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두 바이얼린 협주곡 (2회 연재중 첫회)

원평재 2004. 2. 18. 06:16


1악장 (1.92MB) (mp3파일)

2악장 (709KB)

3악장 (999KB)(mp3파일)

자료 설명



야하 하이페츠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얼린 협주곡 D장조" 입니다
1악장을 클릭해 주십시오---.



춘천 서부시장의 허름한 목조가옥 2층에 한자로는 "深魂", 영어랄까 우리말로는 "시몬" 다실(옛 표현인가)이 있었다.꽤 오래전의 일이다.군단 사령부가 있는 샘밭으로 브리핑을 하러 출장을 갈 때나,브리핑 일이 끝나 내가 배속된 부대로 돌아 갈때나,주말의 서울행 기차 혹은 직행 버스를 탈 때에도 서부시장 정류장은 꼭 거쳐가야 할 환승장이었다.그때는 영화 "터미날 스테이션(Terminal Station)"을 감동 깊게 본 뒤끝이어서 "종착역"이라고 우리는 곧잘 그곳을 불렀으나, 지금 세상을 둘러본 안목으로 이야기한다면 규모에서는 택도 없겠으나 뉴욕의 센트랄 스테이션 같은 역할과 분위기 아니었을까---.인근에는 미군부대 캠프 페이지가 있었고 왠지 어두운 분위기, 그리고 모든 것의 집산장---.그런 곳에 음악 다실 "시몬"이 존재한다는 것은 좀 기이한 느낌을 주었으나,나이든 중년 부인이 젊을 때 음악을 좋아해서 판을 모으다가 생활에 보탬 겸, 자기 집 2층에서 음악 다실의 문을 열었다는 우연과, 그때 쏟아져 들어온 ROTC 장교들의 지적 목마름이라는 필연이 묶어져서,그곳은 군복 입은 초급장교들의 사랑방이라는 필연적 장소가 되었다.소위 계급장을 단 "전우"(글쎄 우리시대에 이런 표현이 꼭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명과 버스를 기다리다 우연히 발견한 이 곳은 차라리 버스표를 물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 우리가 삐거덕 거리는 계단을 아무런 기대도 없이 타고올라간 공간에서는차이코프스키 바이얼린 협주곡 D장조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슬피 울음을 참는듯 흐느끼더니,이윽고 복바치는 감정을 터뜨리고 있었다.디스크 자키는 보이지 않았다.아니 짙은 머릿결과 가끔 밖을 내다보는 꿈꾸는듯한 눈매만 보일 뿐 그 아래는 보이지 않았다.(지금 생각하면 프리다 칼로의 모습이 번진 디스크 자키)연주가 조금 남았을 때쯤 버스 시간표는 거의 출발 시점을 알리고 있었다. 서둘러 우리는 다시 계단을 삐걱거리며 내려왔다.한편 이 때는 이미 다른 경로로 군복을 입고 장교가 된 막역한 나의 친구 H가 춘천에 먼저 와 있었다.다음날 아침 군용전화로 나는 목소리에 단 내음을 풍기며 그에게 시몬 이야기를 했다.하지만 그는 이미 그 곳을 잘 알고 있었다.우리는 주말에 만날 약속을 그리로 하였다.나 보다 한두살 나이가 많았던 그는 정신연령은 열살쯤 위였다고 할까---.그 때 나에게 대한 H의 역할은 싱클레어에 대한 막스 데미안과 같았다."아니, 자넨 항상 한발 빠르네---"내가 데미안에게 말했다."그래도 여기 시몬 사람들은 곧 자넬 더 좋아하게 될걸---"데미안이 예측하였다.그의 예측은 2/3쯤 맞았다."심혼 다실"의 소유자인 중년 부인과 그 남편이 되는 고급장교는 우리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으나,돈을 만지는 그 집 딸 H, 지배인겸 화가인 L형(부인의 남동생), 그리고 마침내(!) 디스크 자키인 L양(부인의 여동생)등이 나를 무척 좋아하였다. 내 성격이 까다로울 정도는 아니지만 무슨 부침성이 있나---,전지의 분위기나 조금 즐기는 화려한 에피큐리앙---,적당히 타락해 보고 싶으면서도 방법이 미숙한 내가 이 시몬 다실에서 주연급의 하나로 행세하게 된 것은 순전히 데미안의 역할과 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인기는 공유되는 속성이 아님을 진작부터 투철하게 깨닫고 있는 현명한 나의 데미안이 왜 나를 자신의 영역으로 위험하게 끌어들였을까---.그 때 나는 아무 것도 몰랐으나 데미안과 L형은 무슨 이권거래도 있는듯했다.그래서 L만은 H의 편이 아닐수 없었다고 한다면 데미안의 예측은 2/3가 맞았다는 말이다.(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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