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눈이 조금 내리던 날, 북촌을 다시 찾았다.
아쉽게도 눈은 오다가 그쳤다.
설경은 놓쳤으나 사진을 찍기에는 천만다행인지도 몰랐다.
슈벨트의 "겨울 나그네"를 내내 입속으로 읊으며 다녔기에 여기에도 몇곡 수록하였다.
크게 틀어놓고 천천히 모두 끝까지 다 들으며 이번 답사에 참여하시기를~~~.
이번에는 북촌 한옥 마을을 주요 대상으로 염두에 두었다.
북촌 사람들은 한옥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아파트에 사는 우리는
그만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보는 사람과 가끔 보는 사람의 시각차이가 이런가 보다.
그나마 이렇게 남은 것이 마구 다가구 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종로구가 뒤늦게나마 자체의 예산과
정부의 보조를 받아서 한옥 특구를 지정하고 보존과 개선에 나선 덕택이다.
"덕택"이라는 표현을 쓰는 쪽은 나같은 구경꾼이고 이 곳에 사는 분들은 나름대로
섭섭함과 부족함이 많은 모양이다.
한옥 마을에는 문을 열어둔 집이 많았다.
여염집이 그렇다는 것은 물론 아니고 대략 소규모 갤러리이거나 공방, 전통찻집과 전시장, 등등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빼꼼히 열린 문을 밀고 마당으로 들어가기만 해도 입장료를 내야하는 처지가 조금
각박하였다.
하긴 큰 화랑이나 박물관에도 입장료를 내야하는 입장일진데, 소규모로 문화유산을 지탱해 나가는
이분들의 입장을 금방 이해할 수는 있었다.
북촌이 조선시대 내내 권문세도가의 동네였다는 이야기를 앞에서도 소개하였다.
최근에는 이화장이나 윤보선가 등이 그 상징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가회동에서 살았던 사실도 문득 풍수지리를 생각케한다.
가회동이 워낙 넓어서 이쪽은 가회 새싹길 쪽이고 재동 계동이 이웃한 곳이어서
가회 본동의 그곳은 조금 뒤로 미루었다.
이번 답사도 겨울 나그네처럼 정처없는 발걸음이어서 북촌 동네에 와서도 무슨 차례를
정한 것은 아니고 직감과 눈빛이 움직이는대로 돌아다닐 따름이었다.
하여간 내 성미대로 무작정 걸어다닌 골목길에 일본 중년들이 들이닥쳤다.
북촌 중에서도 꼭 와보아야할 "겨울 연가"의 배경인 모양이다.
내 발걸음과 직관과 눈썰미가 허무하지는 않구나, 자화자찬이 나왔다.
내친 김에 그들을 따라서 중앙중고등학교 후문까지 가보았다.
기와집 위로 까치가 날아올랐다.
중앙 중고등 학교가 기와집 뒤로 크게 보인다.
그들은 이 쓰레기 더미의 공터에서 멀리 한옥들과 특히 중앙중고등학교를 바라보았다.
마치 고향에 온듯한, 아니 추억어린 사랑의 성지에 온 사람들처럼~~~.
구경꾼 입장에서 다가구 주택은 좀 성가셨지만 부부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있어서 의미가 컸다.
중앙 중고등학교 후문 근처
일본 말로 크게 호객을 하는 분도 있었다.
겨울연가 프로마이드와 욘사마의 사진들이 아직도 팔리고 있었다.
상점의 모양은 꾀죄죄했다.
이런 현장의 모습에서 일본 중년 여성들의 심장의 동계와 맥박이 가라앉고
피끓는 여인들이 모두 피식은 노파가 되어 돌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웃나라 여인들의 피가 몇도가 되건 상관이야 없지만
우리가 장사를 이리도 못하나, 탄식이 되어서 하는 푸념이다.
상념에 사로잡혀있는 순간에 관광객들은 바쁜 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거꾸로 나와보니 겨울 연가 촬영지라는 일본어 안내 간판이 겁도 없이 기와집을 가로막고
크게 매달려 있었다.
이제 길을 건너 가회 본동에서 MB가 잠시 머물렀던 한옥만 구경하고 나면 이번 순례도
끝인듯 싶었다.
Franz Schubert; Winterreise, D 911
01. Gute Nacht 밤인사 (05:51)
05. Der Lindenbaum 보리수 (05:03)
06. Wasserflut 홍수 (03:47)
11. Frhlingstraum 봄꿈(04:35)
13. Die Post 우편배달부 (01:56)
24. Der Leiermann 거리의 악사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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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Pears (Tenor)
Benjamin Britten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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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 본동으로 길을 건너가기 전에 북촌 개발의 현장을 몇 컷 더하였다. 꼴볼견도 있고 기대를 모으는 광경도 있었다. 설명없이 함께 구경하고자 합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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