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이명 (2회중 끝)

원평재 2008. 4. 11. 21:04

 

준비성 많은 강 사장은 선거구에 사는 친지들의 명단도 준비하여 갖다주었고

개인 자격의 후원금도 창구의 직원에게 내놓았다.

박교장도 얼른 얇은 봉투를 내고 영수증을 받았다.

"건투하시고 필승하시게."

박 교장은 이내 일어났다. 사무실에 와있던 친구들은 오후 유세장에 참석하러

움직인다고 함께 일어나서 나왔다.

"하루에 하나 밖에 일을 못한다는 고정관념이 KTX 때문에 깨어졌어.

책을 낼 일이있어서 얼른 올라가야한다네."

"또 번역인가?"

누가 물었다.

"시력이 갔는데 번역은 무슨---. 그게 아니라 내가 요즈음 문학청년 때처럼

소설 책 내는 일이 생겼어."

배웅을 받으며 박 교장은 변명아닌 변명을 남기고 다시 상경 열차를 탔다.

 

 

서울 역에서 대학로에 있는 예총회관까지는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고도

여섯 정거장에 불과하였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표현이 또 입에서

뱅뱅돌았다.

문인협회 사무실겸 출판부는 그 건물 3층에 있었다. 300페이지 가량의

소설 원고는 이미 넘어가서 재교를 마쳤고 오늘은 주로 표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저녁이나 함께하자는 약속이 된 날이었다.

몇가지 주요한 포인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여 확정하고나서 박 교장은 

정종명 편집국장과 편집 담당 직원 세사람과 근처 식당으로 갔다.

저녁 시간이라 술도 몇순배 돌고 밥도 먹고 하는데 편집부 직원들은

식사가 끝나자 하나씩 빠져나갔다.

적절한 사유가 모두 있었으나 식후의 분위기가 나이든 사람들의 몫이라고

인식한 결과 같았다. 박 교장과 정 국장의 나이가 비슷하였다.

두사람만 남게되자 정 국장이 말문을 열었다.

"저는 봉화 출생입니다만 일찍 광원을 하신 아버지를 따라 태백으로 들어

갔다가 결국 강릉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라벌 예대를 들어갔지요.

고등학교 때 부끄러운 글로 학생 대상의 이런저런 문학상을 거머쥐었는데

돈은 없고, 결국 문학상으로 장학금을 주는 그 대학에 들어가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뭐, 지내놓고 보니 고생은 않고 지낸셈입니다---."

 

"운이 좋아서"라는 말로 자신을 낮추며 그는 시름시름 옛이야기를 꺼냈다.

오랜만에 동시대의 지기를 만난 반가움이 희열로 달아오른듯 하였다.

대학 졸업 후에도 그는 운이 좋았다.

당시 세계 문학 전집 출판 붐을 타고 일손이 딸린 큰 출판사에서 그의 문필을

알아보고 일을 시켰다.

일이란 수십권 명작 고전의 작품 해설 기사를 써재끼는 것이었는데 기찬

짓이란 생각은 들었으나 벅찬 짓은 아닌듯 하였고 틈틈이 개인적인 작품

활동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세계 문학 전집 출판이 시들해졌을 즈음, 그는 현대 문학사에 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다. 그 해설 기사 제작 때에 그를 눈여겨 보았던 지금의

문협회장님 덕분이었다고 한다.

종로 바닥에서 우연히 만나 마침 또 일손이 급한 부서가 있어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출판사, 특히 문예지의 대우라는게 뻔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어릴때

부터의 꿈이 '현대문학사'에서 한번 일해 보는 것이었는데 거기를 들어가고

나니까 배는 고파도 세상에 부러운게 없더라구요.

요즈음 젊은이들이 그 기분을 알까요?"

두사람은 의기 투합하여 술잔을 조금씩 찔끔거리며 이야기의 대해로

빠져들어갔다.

 

 

"그런데 어떻게 늦게나마 등단을 하게 되셨나요?"

편집국장이 박 교장에게 새삼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젊을 때 동인문학상을 탄 정소성 교수를 아시지요?"

대답 대신 이번에는 박 교장이 물었다.

"아, 잘 알지요. 대가 좀 세지요."

"그럴 것입니다. 하여간 이 사람이 제 학교 후배인데 어느날 교육신문에

올린 제 단편 작품을 보고는 전화를 했어요. 선배님은 그래봐야 국민작가에

불과하니까 일단 등단 작가가 되라는 것이었지요.

그 사람 투가 그래요. 그래서 고맙기도 하면서 기분이 착잡하던 차에 기회가

닿아 계간지, '문학마을'에서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지요.

뭐 그렇습니다, 하하하."

"팔자시군요. 교장 선생님만 하셔도 자기 확인은 충분하신데 이렇게 또

뛰어드셨으니---.

교육자이시니까 저도 티칭 경력을 좀 말씀 드리자면 저도 최근 8년간

A 대학교의 문예창작과에서 대우 교수로 강의를 하였습니다.

그것도 또 우연이었지요. 제가 서라벌 예대만 나와서 대학 강단은 원래

꿈도 못꾸는데 대학을 중퇴한 이문열 작가 같은 분이 대학 강단에

서시더라구요.

저도 사실 문예창작 쪽에는 이론 정리가 좀 되어있어서 글로도 발표하고

창작 관련의 책도 내고 하면서, 대학 강단에 서보고 싶은 어쩌면 꿈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게 또 인연이 되려니까 대학 강단에 서는 과정이 예전처럼 외길이

아니고 수많은 코스가 생기더군요.

다양하게 진화한 제도 속에서 글쎄 교섭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뭣한 말씀이지만 그동안 꽤 잘나가는 문창과 교수도 겸업하였답니다."

 

"아, 이명! 정 국장께서는 이명을 쓰셨지요. 제가 그걸 기억합니다.

그리고 또 오늘 우연히 새벽부터 이명과 관련하여 기억할만한 일이

고향에 내려갔다 오는 기차간에서 있었지요."

박 교장은 아침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원래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그 과목으로는 중등학교에서 밥을 먹을 수 없어서 독일어와 국민윤리를

부전공으로 하여 교단에 서다가 교육부의 장학사로 들어갔고 마침내 교장까지

하게 되면서 문학 청년의 꿈은 일찌기 버린 이력의 소유자였다.

 

"학교 다닐때에는 헷세와 슈니츨러를 무척 좋아했지요. 헷세의 크눌프는 지금도

생생해요.

또 학생들 가르칠 때에도 문학청년의 마음을 한시도 버린적은 없었지요.

하지만 교육관련 행정을 맡고 살아오다보니 그동안 여유가 없었지요.

대학 다니던 전후에 읽고 감동받았던 이명, 이명은 한시도 내 뇌리에서 떠난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덕담이나 아부가 아닙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요.

그때 참, 전후 문제 작품집 십여권도 열독했지요."

"교장 선생님의 칭찬에 그 어떤 평론가의 찬사보다 제가 더 감격합니다."

"아이구, 제가 민망하네요. 그런데 아침에 그 청년들의 수런거리는 소리

가운데에서도 정종명이라는 이름이 아이덴티파이 되지 않았어요.

이명의 작가가 저는 주욱 이청준이던가---, 그런 생각으로 지냈지요.

서정인이 아니라는 생각은 그의 '후송'을 기억하기에 분명하였고---."

"아, 후송!"

이명의 작가가 소리쳐 외쳤다.

"후송, 후송이 사상계에서 상을 탔지요?"

박 교장도 화답의 소리를 질렀다.

양심의 소리가 '이명'이 되어 귓전을 때리지 못하는 세태를 탄핵하면서

두 사람은 훌쩍 문학청년 시절로 참으로 오랜만에 서로의 의식을

'후송'시키고 있었다.

 

 (끝)

 

 

 정종명의 [이명]

사회의 배신과 모순된 사회구조를 고발.

힘 있는 자들은 자기들끼리 음모를 꾸미고 그 음모 속에서 자신들보다 약한 자들이 살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다투도록 만든다.

이 소설은 전략적 배신과 모순된 사회구조를 특유의 작가 언어로써 사회를 고발한다.

 

서정인의 [후송] 
 '티나이투스'라는 희귀한 귓병을 앓는 성 중위가 등장한다. 그는 후방 병원으로 후송 받기 위해

군의관에게 자신의 병 증세를 설명하지만 번번이 난관에 부딪힌다.

무려 여섯 단계를 거치면서 계속되는 주인공의 노력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진실을

이해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주제가 나온다.  

 

 

     

     

     

     

     

     

     

    Knulp....Hermann Hesse....

     

    크눌프.. 헤르만 헤세

     

     

     

    꽃은 그향기나 씨앗으로 가까이 접근할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다..

    바람은 마음대로 불어 갈수 있으니까.....

     

     

     

     

     

     

     

     

    헤르만 헤세이의 크눌프는 1915년에 발표된 헤세의

    초기작품입니다..

     

     

    크늘프의 첫번재이야기는 이른봄....

    평생을 방랑자로 살아온 크눌프가 옛친구 피협공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따뜻한 스프가 있고 아늑함이의 아내가 있는 집...

    하지만 크늘프는 그에게 추파를 던지는 피협공의

    아내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가정의 행복은 곧 거짓과 위선이라고...

     

    행복이라는 것은 이웃집하녀 바바라와의 순간적인

    반항...

    고향을 상실한 살람들끼리 나누는 하룻밤의 위안

    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재이야기는 ...

    크늘프의 방랑길에 동행이었던 친구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크눌프는 말합니다...

    캄캄한 밤에 공중으로 올라가는 초록색의 불꽃은

    가장 아름다울 무렵 작은 호선을 그리며 꺼진다고요..

     

    그러므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

    아름다움이 사라져 갈 것을 예감하고 기쁨과 불안을

    동시에 느낄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세번재이야기 종말은 크눌프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죠

     

    나이가 들어서 몸이 이상을 느낀 크눌프는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기서 옛 친구이자 의사인 마홀드에게 고백합니다..

     

    " 14살때 프란체스카에 버림 받은후 인생이 달라 졌다고..

     

    사람의 영혼은 결코 섞일수 없고.....

    사람은 고독한 존재를 너무 일직 알아버린 크눌프...

     

     

     

     

     

     

     

     

     

     

    친구가 원하는 입원을 뿌리치고 눈덮인 숲속에서

    크눌프는 신에게 호소합니다..

     

    " 무엇인가가 잘못됐다면   .... 그것은 당신이 14살때 나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은 것입니다.."

     

    신은 대답합니다...

     

    " 나는 지금의 그대를 달리 만들수 없었다..."

     

    결국 크눌프는 모든것이 될대로 되었다며 미소띤

    얼굴로 영원한 잠에 빠집니다...

     

     

     

     

     

     

     

    크눌프가 되고 싶었던 21세기의 방랑자들을 향해서

    말합니다...

     

    내가 나 일수 밖에 없는 이유...

    신이 당신을 달리 만들수 없는 이유가 다 있다고요..

     

    당신이 걷는 길이 고독하고 영원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니까....

     

    그러니 아름다움이 있는 곳에 미소를 지어며 그길을

    걸어 가라고요....

     

     

     

     

     

     

     

     

     

     

    Knulp....Hermann Hesse....

    크눌프.. 헤르만 헤세

    Cancao Do Mar .... Dulce Pon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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