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문경을 거쳐 예천 삼강 주막에 이르다.

원평재 2009. 3. 29. 21:48

책임을 맡고 있는 어떤 모임의 봄놀이 사전 답사를 위하여 며칠 전 수안보를 거쳐

문경으로 향하였다.

여정상의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채 "문경 관광 호텔"에 일단 걸음을 멈추었다.

 

봄놀이 당일에 이곳에서 부페로 오찬을 하고 여흥을 즐기는 계획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키 위하여 일단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방문 약속은 물론 되어있었다.

 

 

 문경 호텔 현관에서 내다본 비오는 날의 조령세재

 

 

산뜻한 호텔 경관 못지않은 인상의 총지배인이 "이문경"이라는 명함을

내밀자 솔직히 현업에 충실한 그의 자세가 깊은 인상을 주었다.

문경 관광 호텔의 PR과 판촉을 위하여 "개명 명함"을 공손히 바치는게

그리 쉬운 아이디어는 아니지 않겠는가---.

 

아무튼 최종 여정의 스케줄은 몇가지 가변성을 남겨두면서 우리는

내친김에 경북 예천에 있는 우리시대의 마지막 주막집, "삼강 주막"까지

들렀다 가기로 하였다.

 

 

 

"우리"라고 하는 표현은 친구 네명을 말함이었다.

오늘의 가이드를 자청한 외우 K는 경북의 오지인 문경까지 와서 지척지간인 양반골 "예천"을

소 닭쳐다 보듯 지나치면 센스가 아니라고 하였다.

  

 

 

 

 

  

이른 봄, 빠른 저녁이 걱정이었으나 춘분도 지난지 훨씬 되었겠다 싶어서

핸들을 남향으로 잡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와보지 않았더라면 천추의 한이 될뻔하였다.

다만 아직 답사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여기에 영상부터 올리는 일이

조금 성급한듯도 하다.

또 외우 K의 넌즈시 던진 담화, "이 곳을 배경으로 팩션하나 쓰시게"하는

권유도 마음에 숙제로 남는다.

숙제는 안하고 그림부터 낙서처럼 그려대는 꼴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뱃사공 외상장부, 외상 변재 장부, 등등의 기호가 부엌 황토벽에 금으로 그어져 있는

기이한 장면 만으로도

설화적 정황이 충격으로 와닿는다.

 

 

 

그러나 원래 역량이 부족한 내 필력이 팩션이든 픽션이든 한꼭지를

풀어내려면 하대세월일 것이다.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깊고 강한 인상의 삼강 주막 여정이 내 얕은 춘정(春情)까지 발동 시켰다는 

핑계로 우선 여기 스케치 사진만 몇장 올려본다.

진정한 숙제는 천천히 해내든지, 아니면 종아리 몇대 맞고 내팽개칠는지

나도 상금 모르겠다.

 

 

이분들은 프로 주모가 아니고 동네에서 돌아가며 봉사하는 여염집 아주머니들이다.

  

 

 

 

 

  

 

 

 

 

 

삼강 주막을 뒤로하고 함께 간 외우 K의 생가를 얼른 들러보기로 하였다.

지금은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유서깊은 고택에는 현재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송덕비까지 문 앞에 세워진 이 댁의 모습은 차후에 더 올려보기로 하고

오늘은 대략의 스케치로 예천 방문을 마칠까한다.

좋은 그림을 포착하여 갖고 온 사실이 지금도 가슴 뿌듯하다.

  

  

 

 

 

 

 

 송덕비 앞에 선 세사람이 내 카메라 앞에서 꼼짝 못한다.

 

 

 

 

 

 

 

나오는 길에 용궁 양조장을 들렀다.

예전에는 외우의 어른들이 운영하였던 곳이다.

예천 인구가 17만명이던 때였다.

지금은 3만7천명이다. 주인도 아래에서 일하던 사람으로 바뀌었다.

내 친구 후광인지, 사람이 아주 좋았다.

막걸리 맛은 더 좋았다.

천정에서 보이는 대들보의 상량날짜를 살피니 딱 50년 전이다.

얼마전 중앙 일간지에서도 변치않는 고택의 특집 사진으로 꾸민 곳이라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하루종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황혼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아까 본 송덕비의 뜻을 알겠노라고 농담반, 진담반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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