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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에스파스 반 고흐(반 고흐 정신병원) / 문학의 강 봄호에서

원평재 2017. 3. 26. 22:17















에스파스 반 고흐


아를 탐방의 백미는

반 고흐 정신 병동이었어

새로 고친 고흐의 별밤 다방이

인증 샷으로 테라스부터 북적거렸다면

여긴 명상 터라고나 할까

낙엽 쌓인 내정의 곳곳은

정일靜逸이 켜켜로 묻어나고

 

노랗다 못해 검붉은 혹은 잿빛 이파리

소리 없이 떨구어 버리는

고흐 시대와 고뇌를 같이한 나무들

그래 1889년에 그린 큰 플라타너스 나무도

햇수로 보면 여기가 그 뿌리인가

울퉁불퉁 몸태에 버즘투성이 나무들

몽환과 모호의 질료인데

캔버스가 없어서 병상 시트를 뜯어 그리다보니

다이아몬드 상표가 묻어난 건 현실이고 형상이었지

죽은 자 옆을 지키는 사이프러스 나무는

차마 들어와 설수도 없는

내정內庭

 

서른일곱 길지 않은 화가의 생애는

한 일 년 정신 병동에 마지막 적을 두었고

퇴원 후 일 년도 되지 않아 권총에게 삶을 맡기지

빈센트 반 고흐

 

정상과 이상異常의 경계는 모호해

자기 설정 이상理想의 샘물 속

두레박 타고 내려가면 이상以上인가

 

회오리쳐 하늘 지향한 나무와 꽃

분광되어 더욱 뜨거워진 태양

파쇄되어 흩날린 영혼의 전경

 

팔리지 않는 작부에의 정념

근친여인에의 집요성도

모두 순수와 동정의 화필에 다름 아니었고

미시적 노란색이 거시화된 시각視覺

그런 일련의 시각時刻에 갇힌 반 고흐의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