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BBB 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인천공항에서 공항 택시 기사입니다. 외국인이 어느 호텔을
가자는데 영 못알아 듣겠는데요"
제가 외국인을 바꾸라고 하여 목적지를 들어보니 "힐튼 호텔"이었어요.
사정이 짐작되었어요. "힐튼"을 미국사람들은 거의 "힐은"으로 발음
하지요.
"워터"를 "워러"로 발음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이지요.
자음 T가 모음 앞에서는 유음인 R로, 자음인 M,N 등의 앞뒤에서는
거의 묵음처럼, "- 은" 정도의 음가가 되지요.
"마운튼"은 "마운은", "펜타곤"은 "페나간" 정도이니 듣기가 익숙하기
전에는 뻔한 단어로 바보되는 것이지요.
힐튼도 같은 경우였습니다.
별것 아닌일로 두사람으로 부터 "캄사, 캄사 계십니다"라는 소리를
들었지요.
"캄사 계십니다"라는 말은 에전에 우리나라에 왔던 "평화 봉사단"의
어떤 청년이 한국에는 존댓말이 있다고 교육을 받고와서
"감사 합니다"를 "캄사 계십니다"로 번번히 말하여 배꼽이 빠진
적이 있어서 한번 써먹어 본 것입니다.
요즈음은 "배꼽---"이 아니라 "뒤집어졌다"라던가요.
평화 봉사단원들이 우리말을 아주 열심히 배워와서 우리말을 사용해도
시골 노인들은 멀쩡한 우리말을 듣고서도 멀리 있는 손자를 불러서
"얘야, 이 코쟁이 청년이 무슨 소리하니?"라고 통역을 시키더라는
코쟁이 청년의 말이 문득 기억납니다.
"월드 컵"이라는 거의 국가적 행사에 대비하여 관광객들의 언어와 안내
등등의 문제를 풀어보고자 J일보사에서 "BBB 운동"을 제창하여 지금
맹 활동중에 있습니다.
"Before Babel Brigade"의 약자인 이 운동은, 그러니까 인류가 원래는
한 언어를 쓰다가 힘과 지혜가 창대하게 되자 Babel 탑을 만들어
하느님의 영역을 넘보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징벌로 그 탑은 무너지고
인간은 지역별로 조각이 나서 다른 언어를 쓰게 되었다는 구약에서
힌트를 얻은 운동입니다.
즉 이제 바벨 이전으로 돌아가는 평화군단이라는 BBB를 만들어 월드컵에
참가하는 선수는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통역과 편의를 제공하자는 것으로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관공객들에게는 모두 이 운동에 관한
브로슈어를 주어서 언제라도 중앙본부로 연결하면 자동으로 언어권역
별로 통화가 되게하고, 또 한국인 운전기사나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입니다(ngo.joongang.co.kr을 참고하세요).
2주일 전쯤 센트랄 시티에서 발대식을 했는데 저도 초청 받아
참여했습니다.
이 계획은 이어령 J 일보 고문이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적 추진 계획과
실천 방안 구현에도 깊숙히 관여하여서 석학이자 동시에 꾀돌이 같은
그 분의 면모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행사의 말미에 그 신문사 홍석현 회장이 건배제의를 하였는데,
"처음에는 이것이 하느님의 역사를 거역하는 것이 아닌가, 혹시 벌을
받는건 아닌가 하고 걱정도 했으나 이 운동이 인류의 평화에 기여하는
것임을 재삼 확인 하면서 큰 상을 내리시지 않을까 굳게 믿게 되었으며
그 상의 일부는 저희 신문의 구독 부수가 더욱 향상되는 것이 아니겠는
가---"라고 만당한 사람들을 웃겼지만 염려와 기대와 기도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되었답니다.
오늘 아침에도 저는 택시기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또 호텔 목적지 관계인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전화를 바꾸니 아름답고 앳띤 여자의 목소리가 나왔지요.
"웨슷인 초우선 호텔"을 찾고 있었어요.
그게 조선 호텔이라고 기사양반에게 알려주니 처음에는 못믿겠다는 투
였어요.
그래서 조선 호텔이 웨스틴 체인으로 편입되면서 "웨스틴 조선"이
되었고 발음은 당신 귀가 아직 덜 터진 모양이라고 하면서 함께
웃었어요.
그랬더니 영문도 모르는 아가씨가 핸드폰 속에서 함께 웃으며 "쌩 큐"
라고 크게 소릴 질렀어요.
바벨 탑이 무너지고 나서도 웃음이라고 하는 세계 만국어는 하느님이
그냥 예비해 두셨나 봅니다.
참고로 "Babel(베이블, 혹은 배블)"이란 말은 우리의 "쏼라 쏼라"와
같아서, 재잘거리는데 못알아 듣는다는 뜻의 의성어에서 나왔고
barbarous(야만의)라는 말도 어원을 같이 한답니다.
말이 안통하면 일단 야만인으로 치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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