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에 사는 친구를 찾아갔다.
전에도 몇차례 다녔지만 이번에는 오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 친구를
뉴저지의 동기들이 궁금해 하는 분위기가 내 여정의 출발점이었다.
"필라델피아"
미국 독립 전쟁 당시에는 대륙회의가 처음 열린 곳이고 첫 수도이기도 하였으며
자유의 종이 처음 울렸고 지금도 보존 되고 있는 고도이다.
그 자유의 종은 지금 깨어진 상태로 전시되고 있긴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같은 이름의 영화로도 익숙하다.
동성연애자인 변호사가 편견과 고정관념의 희생자가 되어서 겪는 법정투쟁,
마침내 승소하지만 결국 에이즈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안타까운 스토리로 기억이 된다.
필라델피아라는 어휘는 형제애, 우애의 뜻이라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서로를 "필리"라고 부르며 우정있는 사이임을 강조한다.
물론 "우애"라는 말이 이 시대의 키 워드와는 사뭇 상관이 없는듯이 보여서 마치
"블랙 유머" 처럼 들릴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60년대식 우의를 지닌 우리 세대는 아직 그 말이 지닌 진정한 뜻에 심취하고
침잠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뉴저지의 친구나 필라델피아의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 아니 나보다도 훨씬 더 오리지날한
사람들이기만 하다.
"쎄시봉 친구들"이다.
집을 떠나는 일은 대체로 멜랑콜릭하다.
페이소스 같은 것도 가슴에 들이찬다.
여행은 그래서 항상 "센치멘탈 저니"라는 표현이 올바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새벽에 집을 홀로 나서도 용기백배! 우애만배! 였다.
필라델피아의 친구는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다만 지난해 말, 모처럼 들렀던 한국에서 죽마고우를 잃은 충격이 커서 잠시 칩거하고 있었단다.
역시 필라델피아 사람, 우애의 사나이, 필리가 사는 모습이었다.
혼자가는 여정이어서 승용차를 버리고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합니다.
출발지점 까지 뉴저지에서 맨해튼으로 나오면 금방 새로 이사한 뉴욕 타임즈 건물이 보입니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연방 우체국 건물을 지나면 메가 버스와 볼트 등이 떠나는 거리의 주차장이
나옵니다.
인터넷 예약을 부랴부랴 했기에 가는 데에 15불, 오는 데에 8불이 듭니다.
조금 일찍 했으면 왕복 10불도 가능합니다.
암트랙 기차를 타면 60불이 넘는데 이상한 노릇입니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 이제는 낡았습니다.
겨울 채비를 한 뉴요커들의 출근시간입니다.
아래쪽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세한도의 일부 같습니다.
나와 같은 여행 행색의 사람들이 슬슬 보입니다.
연방 우체국 건물
거리의 화가도 이 시간에 출근을 합니다.
키오스크에서 아침밥을 파는 아가씨와 손님 아가씨가 대조를 이룹니다.
거리의 주차장 건너편에는 맨해튼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큰
카메라와 촬영기기 점, B&H가 있습니다.
유태인들이 하는 대형 매장이라 주말이 아니라 안식일에 휴장입니다.
전에 헛걸음 친 적이 있었지요.
여러 곳으로 가는 리무진과 여행객들이 새벽부터 붐빕니다.
근처에서 기이하게 코뚜레를 한 암송아지, 아니 여대생들을 만납니다.
필라델피아에 유펜이 있어서 그쪽 학생이냐고 물으니 DC로 간다고 합니다.
노즈링의 호칭을 물으니 "센트럼"이라는 답이 나옵니다.
스펠링이 무엇이냐고 하니 당황한 끝에 아마도
"Sentrum"이리라고 합니다.
정식으로 촬영 제안을 하였고 기꺼이 렌즈 앞에 포즈로 답을 합니다.
옆에 있던 일행까지 다시 불러서 세웠습니다.
가운데 여학생이 인상적입니다.
무어랄까 세상에 대한 자신에 차있으나 냉소적인 미소,
시니시즘은 젊은이들의 특권이기도 하지요.
강의실을 거쳐 지나간 제자들 생각이 났습니다.
도시는 항상 모순에 가득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역설적 매력의 땅이기고 하고---.
"열번째 철길"이라는 카페 라운지를 근처에서 만납니다.
출발시간 20분 전에 만용을 부려 돌아다니는 발길에 채인 곳입니다.
이 근처에 하이라인이라고, 지상철이 다니다가
지금은 폐철이 되어 공중에 뜬 철길 공원이 된 곳이 있습니다.
그 철길과 무관하지 않은 옥호 같습니다.
나중에 한번 들러 맥주 한잔 해야할 곳입니다.
새벽에 그 라운지에서 나오는 여인의 발길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야기 하나가 묻어납니다.
뒤쪽으로 하이라인 철길 공원이 지상에 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 한번 다닌 곳입니다.
아이사이어,
이사야 성경 구절이 가슴에 닿습니다.
그 아래로 마인드 컨트롤 하는 사람들이 새벽 구보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웨스트 사이드는 지금 도심 재개발로 분주한 곳입니다.
그 공사장 둘레에 펜스를 치고 이런 대형 사진을 걸어두었습니다.
시민의 양해를 구하는 방식이 미소를 자아냅니다.
급히 돌아온 버스 정거장에서 비들기 두마리가 환영 비상을 합니다.
유펜 청년들이 많은듯 싶군요.
이층버스 자리에 좌정을 하고 밖으로 한 컷 합니다.
자리를 잘 잡은듯 합니다.
카메라를 보고 옆 좌석의 부인이 자신의 카메라를 보여주며 공통의 관심사로
화제를 이끌어갑니다.
중간 정류장에서 같은 장면을 찍어서 교환해 보았는데 확실히 한 수 위의 실력이었지요.
딸이 유펜에서 미디어 관련학을 전공하는데 가끔 찾아간다고 합니다.
오늘은 당일치기라서 승용차 대신에 메가 버스를 이용한다고
부자 티를 좀 내는 것이 옥의 티였달까
필라델피아 종착역에서 헤어졌지요.
친구가 마중을 나와서 유명한 월남 동네,
월남쌈집으로 갔습니다.
아래 진한 월남 커피가 특히 인상에 남습니다.
구정을 지난지가 얼마되지 않아서 용띠 행렬이 거리를 누빕니다.
필라델피아의 소호 지역
사우스 스트리트에서 내 진정한 필리와 한 커트
뉴저지에서 성원해 준 친구의 모습도 아래에 보탭니다.
며칠전 저녁을 같이하고 찻집에서 내 여행 이야기를 미리 나누는 장면입니다.
담배 피우는 모습이 휴식과 여유와 창조의 기호가 되어 유혹을 느끼게 합니다.
스타벅스가 있는 곳은 무언가 분위기가 다른가요~~~.
벤자민 프랭클린 다리 근처로 퇴역함들이 줄지어서 식당이나 명소로 제2의 존재감을 보인답니다.
올드 타운에 와인 스쿨이 있어서 딱 어울립니다.
오랜만에 필리 친구의 전원 주택에 도착하였습니다.
겨울 잔디가 생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지난 여름의 폭우 끝에 쓰러진 나무의 잔해가 거구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음날 시내 드라이브를 다시 나갑니다.
역사적 유물이 담긴 박물관이나 기념관은 전에 여러차례 다녔기에 다시 다닐 이유가 없습니다.
이곳 저곳 발길과 차길이 닿는데로 만유합니다.
흑인 게토 지역도 용감하게 돌아다녔지요.
아래 동네입니다.
예전과 달리 많이 재건이 된 모습입니다.
이번 여정에서는 밸리 포지 방문이 하일라이트가 되었습니다.
너무 유명한 곳이어서 전에는 빠뜨린듯 합니다.
워싱턴 장군이 독립전쟁 때에 사령부를 설치하고 군사를 훈련하던 이 곳을
방문하면서 고구려 발해 유적이 즐비한 북간도에서
홍범도 장군이 고군분투하던 훈련터가 생각났지요---.
밸리 포지 방문 사진은 나중에 따로 정리를 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아주 인상적인 몇 컷만 올립니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친구와의 재회는 활력소입니다.
"벤 다리"를 건너서 뉴저지, 뉴욕으로 들어옵니다.
뉴아크 지역을 지나며 뉴욕을 먹여살리는 부대적 요건들이 얼마나 환경 파괴적인가도 생각해 봅니다.
세계의 주요 대도시들이 모두 마찬가지이지요---.
돌아온 뉴욕은 그냥 그대로입니다.
다만 내게 소감을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인 용품점도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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