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생의 초청으로 청와대 경내를 구경하며 이해의 세모를 보내는 기회를 가졌다.
처음에는 단촐한 계획으로 시작되었으나 차츰 동기생들의 호응도가 높아져서
급기야 70명에 가까운 숫자가 올해 들어 가장 추운날에 청와대 일원을 구경하고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나누게 되었다.
청와대 방문 경험은 오래 전에 한번 뿐인 나도 다른 약속들을 접고
방문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민간인" 신분으로 이 곳 방문도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과 함께
친구의 보국진력하는 모습도 매스컴이 아닌 자연산으로 대면하고픈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우선 청와대 관련의 영상 자료를 감상하였다.
이 날의 방문 동선을 잠깐 소개해보면
3호선 경복궁 역에 내려서 지금 복원 공사가 한창인 경복궁내를 지나
동문 주차장에 모인 다음 두대의 버스를 잠시 타고
청와대로 들어가는 그런 순서였다.
들어가는 절차도 까다롭지 않아서 비행기 탈때보다 훨씬 간편하였다.
하긴 요즘 청와대 경내도 국민의 품으로 바짝 다가와서 내부가 훤히 보이는 앞 길을
승용차는 물론 도보로 산책도 할 수 있고보니 확실히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함께 달성한 세계 최초의 나라에 사는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신임 회장이 추운 아침 일찍부터 동기들을 경복궁 주차장에서 맞고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존과 포토 앵글의 허용 범위도 그렇게 옹색하지 않았고
때로 촬영 지역을 벗어난 찍사들을 제지하는 자세도 매우 느슨하고 너그러워졌으니
예전 권위주의 시대에 익숙한 우리 나이의 사람으로서는 이거 너무 허술한게 아닌가
노파심이 생길 지경이었다.
친구가 일하는 집무실 까지는 우리 동기들이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건물의 외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추운 날씨에 공연히 훈훈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이 바로 사슴이 뛰어노는 녹지원으로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원래 경복궁의 후원으로 농사를 장려하는 채소밭이 있었고 일제 총독관저가
들어서면서 가축 사육장과 온실 등이 조성되었는데,
1968년에 약 1,000여 평의 평지에 잔디를 심어 야외 행사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매년 봄 어린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어버이날, 장애인의 날 등 각종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1995년 5월 28일에는 인근 주민 약 3,000여 명을 초청하여 KBS 열린 음악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또 주변에는 녹지원을 상징하는 소나무인 한국산 반송이 있는데
수령은 약 150여 년에 이르며 높이는 16m이다.
사슴이 뛰노는 곳이 바로 여기인데
이날은 추워서 그런지 사슴의 모습은 없었고
간혹 배설물들이 땅에 떨어진 열매처럼 보였다.
우리를 초청해 준 친구를 중심으로 이 곳에서 기념 촬영을 할 때에는
인원이 많아서 몇 몇 단위로 나누어서 찍을 지경이었다.
집무실에 있던 동기가 방문객들을 맞으러 내려왔다
이제 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친구가 마이크를 잡고 간단한 인사 말씀을 하였다.
이날은 이 나라의 대통령이 2년전 선거에서 승리를 한 날이자 생일날이고 또한
결혼 기념일이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트리플 데이에 우리의 일정이 우연히 잡혀서 날씨는 춥지만 모시는 사람으로서
의미는 찾아 볼 수 있지 않은가, 라는 감회를 재미있게 풀어나아갔다.
구내의 셀프식 식당 음식이 대저 영업집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지라도 이게 궁중요리가
아니냐는 농담에는 폭소가 터졌다.
4대강과 세종시에 관한 이해를 구하는 허심탄회한 목소리에도 설득력이 실렸는데
밥 한끼 내면서 벼라별 말씀을 다 한다고 생각지 말고 궁중요리 먹었으니 이해해 달라고
끝을 맺었다.
이 곳은 본관 이다.
좌우에 있는 건물은 세종실과 충무실이라고 한다.
본관 앞뜰은 갈색 아스팔트를 깔아서 카펫처럼 보이게 하였다.
마침 대통령 부부께서 기념촬영에 응해 주었다(?)
영빈관의 1층은 국빈환영행사 등의 대규모 인원을 접견하는 장소로 이용된다.
평상시에는 하나의 넓은 홀로 비어 있는 상태이고 행사가 진행될 때,
성격과 규모에 맞는 세팅이 이루어진다.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 시위를 보며 대통령이 느꼈다던 감회의 지점이
어디쯤일까 생각하며
카메라 앵글을 높여보는데 북악은 정말 명산이라는 자각이 다시 들었다.
오늘 대통령은 코펜하겐에서 우리가 방문하기 조금전에 청와대로 돌어왔다고 한다.
세계 환경 대회에서 이제는 자신을 찾고 세련된 영어로 두번씩이나 스피치를 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괜찮아 보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를 초대해준 사람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경복궁을 통하여 돌아나오는 길도 추위 속에 재미와 의미를 더하였다.
창덕궁 후원 그러니까 비원에서 본 불로문이 여기 지하철 역에 재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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