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북미주에 체류하다가 돌아와서 친구들과 재회를 즐기기에는
주말 산행 만한 것이 없으리랐다.
귀국 후, 하루를 쉬고 연 이틀 두군데 산행에 참여하였다.
사실 귀국 다음날은 하루를 쉬었다기 보다 동네 치과 병원을 다녀왔다.
노독 때문에 충치가 발호한 탓이었다.
치아를 다스린 다음날인 토요일과 일요일,
정든 구석으로야 우리나라 산하만한게 또 어디 있을까.
내 친구들의 촌철살인하는 재담이 겻들여서 이틀 산행은 마디마디 마다
더욱 맛갈스러웠다.
번지 점프도 새봄의 해동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아이젠을 꼭 갖고와~~",
두군데 모임에서 매일 아침 출발전, 똑같은 지시가 내려왔다.
하지만 첫날 토요일은 허둥대다가 예전에 어디 던져둔 것을 결국
찾아내지 못하고 나갔더니 친구 한사람이
자기 것 하나를 신발에서 빼내더니 건네주었다.
이 친구가 작년과 재작년에 연달아 다리를 부러뜨린 전력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를 위해 다리 하나를 또 위험에 몰아넣겠다는 건가---.
그는 머리가 커서 그런지 기억력도 빼어나고 재치와 재담이 가히 국보급인데,
그 바람에 또 잘 넘어지기도 하는 모양인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뛰어난 기억력과 조직력으로 그는 서말도 넘는 빛나는 구슬, 우리
동기들을 알알이 꿰어서 진정한 보배의 모습을 만방에 과시토록 해준다.
이러한 내 친구의 산사람 정신이 이날 없었더라면 큰 낭패를 볼뻔하였다.
얼어붙은 눈길은 면경처럼 반들거렸던 것이다.
산행 둘째날인 일요일에는 아예 일찍 나가서 아이젠을 하나 샀다.
알다시피 아이젠은 영어로 아이언, 알프스 산을 낀 독일 산사나이들의
산행 도구일진데, 여기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가 지배하고 있었고
값도 3만원 이상하는 고가의 것이 많았다.
나는 제일 싼 몇천원 짜리 쇠붙이로 장비를 갖추었다.
이틀 모두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나가니 사진을 찍는 맛이 그만이었다.
물론 렌즈 착탈식 DSLR을 갖고 나갔더라면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도
있었겠지만 친구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에는 거추장스러웠으리라.
둘째날에는 밧데리 충전을 소홀히 한 탓에 내 똑딱이는 몇번 비명을 지르더니
훌쩍 숨을 거두는 바람에 또 다른 산의 좋은 눈 경치를 많이 담지는 못하였다.
솜씨도 부족한데, 차라리 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산 중턱에 집을 짓고 있는 사람들은 환경론자인가 환경 파괴 개발론자인가---.
강남 CC도 클럽 하우스부터 지붕에 눈을 잔뜩 이고서 정적에 사로잡혀 있다.
숏 팬츠가 특징인 이 곳 캐디들의 모습도 아직 눈속에 있다.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저 까치집을---.
산정으로 마운튼 바이크를 타고 올라온 철인들이 놀랍다---.
이날도 들린 "시골 보리밥집" 옆의 보호수가 장엄하다.
까치집과 비행운---. 비상의 꿈.
당분간 창작집 출판 준비로 조금 느릿 느릿 움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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