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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문예 봄호 (아, 빈센트의 아를)

원평재 2017. 3. 31. 09:37













아, 빈센트의 아를!

                                                            

영탄이 시어를 넘보듯 한 건

내 관념의 관념화 탓이려니

 

빈센트 반 고흐에 처음 눈뜬 건

미 8군에서 야매로 흘러나온 헌책더미

펜트하우스와 플레이보이의 백말들 제치고

되잖게 삐죽이 나온 아를의 사이프러스 향나무

뒤틀린 몸매

옛 사춘기 때의 기억이지

욕망과 좌절의 소실점에서

 

흘린 커피 자국에 멋대로 접쳐진 페이지 넘기면

이젤 멘 화가의 피곤한 발길

 

수염 더부룩한 자화상들의 행렬은

어느새 귀에 붕대감은 괴물로 바뀌더니

맨 뒷장은 찢긴 흔적만 남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책

 

헐어진 기억 품어 살다가

여생에 마침내 그 땅 찾아왔어

 

아, 아를

분광된 노랑 빛이 내내 방사되던 옛 마음속 토질은

정작 찾아 밟기 어려웠고

미친 듯 불어재끼는 미스트랄 광풍만 성가신 땅

고갱도 떠나버린 내 마음 적막의 골목길에는

노랑 채색의 간판들만 어지럽고

관람객 아닌 관광객들만 가득 밀려다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