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주노의 빙원으로 떠나다 (여행작가 7-8월호)

원평재 2016. 7. 18. 16:00











알라스카 크루즈의 출발지와 도착지는 모두 시애틀 항이다. 시애틀 항도 아름다움으로 빼어나지만

알라스카에서 대면하는 자연의 경관은 가히 숨이 멎을 순간들이었다.

시애틀을 떠나서 알라스카의 주도 주노까지의 항해는 장장 이틀간이지만 따분하기는 커녕 선상

파티가 단순 항해의 무료함을 멀찍이 내쫓는다. 원근해로 보이는 고래의 모습도 흥분을 이끈다. 


사흘째 되던 날 새벽에 주노로 들어갔다. 알라스카 주도이지만 주에서 가장 큰 도시는 아니고

어촌 마을과 같은 인상이랄까~. 

일단 그때까지의 선상 일지를 사진과 함께 정리해 본다.



 뱃고동이 울리고 멀리 시애틀의 랜드마크 "니들 타워"가 뒤로 사라진다.

일단 승선하면 크루즈 회사에서 만들어준 카드만 절대적 유통 결재 수단이다. 또한 룸의 카드

키로도 사용된다.

사흘만에야 주노에 도달한 것은 양쪽으로 육지를 낀 내해를 천천히 항해하며 양안을 감상하는

여정(inside passage) 때문이기도 하다.

심심하지 않고 볼거리가 많은 것도 이런 지형 조건 덕분이다.


 



 벌써 선텐 족들도 나타났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일기불순으로 몸을 굽기가 쉽지는 않았고---.

멕시코 만류가 여기까지는 올라오지 못하여서 기상 조건은 아무래도 온대와 한대가 교차하는

을씨년스러움이 많다.


칵테일과 카메라를 즐기는 손길들.


 


앗, 고래다!

9월이면 하와이에서 수태하여 새끼를 밴 고래가 3개월 동안이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라스카로

회유의 길에 들어서서 마침내 출산을 하는 때라고 한다.



동틀녁에 주노항 입항.

"주노"는 이곳에서 아주 멀지는 않은 카나다의 유콘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수많은 엘도라도

메이니아들이 몰려들면서 생긴 도시라고 한다.

그들은 일단 이곳에서 전열을 정비하여 "스퀘그웨이"라는 또다른 전초기지로 이동을 하였다.

육지의 끝과 붙은듯한 주노는 사실 일종의 섬이다보니 지금도 알라스카 내륙과 육로 교통은

불가능하고 오로지 배와 비행정으로만 연결이 된다.  


 



 



크루즈 선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두가지.

하나는 거대한 "멘덴홀 빙하"를 눈 앞에서 목격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알라스카 주도이기에

한번쯤 방문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알라스카 골드러시 때의 황금향, 카나다의 유콘 지역으로 들어가는 일차 기항지의 흔적도

맛보는 재미를 누리기도 한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

하여간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 많다.




알라스카 골드러시를 기념하여 금색 도금(?)을 한 돌덩어리가 시내에 있다.

도금까지는 아니고 금색 페인트 칠이었는데 알라스카 금광은 사금 광이 아니라 금광이었다는

표지라고.




사라져가는 미국 대머리 독수리를 이 변방에서 그나마 힘들게 만난다.

Bald Eagle이라는 표현은 흰머리에 대한 착시였고 엄밀하게는 흰머리 독수리가 맞다.

제국의 오늘을 보며 여러가지 함의와 상징성을 끄집어 낼 수 있었던 요긴한 장면이었다.



마침내 "멘덴홀 빙원"에 도달하였다.

거대한 빙원이 삐죽이 내려와 있어서 "용의 재현과 대면"같은 서사적 순간이었다. 






 



직접 빙하의 어름조각에 손을 대본 감상은 "따뜻하다"였다.

급속히 사라져가는 빙하는 인류나 문명의 종말을 뜻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근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었던지 하여간.

 아무튼 용의 모습을 한 이 거대한 빙하도 2-30년 사이에 엄청나게 후퇴하여 마침내

뱀의 형상도 못되어 사라진다는 예상이다.





 파리넬리를 위한 아리아이지만 우리시대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

알라스카 출신,

비비카 쥬노의 노래로 다시 즐감하게 된다.


Arias for Farinelli
Vivica Genaux, Mezzo-Soprano
Rene Jacobs, Cond
Akademie fur Alte Musik Berlin




Nicola Porpora (1686-1768)
Orfeo, Dall'amor piu sventurato



Riccardo Broschi (C.1698-1756)
Idaspe, Qual guerriero in campo armato
"전쟁터의 무장한 전사처럼"

*****

Vivica Genaux Alaska-born mezzo-soprano


이 노래를 듣기 위해 200년 이상이나 기다려야 했다
저명한 음악가 헨델을 완전히 매료시켰고,
무대에서 아름다운 여인들을 끝없이 실신 시켰던
위대한 카스타로토 가수 파리넬리!!!

파리넬리의 스승 포르포라를 포함하여 당대의 많은 작곡가
들은 파리넬리의 신비스런 목소리를 위해 앞다투어 작품을
썼는데, 이 음반 에 실린 곡들이 바로 그 증거들이다.

모두 파리넬리가 무대에서 청중들을 전율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작곡한 것들인 만큼 화려한 성악 장식들이 많고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긴장감을 유발 한다.

파리넬리가 세상을 떠난 후에 200년 이상 아무도
이 엄청난 능력을 필요로 하는 노래들을 부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비비카 쥬노가 우리의 숙원을 풀어준다.

놀랍다!

'놀랍다 해도 이렇게 놀라운 메조 소프라노는 없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우리 시대 최고의 가수 비비카 쥬노!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감전되어
눈도 못 뜨고 시냇 물에 떠내려 가는 것 같다.
너무도 전율적이고 눈부시며 유려하기 때문이다.

알라스카 태생의 메조 소프라노 가수인 비비카 쥬노는
콜로라투라 가창 능력에 있어 마릴린 혼 이후 최고의
메조라는 평을 받는 가수로서 저음역에서 하이B 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최고의 롯시니 히로인으로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