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보고다닌 투어

북촌의 그 대문은 왜 열려있지 않을까?

원평재 2008. 12. 8. 06:52

 

                  북촌의 중심에 있는 문화재 "윤보선가" 

 

 북촌을 둘러보는 방법은 그 동네로 들어가는 길이 다양한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번에는 풍문여고 쪽에서 들어가 보았다.

대체로는 지하철 안국 역에서 시작하거나 성북동 길에서 넘어가는 방법, 그리고 계동

쪽도 있고---,

 

관심을 갖는 대상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우선 북촌 문화재만 하여도 석정우물터, 김홍범가, 맹사성집터, 관상감감천대, 민영환동상,

재동백송에 윤보선가, 백인제가 등등, 이루 매거할 수가 없다.

 

          

   건물의 위에 기와 정자를 얹었다. 전주 시청 건물이 이런 미학을 도모하였음이 기억난다.

 

 

어찌 예로부터 내려온 문화재만 볼거리가 되랴.

모던한 "아트 선재 미술관"을 위시하여 이루 말할 수 없는 중,소,대형 미술관과 갤러리들,

잘 꾸며놓은 카페와 음식점이 "현대의 고전"처럼 의미와 가치를 뽐내며 기염을 토한다.

또한 새로 개축한 고가풍의 부잣집 기와집도 실은 집주인의 소유가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볼거리에 다름아니다.

쫓기며 사는 이 시대 동시대인들의 시야에 바쳐진 고즈넉한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할 뿐이다.

거기 사는 사람들이 보는이 보다 나을게 없다.

백면서생이 자신에게 주는 지적 미혹만은 아니다.

 

추녀가 서로 맞닿아 다정하게만 보이는 북촌 마을의 일상을 조금 더 눈여겨 보자.

수많은 승용차들이 갈곳없는 철새떼처럼 서로 궁둥이를 들이대며 옹기종기 석양에

길 한켠에서 개구리 주차를 하는 모습을 보라.

 

 

 

"아트 선재 센터" 근방도 비좁기는 마찬가지이다.

 

지하 주차장이 넓은 아파트 촌에 사는 내 마음은 조금전 고택 앞에서 주눅이 들던 자세를

고쳐먹으며 목에 힘을 주자고 자신에게 엄명한다.

사람 사는게 다 그렇지,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말을 하다가 보니 남의 수고가 나의 위안이 되다니!

북촌은 아름다울 뿐이다---.

 

 북촌이라서 그런가,

예스런 모습이 고택에서만 나오는게 아닌듯 싶다.

 

 

다양한 "북촌 보기"의 방법론 중에서도 발걸음이 반드시 멈추는 곳이 있으니 바로

"윤보선가"이다.

북촌의 한 가운데에 자리한 이 전통 고택은 그 너른 대지에 아흔아홉간으로 들어찬

안채(내당), 사랑채, 행랑채, 곳간 등등인데

밖으로는 용마루와 추녀만 기와 담 위로 삐죽 솟아보여서 직접 한번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을 굴뚝처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문화재 고가의 대문은 평소 굳게 닫혀있다.

왜그럴까?

 

 윤보선가의 건너편에 유서깊은 안동 교회가 우뚝 서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이 글의 맨 아래로 미루고 우리는 먼저 북촌 답사부터 시작한다.

 

조선시대에는 청계천을 중심으로 세 개의 동네가 있었다.

북(北)촌, 중(中)촌, 남(南)촌이 그것인데, 저마다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었다.

북촌은 청계천의 북쪽 동네로서,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동네를 일컫었다.

이곳에는 전통적으로 왕족이나 사대부 등 지도층 계급이 살았고, 따라서 대저택이 즐비했다.

중촌은 청계천 주변의 동네로서, 주로 역관(지금으로 말하면 외교관)이나 중급 관리들이 살던

동네였다.

남촌은 청계천의 남쪽 동네로서, 남산 일대에 살던 서민들의 동네였다.

 

현재 북촌이라고 하면, 종로구 가회동, 삼청동, 계동, 재동, 안국동을 일컫는다.

원서동과 인사동을 넣기도 한다.

서울시에서 한옥이 가장 많고 보존이 잘된 곳으로서, 포토 매니아들의 답사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나도 그 발길에 한 묶음이 된 셈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가운데 큰 길, 가회로를 놓고 왼쪽을 주로 다닌다.

오른쪽 북촌 한옥마을, 그러니까 가회동, 계동, 재동은 이틀 후쯤으로

나누어 올리고자 한다.

그 사이에 큰 눈이 오지 않는다면---.

 

풍수지리적 측면에서 볼 때 서울에서의 최상지는 경복궁이고, 다음이 창덕궁이니 이 궁궐을

연결하는 선상의 지역, 북악과 응봉을 연결하는 산줄기의 남쪽 기슭에서 현 율곡로 좌우측

일대는 주거입지 즉, 양기풍수상(陽氣風水上)의 최길지(最吉地)였다.

이 지역은 이른바 북고남저(北高南低)로서 겨울에 따뜻하고, 배수가 잘 될 뿐 아니라 남쪽은

넓게 트였으며, 안산(案山)인 남산의 전망도 좋아 정침(正寢)이나 사랑(斜廊)이 항상 남면(南面)

할 수 있는 장점도 지녀 이 일대에 그때마다의 권문세가(權門勢家)들이 모였던 곳이기도 하다.

 

             가회로 왼쪽을 다니자면 풍문여고로 들어오는 길이 첩경이다.

            이곳은 특히 신구의 대조가 극명하여서 사진빨이 세다.

 명문득 윤보선가에 당도하고 보니 그 앞의 <명문당>이 눈에 띈다.

원래 고전 출간에 한 명문하였으나 지금은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들을 모두 다루는듯하다.

 

 

                안동 교회는 정말 우리의 새벽을 깨우는 역할을 오래 해왔다.

 

 

 윤씨 고가구가 윤보선가 가까이에 있다.

혈연이 닿는지는 모르겠다.

 

 매달린 사람이나 내리다지 배너의 글귀나 모두 은유에 가득하다.

솔 벨로우라는 미국 유태계 작가가 Dangling Man을 쓴 것은 1944년도였다.

"허공에 매달린 사람"으로 국내에 번역이 되었는데 원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황당한 처지의 사나이"라는 뜻이다.

유태 청년은 그때만 해도 미국 사회의 dangling man이었다.

이 시대의 우리는 모두 그 유태 청년의 처지라는 은유였다.

danger, endanger가 모두 한통속의 어휘이다.

하지만 저기 매달린 사람은 생존의 목표가 뚜렷한 행복한 사람이다.

 

저 건축물은 어느 대기업의 창업주가 보스톤에서 잃은 자제를 기려서 만든

아트 센터이다.

내 친구가 그 기간을 포함하여 오래 모신 분이라서 깊은 인품에 대하여 들은 바가 많았었다.

      정독 도서관 출신들은 "천진포자"를 성지처럼 머리에 새긴다.

이 중국 만두집의 역사는 삼대에 걸치는데도 그들은 아직 우리말에 서툴다.

히스토리가 재미있지만 여기에 흘리기에는 너무 길다.

 

이곳에서의 주문은 대화체가 아니라 간단 명료한 주문체라야 된다.

대화체로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

 

천진포자에서 내다보니 건너편에 에스프레소 "테이크 아웃" 점이 보인다.

특이하지만(특이하여서) 유명하다.

 

"라면 땡기는 날"이라는 라면 집이다. 

줄여서 "라땡"이라고도 한다. 일본의 라면 집이 생각난다.

여기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추운날 밖에서 기다리는 줄이 길다. 눈치가 보여서 찍지는 못하였다.

 

 

식당인지 음악 감상실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이 집은 두가지가 다 유명하다.

대기업의 회장인 내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항상 삼청동 길과 북촌 길을 한바퀴 돌고나서 혼자서 음악을 들으며 점심을 든다고한다.

인도에서도 우연히 만났었다.

마하트마 간디의 기념관이 있는 곳 화장실 앞이었다.

사진을 찍었는데 아무래도---, 내렸다.

 

 

 

 

샤머니즘이라는 무속 전시 카페나 해인승복이라는 옷집이나 이곳이 아니면 만나기 힘든

이름인가 합니다.

사진 몇장 아래로 더 올리고 북촌 탐방은 이틀쯤 후에 다시 합니다.

지둘러 주십시오.

 

 

 

 

  

  

맨 위에서 제시한 의문문의 답을 잊고 이번 글을 마칠 뻔 하였군요.

"윤보선가"의 대문이 평소 열려있지 않은 것은 그 집이 가정집, 사저이기 때문이랍니다.

살고 있는 집 대문을 누가 열어놓고 지내랴---.

 

하지만 이틀 후에는 열린 대문도 많이 올립니다.

기다려 주시기를---.

 






*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中 ' 보리수' / 나나무스꾸리 성문 앞 우물가에서 (Am Brunnen vor dem Tore)"
라는 제목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이 가곡은 1822년에 빌헬름 뮐러(Wilhelm M?ller)가 쓴 시에 슈베르트
(Franz Schubert)가 1827년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이 「보리수」는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Winterreise)』중에서 가장 널리 애창되는 가곡입니다.

'깊이 보고다닌 투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촌 가회동 그집  (0) 2008.12.13
북촌의 열려있는 대문들  (0) 2008.12.10
겨울 야경  (0) 2008.12.04
가을 빨리 돌아보기 (신사동 가로수 길)  (0) 2008.11.30
가을 되찾기 (1. 삼청동 길)  (0) 200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