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빈센트의 아를!
영탄이 시어를 넘보듯 한 건
내 관념의 관념화 탓이려니
빈센트 반 고흐에 처음 눈뜬 건
미 8군에서 야매로 흘러나온 헌책더미
펜트하우스와 플레이보이의 백말들 제치고
되잖게 삐죽이 나온 아를의 사이프러스 향나무
뒤틀린 몸매
옛 사춘기 때의 기억이지
욕망과 좌절의 소실점에서
흘린 커피 자국에 멋대로 접쳐진 페이지 넘기면
이젤 멘 화가의 피곤한 발길
수염 더부룩한 자화상들의 행렬은
어느새 귀에 붕대감은 괴물로 바뀌더니
맨 뒷장은 찢긴 흔적만 남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책
헐어진 기억 품어 살다가
여생에 마침내 그 땅 찾아왔어
아, 아를
분광된 노랑 빛이 내내 방사되던 옛 마음속 토질은
정작 찾아 밟기 어려웠고
미친 듯 불어재끼는 미스트랄 광풍만 성가신 땅
고갱도 떠나버린 내 마음 적막의 골목길에는
노랑 채색의 간판들만 어지럽고
관람객 아닌 관광객들만 가득 밀려다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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