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보고다닌 투어

겨울 야경

원평재 2008. 12. 4. 00:15

 

 

세모의 모임이 슬슬 기지개를 켠다.

벌써 이틀 저녁이나 명동과 소공동 쪽으로 나갔다가 겨울의

야경에 부딛쳤다.

세계적 공황 속에서 맞는 겨울 야경이나 아직은 별로 표나지 않는 보통의 겨울 저녁일 따름이다.

하지만 마음은 공연히 춥고 수선스러웠다.

 

조금 과장된 기분으로 생각해 보자면,

내년에도 이만큼의 현란한 야경을 우리의 국력이 이끌어내고

또 우리의 심안이 그걸 즐겨낼 수 있을까,

우국지사같은 근심이 앞섰다.

 

어쨌거나 휘황찬란한 밤 구경을 한다고 세금을 더내라고는 하지 않을테니 밤 외출에

똑딱이 카메라라도 들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겨울 밤의 첫 나들이는 감사의 초대를 받은 자리였다.

감격스러운 저녁이었다.

소공동의 L 호텔에서 감개무량함을 한없이 느끼고 나오면서 작은 디카를 눌렀다.

적어도 이날 저녁만은 세상 모두가 형언할 수 없이 정말 아름다웠다.

   

  

 

 

    예나 지금이나 겨울밤은 포장마차가 제격이다.

요즈음은 "포차"라고 애교있게 줄여서 부른다.

  

 러시아에서 본듯한 털모자가 이채로웠다.

하긴 이 주위가 모두 관광객들 천지였다.

 

 

  

 명동 지하철 역 입구---.

  

  

 

 

 명동 인파도 국제화 되었다.

 

 

 "이라샤마세"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명동교자라면 명동 칼국수집이 아니던가---.

(구)명동칼국수라고 간판에도 있다.

 

구세군 자선남비는 역시 어둠에 항상 묻혀있다. 

 

 

 

 국제 엠네스티 사람들은 지금 중국과 러시아의 인권을 이 땅에서도 일년내내 상기시키고 있다.

 

 명동 성당에 들렀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정작 닥아오면 조금 다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의연하게 아무 내색없이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신이 말구유에서 이루어졌음을

불도 밝히지 않고 그냥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야단스러운 광경보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였다.

 

 

 

 

 두번째 밤 나들이는 어떤 문예지에서 초대를 하여 나가게 되었다.

시도 낭송하고 신인들도 축하하고 계간지의 발간도 기념하는 모임이었다.

 

 

 우리 테이블의 홍일점 할머니는 탈북자(새터민)이었다.

김영순 여사라고 하였다.

평양 최승희 무용학원의 1회 졸업생이라고 한다. 

곧 <나는 성혜림의 친구였다>라는 책이 나온다고---.

   

 돌아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외롭다.

 

 내 창작 단편도 권두시 다음에 실렸다.

문협의 소설 분과 위원장인 이광복 작가는 장편을 연재하고 있다.

통기타 라이브 카페의 공연작, <무아>가 시선을 끌었다.

이날 밤을 장식한 마지막 어휘였다. 

 

와인 잔에 스며드는 진한 재즈의 향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