많이 두셔서 오늘날 이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현상을 슬하에서 실천적으로겪으시게 되었다.부잣 집으로 시집 간 딸, 가난뱅이와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딸, 이름 없는 단역 탤런트, 방송 작가(저 수많은!),재일 교포와 결혼한 딸이 생기더니 마침내 카나다 백인 남자와국제 결혼한 케이스도 생겼다.효녀도 있고 불효자도 있고 그 경계를 넘나드는 우리 집도 있다.짧은 문병 기간 내내 나는 먼 산을 바라 볼 따름이었다.전날 아침 C일보의 신춘 문예 소설 부문 당선작인"메모리얼 가든"이라는 수준 높은 작품이 얼핏 생각났다.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지신 빙부는 당신의 재산으로 후하게 대접 받는 간병인의 눈물에서 아마도 가장 큰 위안을 받고있는지도 모르겠다.우리는 결국 모두가 눈물을 훔쳤는데 아마도 삶의 유한성,그 속절없음에 슬퍼하였을 것이다.짧은 겨울 해는 병실 창 밖으로 금방 어둠을 몰고 왔다.이제 신정연휴가 끝나고 시무식이 있었다."아날로그 시대에서 훌쩍 디지털 시대로 도약한 이 시대에는세계화와 무한 경쟁의 게임 룰에 따라서 1등이 거의 모든 것을차지하고 2등, 3등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엄혹한 신년사를깊은 공감과 긴장 가운데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듣고 음미하였다.식순의 끝 부분은 음악회로 장식 되었다.바이얼리니스트와 클라리네티스트들은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이었으며,국내 최고란 이제 국제적으로도 굴지의 위상을 인정 받는다고보아서 과히 과장된 표현이나 허세가 아닐 것이다.우리나라의 수준도 자괴와 자멸 속에서 어쨌든 이만큼 성숙하였다.이날 첫 곡인 요한스트라우스의 "봄의 월츠"를 여기 올리려고하다가 어제의 문병이 문득 가슴 아프게 떠올라서 두번째 곡인 모찰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올리고 싶어졌다.헝가리 랍소디나 저 기교 만점인 파가니니의 바이얼린을여기에 올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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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art-Clarinet Concerto in A K622 ll Adagio(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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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르트가 클라리넷을 위해 남긴 작품은 클라리넷 협주곡과 클라리넷 5중주 뿐이다.영화(아웃오브 아프리카)에 사용되어 널리 알려졌다.이 작품은 당시 크라리넷 연주의 대가였던 안톤 슈타틀러에게 헌정되었는데, 클라리넷이 지닌 음색의 특성을 잘 살렸을 뿐 아니라 음역을 극한까지 넓혀 연주상의 테크닉을 충분히 구사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