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첫 손자를 보았다.원래 분만 예정일은 7월 말경이었는데 초산이라 그런지 며칠 늦은 8월 초에 태어났다.그러고 보니위대한 Augustinus 황제를 기려서 7월을 넘겼는가 하여튼 할아버지와 동일한 출생의 달을 택하였는데다시 생각해 보니 인간의 의지나 선택이 아니라 하늘이 점지해 주신 天時가 아니겠는가.그래서 이 글의 배경음악으로도 처음 잠시 "황제"를 넣을까 우쭐하던 생각을 고쳐 먹고 옷깃을 여미는듯 "전원"으로 조심스레 바꾸어 넣었다.시집오기 전까지 살던 동네에서 가깝고,또 친정의 언니와 새언니가 출산 때 이용하였으며 오빠의 모교도 되는 코넬 의대 쪽에서 며느리는 정기적으로 검사도 받고 하였으나,출산은 컬럼비아 대학 부속병원이 요즈음 평판이 조금 낫다고 하여 그곳으로 바꾼 모양이다.지금 살고 있는 뉴저지의 집에서도 가까운 곳이다.출산을 하기전에 성별은 미리 알고 있어서,우리 이름과 그 쪽 이름을 모두 함께 지어 보내 달라고 오래 전부터 기특한 주문을 하여 왔기에 모두 이런 저런 생각을 붙잡아 매어보다가 그곳 이름은 그 쪽에서,우리 이름은 이 쪽에서 짓기로 내가 결론을 내렸다.왜냐하면 이름에도 시대적 유행이나 감각이 있고자칫하면 시대에 쳐지는 우려도 있어서 이런 예리한 감각은 역시 "여기, 지금"의 정신이 함께해야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민 1세 시대에 부쳐진 이름들, 에컨데 존, 로버트,데이비드, 샘은 흐름은 무난했으나 너무 보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디트로이트에서 의사를 하는 내 아우는 아들 이름을 "에디"라고 보편성에 준거했으나미국 생활에 익숙해진 다음에 얻은 딸에게는 셰럴이라고당시에 유명했던 모델의 이름을 따다 붙였다.그 때 우리가 받은 문화 충격을 극복하는데에는 한 세대가 흘렀다.그 시절에 태어나 셰럴이라는 이름을 선물로 받은 많은 여성들이 요즈음 다이나믹하게 미국 사회에서 뛰고 있음을 본다.물론 모델들은 아니고 백악관과 같은 정치의 현장으로부터 과학 영재에 이르기까지.보편성을 따른 내 조카와 모델의 이름을 이어받은 내 질녀는백악관 장학생이 되었고 하바드를 나왔으며토종 이름으로 버틴 내 아들도 같은 곳의 대학원을 나왔으니사실 이름의 유효성이 어디까지인지는 잘 모르겠다.하여간 내 아들 내외가 고른 그 쪽 이름을 불러보니 너무 흔하지 않으면서도 힘들지 않아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모두 제 잘난 맛이지만 확신도 중요하지 않은가.그 쪽 이름을 전해 듣고 Baby's name.com 같은 몇군데 naming site를 찾아보니 열 몇번째로 숫적 우선 순위에 랭크되어 있었다.우리 쪽 이름도 내 친구 중에 주역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한자로 획수도 맞추고 성명 철학의 과정을 철저히 거쳤는데,이건 심리적인 성채를 공고히하는 절차였다.이름을 지어주고 나서 결론삼아,아무쪼록 요즈음에는 부르기 쉽고 밝은 느낌을 주어야 좋은 이름이라는 내 친구의 주장이 산뜻하였다.이제 그 쪽에서는 출생신고를 하려는데 "결혼 증명서" 가 필요하다는 기별이 왔다.세상에 무슨 "결혼 증명서"인가 하였더니 뉴욕에서는 하도 미혼모가 많아서 어쨌든 그런 비슷한 증명서가 있어야 아빠 성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그렇지 않으면?""엄마 성을 받는거죠. 그건 50%는 확실하잖아요. 이게 영 모계사회 같아요."그 뿐이 아니었다.부모가 합의하면 성을 새로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이 참에 William도 되고 Shakespeare도 될 수 있는 모양이다.내가 미국에서 살던 곳은 그렇지 않았다고 반론이 나옴직도 하다.내가 좀 머물렀던 미시간도 그렇지는 않았다.미국이 워낙 50개 국가의 느슨한 연방이 아니던가.나라마다 또 시대별로 습속이 다르거니---."기가 막혀요. 처음 입원 수속을 할 때에 산모를 보고 'Are you married?' 이러더군요."물론 카르테에 기록하기 위한 절차였다.옆에 건장한 남편이 있어도 산모에게 확인이 필요하단다.백인 간호사 못지않게 그곳에 많은 필리핀 간호사들에게내 며느리가 마닐라 시절을 되살려서 타갈로그 말을 했더니대접이 더 극진하였다고 한다.며느리는 물론 한국 출신이지만 하여간 말이 핏줄 같은 것이어늘---.한국 출신의 간호사들도 꽤 있다고 한다.이제 내가 직접 출발할 차례가 되었다.준비로 분주한 중에 치통이 생겨서 치과에서 발치도 하였다."좋은 중에서 그저 힘든 일은 내가 모두 맡으마---."내 어렸을 때에 들은 부모님들의 두런거리심이 이제 내 가슴에 뭉클 쌓여와서 크게 일렁거렸다.---내일 부터 한 열흘간 자리를 비울 예정입니다---.L.V.Beethoven No. 6. Op.68 "Pastoral"Klaus Tennstedt conductorLondon Philharmonic Orchestra(1985 EMI)1. Allegro ma non trop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