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황금 가지 (3--끝)

원평재 2004. 3. 31. 08:49
수련원 강당에서 "신입생 OT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벌인 "반제, 반미, 구국" 축제는 새벽 네시까지 계속되어서 나는 눈을 부칠 수가 없었어요.그러나 뉴스 미디어를 타고 시시각각 들어오는 정보와 해설을 보니 조지 부시와 김대중 대통령은 도라산에서 강경한 성명서를 내는 대신 대화의 여운이 담긴 메시지를 북으로 보내고 있었지요."조지 부시"의 한반도 대응이 학생들의 주장처럼 "조지고 부시는" 방향은 아닌쪽으로 극적인 선회를 하고 있더군요.민희의 예언이 맞은 셈이었어요.신통력까지 겸비하였나, 그녀는 정말 귀신같이 되었네요---.그럼 아까 본건 진정 귀신이었단 말인가.새벽에 잠간 눈을 붙이기를 연 이틀, 마침내 돌아오는 날의 아침이 금방 되었어요.커피를 머그 잔으로 벌컥 벌컥 마신다음 나는 식당 한켠에서 학생들이 밥 타먹는 장면을 무료하게 관찰하였지요.재미 있는 것은 열이 좀 흐트러지면 압도적으로 많은 여학생 규찰대가 남학생들의 엉덩이를 철석철석 치면서 질서를 유지시켰어요."얘들아, 남학생들이 여학생 엉덩이를 그렇게 치면 성 폭력이나 최소한 성희롱으로 고소 되겠구나---"라는 말이 입술까지 나왔으나 나는 얼른 집어넣었죠. 그런 말도 듣기에 따라서는 언어에 의한 성희롱이 될는지도 모를 일이니까요.귀경길은 평일이라 그런지 무난하였죠.시작이 반이라니 신입생들도 이제는 반은 대학생이 되었구요---.돌아 온 집무실에서 나는 내가 개설하여 한 때 주인으로 되어있었던 동기생 사랑방 인터넷을 열었어요.중등학교 동기생으로 나와 함께 동기생 카페를 공동 운영했던 절친한 친구가 그 사이 인터넷 카페에 묘한 글을 올렸더군요.지칭은 하지 않았으나, 대상으로는 나를 염두에 둔듯한 글이었어요.물론 그와 나의 관계란 경쟁의 측면을 부인키는 어려웠겠으나사실은 작난이 항상 앞섰지요.내용은 다음과 같았어요,
다른 사이트에서 퍼온 글인데---, 한 번 볼만 함."마님이 배밭골 출신이라면 꼭 같이 보시라우요---."* 아무 여대 화장실 낙서 1 나는 삶을 비극적으로 산다. 외로움은 성숙의 전 단계라 생각한다. 더 이상 외로워지지 않을 때까지 살아 보라.그러면 외로움은 극복 될 것이다. 여대 1年∼3年까지 난 미칠 정도로 외로웠다.그리고 방황. 운명 같은 사랑, 이별... 이제 외로움 같은 감정은 두렵지 않다. 내 友야. 세상이 참 ㅈ같애. 가끔 담배 피구 천원으로 컵라면을 먹었어.나 지금 우울해. 98학번인데 앞으로 졸업을 할 수 있을까? 집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도 어제 짤렸어. ㅆ발. sex는 정말 좋고 자연스러운 거다.sex를 즐길 수 있는 자신이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만일 자신이 "순결"을 지상 목표로 삼고 있는데 어떤 男의 강요나 순간적인 충동으로 한다면 남은 인생은 괴로울 수 있으니까. → 윗글에 대한 답변 sex라.. 아래 글들을 읽다가 다리가 저려서 서서 쓴다. 근데 정말루 sex는 좋다.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의 한 형태다.하지만 서로 판단해서 자신의 의지로 행동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후회만 남을 테니까.참고로, 난 그와의 sex를 즐기는 편인데 한 가지 이유(심리적인)로 헤어질 것 같다.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sex에 대해 후회는 없다. → 윗글에 대한 답변나도 sex가 좋다.후회는 없지만 약간 두렵다. 아니 多 무섭다.아직까지 여성의 순결을 요구하는 사회니까...만약 내가 딴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을 때, 그 남자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아마 이해할 남자는 거의 없다. 그래서 난 무섭다.하지만 이미 처녀도 아니고 섹스는 계속한다.그를 만나서 sex하는 동안은 즐겁다.그러나 문득 내 미래를 생각해 보면 겁이 난다.도대체 이 몸으로 다른 남자랑 결혼할 수 있을까? 난 무섭다. 어떻하지?지금의 그 남자와 결혼할지 말지는 아직 모르겠다.그냥 내가 좋아서 sex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순결을 강요하는 사회가 싫다.나는 낙서 처음 했다.그만큼 이런 얘기를 할 데가 없다. 여기다 밖에는.다른 사람들의 많은 얘기가 듣고 싶다. → 윗글에 대한 답변 
왜 이런 걱정을 하나요. 굳이 男에게 알려서 문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 무엇이 겁나나요? 그것 역시 남녀평등 문제에 있어서 여자가 사회적으로 더 열등하다고 인정하는 겁니다.→ 윗글에 대한 답변 내가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내가 처음이었을 때 그는 처음을 알았고, 처음이 아니었을 때 말하지 않아도 딴 남자는 알고 있었다.경험이ox건 남자는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 윗글에 대한 답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성에 대해 비난하기에 앞서, 저런 의식구조를 심어 놓은 사회를 비난하시오. → 윗글에 대한 답변 여자는 자신의 경험을 어떤 일이 있어도 스스로 밝혀서는 안된다.말로는 "다 이해해", "무슨 상관이야"라고 하는 남자들 특히 조심. → 윗글에 대한 답변
sex 별 거 아니더라. 여자들이여 자유로워지자.인습에 얽매어 sex를 못하다니...하지만 sex를 하면 100% 깨짐… → 윗글에 대한 답변 진리다. 남자는 누구나 도둑놈 심보가 있는 것 같다. → 윗글에 대한 답변 안 그런 couple도 있더라. 내 주위에 있다.여러 couple(다 결혼 약속) sex해서 깨진게 아니라 love 없는 sex를 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 여대 화장실 낙서 2 이 자리에 오는 그대들... 등록금 땜시 휴학해 본 적 있니?난 이번에 휴학해.학기 내내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했는데도... - 또 휴학하는 96아무 여대 화장실 낙서 3젊음이란 주어진 것들을 입 벌려 받아 먹는 것이 아니고하나씩 나의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 윗글에 대한 답변 충고 감사해요. --이상 <끝>--- 무서운 세상이다."멍멍!"
그 친구의 아이디는 "멍멍!"이었지요.그의 아이디가 명사인지, 감탄사인지는 의문이었지만그가 쉽게 감탄하는 인간형은 아니었어요. 어쩌면 "멍멍!"은 세상을 향한 야유인지도 몰랐지요---.화장실 낙서를 동기회 카페에 덜렁 올려놓고 할말 있는 놈은 해봐라---, 씨니칼한 그의 야유가 들리는듯 하였지요.이 녀석이 정말 배밭골 나온 중년의 여인으로부터 실련을 당하였나---.어쨌거나 그의 글은 내가 리를라이를 달아야할 화두같았어요. 뿐만아니라 이 나이에 운영되는 동기회 사이트가 별로 활성화 되어 있지 못하니 내가 불을 지필 필요도 있었고---.나는 아래와 같이 리플라이를 달았지요.인류사에서 이성관계에 대한 기준이란 항상 두 극단간의 긴장관계였겠지.나와 거의 육친의 범주에 있는 그 동네 출신들은 또 어쩌다보니 모두 보수적일세. 가정컨데 내게 그 동네 출신의 애인이 있었거나, 가령 있다면 그들은 당연히 진보적이라고 세상의 평가를 받겠지. "멍멍!"님의  말처럼 "세상 참 무섭다"라는 단정적인 생각은 사실은 남녀 관계를 두고 예나 지금이나 항상 존재해온 인식론이 아닐는지.그리고 이제 나는 무엇이 무서운 것이고 무엇이 무섭지 않은 것인지에 조금씩 자신이 없어지고 있어.아무개 여대 화장실의 낙서판을 읽고 나는 가슴이 아팠네.젊은이들이 이 슬픈 낙서판을 채우지 않고는 더 이상 크지않는 성장 한계점에 다다른다는 말인가.내가 슬픔을 닦아주기 위하여 확신도 없는 보수주의자의 입을 더 열어봐야 늙은이 입에서 군둥내가 난다고 하겠지.그러나 내가 군둥내 난다는 소릴 들어서라도 그들 앞에 서서 슬픈 낙서판을 지우는 미화원의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어제 나는 중력 이동을 해서 찾아온 귀신을 만났는데 이 나이가 되어서야 옛날과는 달리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네---.書耕齋 李政愚나의 아이디는 "멍멍!"같이 씨니칼할 수가 없었어요.그런 시니시즘은 자신이 없었지요.겨우, "書耕齋" 즉 글밭을 갈고 닦는 존재라는 정도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세상의 한계 같았어요.성씨야 타고나길 李家에다가 항렬자가 愚인데아마도 선친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원만하게 지나라고 그 앞에 政자를 부여한건지,진정한 정치가가 되어서 3년 후에 불어닥칠 탄핵 정국을미리 막으라고 기원하신걸까---.부자간의 대화가 없었냐구요?없었죠. 우리 세대에 무슨 대화가 있었습니까---.오해와 갈등 속에서 증오만 면했어도 다행이었죠---.퇴계 어른 이래 海東 儒家(儒學의 의미로)의 대가 끊어졌어요. ㅠㅠ (이번 글, 끝)
David Agnewfrom album "Into The Mist (2002.03)"04. Gabriel"s Oboe12. Heart"s Q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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