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에서 영화 찍은 장소였다는 표지를 많이 보았다. 배경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이 해박는 집도 누대에 걸친 유서 깊은 치과병원인 모양이다.
북촌 구경도 이제 접을 순서가 되었다.
몇군데 교과서적인 곳들은 그냥 다른 사람들의 자료가 많이 있어서 생략하고 다만 한 곳만
애써 찾아가 보고 싶었다.
북촌 가회 본동에 대통령이 된 MB가 후보자 시절 잠시 우거하던 집이 그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특별한 인연이야 있을리 없다.
그저 나중에는 대통령까지 된 분이 자신의 편한 아파트를 두고 공연히 북촌으로 집을 빌려서
왔을 때에는 무슨 풍수지리 설 같은 것을 좇은거나 아닐까,
그래서 그 가회동 집으로 가보면 무슨 정기나 서기 같은 것이 뻗치는 건 아닐까,
그걸 사진으로 찍어나볼까.
그런 조금 푼수같은 생각도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해보니 MB가 서울 시장 시절에 여러 분야로 기관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불러서
서울 시정과 특히 청계천 복원 관련의 청사진 등을 설명하고 시청 청사내의 식당에서
밥을 한그릇 낼 때 참석했던 기억은 난다.
열정에 찬 음성이 인상적이면서 너무 자신에 찬 목소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그리고 시장을 그만 둔 후, 청계천에서 우연히 조우하여 악수하고 사진 한장을
찍은 생각도 난다.
이 정도라면 인연 비슷한 수준은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대통령과 국민의 한사람이라는 인연만큼 큰 인연이 또 어디있으랴.
사설이 길어진듯 싶다.
MB가 우거했던 집은 맨 아래에 소개하여 올린다.
흥미를 끝까지 끌고 갈 내 얕은 수작임은 물론이다.
여염집을 그림집으로 바꾸었다. 아주 깔끔하고 선명한 느낌을 강렬하게 풍겼다.
밖에서 사진을 찍었더니 그러지 말라고 주인이 말하였다.
전형적인 ㄷ자 한옥이어서 서울시 민속 자료로 지정이 되었다고 한다.
마침 대형 차에서 노인이 내리는데 간병인인듯한 아주머니가 부축을 하고 있었다.
차마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외면하고 말았다.
집이 이렇게 오래되었으니 주인이 노환인 것도 금방 이해가 될듯 싶었다.
출판사인 <김영사>가 이곳 북촌 큰길가에 있었다.
역시!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터져나왔다.
소슬 대문을 세우고 첩첩이 뒤로 기와집이 들어선 이 광경이야말로 바로 전통의 한옥 마을이 아니던가.
가회동 성당이 아담하고 미쁜 자태를 보여주었다.
눈이 뿌리다 말다 하였다.
가회동 골목길
무슨 공관인듯 싶은 이런 기와집은 밋밋하여 전통 와당이 아니다.
전통 한옥은 추녀 끝이 한껏 멋과 기교를 부려서 낭창하게 올라가야한다.
연변 과기대에 객원교수로 있을 때에 중국인 촌에 섞여있는 조선족 기와집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바로 이 추녀의 모양이었다.
저 밋밋한 중국식 추녀의 선과는 확연히 다른 우리의 곡선은 아름답다 못하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바로 여기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자이던 시절 살았던 집을 드디어 찾았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나름의 내공이 필요하였다.
"MB가 후보자 시절 계셨던 곳이 여기 어디 아닌가요?"
대략 내 질문이 이런 식이어서인지 큰 길 가에서는 잘 모른다는 대답이 좀 냉랭하게 들렸다.
틀린 답이나 퉁명한 반응도 나왔다.
골목길이 복잡하여 찾기 어렵다는 걱정을 해주는 분도 있었다.
마침내 골목길에 들어서자 정작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굴뚝에서 따뜻한 연기는 나오는데 추운 겨울날 오전,
인영(人影)이 있을 리 없었다.
오래 기웃거리고 있던중,
마침내 찾던 집의 바로 건너편에 사는 후덕한 모습의 아주머니가 나타나서 건너편 집,
바로 찾던 그 집을 친절히 지적해 주었다.
북촌에는 흔한 보통의 기와집이었다.
황토 바른 곳에 꽃무늬 새겨 넣은 모양을 임금 왕(王)자로 읽은 것은 내 속물근성이었다.
지맥에서 상서러운 서기도 뻗쳤겠지만 내 눈에 그런 왕기가 포착될 리 없었다.
북촌 한옥 1길 25라는 주소지는 왕기서린 집의 뒷집이다.
그러니까 왕기 서린 집은 24호인가 싶다.
고색과 고목과 대나무 숲이 얽힌 한옥 골목을 되나오며 생각해본다.
나라가, 아니 세계 경기가 미중유로 나쁜 지금이 MB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이리라.
냉랭했던 길손들의 반응을 온기로 바꾸는 일은 경제 흐름의 천기를 잡는 지혜뿐만 아니라
힘든 서민들의 마음에 동참하여 팍팍한 인심을 잡는 일이리라.
얼마전에 가락시장 통에서 보인 대통령의 눈물은 그런 마음의 표상이리라.
떠나며 잡은 사진 두 컷, 어느 쪽 구도가 더 좋을까요---?
둘 다 별 볼일 없는 그림인가요?
기름 난로의 열기는
- 겨울 나그네 / 황금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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