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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진집 <바람의 시선으로>에 사로잡힌 시선

원평재 2010. 12. 29. 11:01

사진집 <바람의 시선으로>에 사로잡힌 시선 

 

(사진 작가 공경희의 작품 세계)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신간 사진집의 해제를 맡아달라는

청을 받고 기꺼이 응하였다.

평소 이 작가의 디지틀 사진 세계를 인터넷 광장에서 익히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바를 포토 칼럼니스트의 입장에서

자세히 감상문으로 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책 소개 >

 

바람의 시선으로 - 공경희 사진집

 

흑백과 칼러의 혼합구성. 98페이지

250* 250 사이즈. 양장본. 

 

(바로가기 링크 )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6541301&orderClick=LAG 

 

Daum책 :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96541301

 

 

 

<책 속으로 >

 

미시적 예각으로 거시적 담론을 담아낸.. 

 

                                        글쓴이 ㅣ 김유조  교수 ( 포토칼럼니스트 . 문학박사 ) 

 

예술의 본질을 "자연과 인생의 재현"으로 보는 시각은 고대 그리스 이래로 지속되는 주장이다. 미메시스 이론이 그것이다.

문학과 회화의 모든 장르, 음악과 퍼포먼스 중심의 예술에 이르기까지 이 주장의 범주에 예속되지 않는 분야는 없다.

특히 모던 테크놀로지의 혁신적 발전에 힘입어 꽃을 활짝 피운 영상 사진 예술의 경우,  재현의 이론은 더욱 탄력을 받는다.

하지만 원래 "미메시스"라는 어휘의 뜻 자체가 모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확장된 의미 창조무게 중심이 있듯이

사진 예술의 변경도 단순 복제에 그치지 않음은 물론이다.

 

 

              산란하는 밤물결 (distracting night wave )    

 

 

 

 

오늘날 놀랍도록 발전한 사진 예술의 경지는 마치 인상파 화풍 이래 가히 혁명적으로 주제와 기법이 변화해 온 회화의 발전사에서

그 유례가 발견된다.

이제 사진 렌즈를 통하여 사물과 인생의 의미를 재창조해내는 놀라운 신세계는 창조주가 만든 이 세상 만물, 이데아의 세계에

전복적 도전을 서슴지 않는 지경에까지도 이르른다. 

공경희 사진작가는 이러한 현대 사진 예술의 확장된 스펙트럼에서 단호하게 몇가지 띠를 선택하여 자신의 세계를 천착한다.

 

                                        무제 ( Unlimited )  

 

 

 

 

그 선택과 집중을 조명해 보면, 첫째 사물에 대한 깊은 미학적 접근이다.

삼라만상, 이데아의 세계에는 미추의 세계가 공존한다. 모든 대상을 재현의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한정된 시간과

노력의 조건에서 선택은 개인의 사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유물의 제시에서 관람자가 공감을 통하여 공유의 세계에 접하며 미적 희열을 느끼게 되면 그 작품 세계는 성공이 아닐수 없다.

 

 

            아름다운 유영 (Beautiful Swimming )

  

 

 

 

둘째 이 작가는 도회적인 대상을 즐겨 포착한다.

예술이 자연의 재현이라고 하여서 Urban의 밖으로 나가 Sub-urban, 재야의 산천초목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도시인으로 살면서 우리는 그 도시의 자연현상에 대해서 얼마나 확실히 인식하며 살고 있는가. 그 일상적 맹점과 무심함에

이 작가는 렌즈의 화각을 펼치는 것이다.

물론 산과 들판의 자연현상을 이 작가가 무시하고 대면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존재 그리고 관계 (Existence and Relationship )| 

 

 

 

 

셋째로 기법상의 과감한 절제 전략이 돋보인다.

똑같은 대상물을 어떤 각도에서 얼마만큼 보는가, 어떤 부분은 미시적 예각으로, 또 어떤 면은 거시적 둔각으로,

그렇게 축소와 확장의 시선을 아낌없이 투사하는 이 작가의 직관과 오성에 따라서 사물은 "낯선"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나팔꽃 (A Morning Glory ) 

 

 

 

시에 있어서의 "낯설게 하기" 기법이 이 사진 작가의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이다.

이 낯선 모습은 일상에 너무나 잘 길들여진 우리의 타성을 깨고 새로운 비전에 눈뜨게 한다. 하지만 이 작가는 이런 접근법이 너무나

과격하여서 전복적 전략으로까지 이르게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성찰과 미학의 영역에 책임과 연대의식도 함께 갖고자한다는 소신이 보인다. 

   

 

                                                         나르시시즘 | Narcissism 
 

 

 

 

       가을 빛에 부유하다 | Floating on the Surface of the Autumn Tints

 

 

 

 

한가지만 더 이 작가의 작품 특징을 고찰해 보고싶다.

모든 예술 작품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 중의 하나에는 유한한 삶과 이 한계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녹아있다고 하겠다.

지는 꽃을 그린 낭만주의 시인 쉘리나 키츠의 시에 항상 영원성이 내비치고 헤밍웨이의 소설에서도 사랑의 행위 속에서

 흐르지 않는 시간(still point)이 추구되듯이 이 작가의 사진 작품에서도 은은하게 그러한 염원이 엿보인다.

흑백으로 재현한 "충만"이라는 타이틀의 조선 백자 항아리의 끝없는 침묵이 오히려 지금 여기 들리지는 않지만 연면하게 이어지는

아악의 영원한 음률을 감추고 있는듯 싶은 것이다.

 

 

 

                                              충만 ( Fullness )  

 

 

 

 

흑백 작품을 앞세우고 칼라를 뒤로한 배열도 지혜롭다고 하리라.

앞 작품들이 일필휘지로 주제와 의미와 시간의 편린들을 압축해 놓았다면 뒤의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한뜸 한뜸 공들여

수를 놓은 자수의 세계처럼 눈 앞에 전개된다. 

 

제목  <바람의 시선; IMPRESSION>이 혹시 오독될는지 모르겠다.

정독을 해보자면 가벼운 속성의 바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 세상, 이데아의 세계를 막힘없이, 거침없이 재현코자한 마음의 표상이

그 본래의 뜻인가 한다.

 

서가 위에서 오래오래 빛을 발할 작품집 하나를 발견해내었다.  

 

 

 

                                                    기억의 자리 ( Space of the Memory)

 

 

 

< 작가 노트 >

 

 어느날 문득 나의 길에서 꿈의 빛살을 보았다.

그리고 그 빛살 따라 걸어간 길에는  꽃잎 분분한 봄, 뜨거운 태양 속 푸르른 생명을 잉태한 여름,

찬란한 색조 떨어뜨려 더욱 애잔한 가을, 시간을 헤아리며 뒤돌아보는 겨울이 있어서

끝없는 순열과 조합으로 벅찬 형상을 자아내고 있었다.

끝이 없는 현상의 물레 속에서 나의 감각과 인식력은 어느 지평까지 파악과 포착을 할 수 있을

 

 직관과 성찰의 과정을 거쳐내면서 나는 바람의 시선을 배웠다

머무는 것 같지만 머무르지 않는 바람의 원형질로 부터, 또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바람의 자유로움으로 부터---. 

자연속에서 또는 거리에서, 창 안에서 창 밖에서 바람의 시선으로 보는 대상들의 몸짓과 무언의 속삭임은 내 사진의 이야기가  된다. 내 가슴에 절로 스며드는 느낌,  피사체와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그 황홀한 순간에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그 느낌들을 모아 내 꿈 속의 빛살들, 그 행간을 채워나가는 것도 일상의 또 다른 의미 찾기이다.

 

 이제 바람의 시선으로 내가 잡아 두었던 그 행간의 한자락을 풀어 다시 바람처럼 자유롭게 세상에 내보이며 의미의 재현을 나누고 싶다.

지울 수 없는 내 마음 속의 임프레션, 그 강렬한 잔영을!

 

 

< 목차 >

6. 충만 | Fullness
8. 고요에 묶이다 | Bound by Calmness
10. 네거티브 잔영 | Negative Traces
12. 마임 II | Mime II
14. 성채 | Fortress
16. 내다보기 또는 들여다보기| Looking Outside or Looking Inside
18. 상실된 기억 | Diappeared Memory
20. 빛살 아래 | Under Rays of Light
22. 존재 그리고 관계 | Existence and Relationship
24. 인터페이스 | Interface
26. 무제 | Untitled /28. 욕망 | Desire
30. 나르시시즘 | Narcissism
32. 빗방울 변주 | Playing a Variation of Raindrops
34. 깊은 화답 I | Deep Response
36. 이면을 뒤적이며 | Rummaging a Reverse Side
38. 모래톱의 추상 | Abstraction of a Sandbank
40. 해빙의 형상 | The Shape of Thawing
42. 흐름 I | The Flow
44. 발자국의 미학 | The Aesthtetics of Footprints
46. 먼 여정에서 | From the Long Journey
48. 컬러 판타지 | Color Fantasy
50. 바람의 행간 | Spaces Between the Wind
52. 호접몽 | The Dream of A Butterfly
54. 흩날리는 빛 | The Fluttering Light
56. 마음 가는 대로 | Road That The Mind Is Walking On
58. 추억 여닫기 I | Opening and Closing Memory
60. 항아리에 담긴 환희 | Joy in a Jar
62. 손짓 | Gesture
64. 봄이 흘린 흔적 | Traces That The Spring Fell
66. 고흐의 삼나무를 생각하며 I Imagining the Painting by Van Gogh
68. 색의 조화 | Harmony of Colors
70. 몽환 | Glourious Dream
72. 노을에 젖다 | Indulging in Sunset
74. 꿈꾸는 겨울나무 | A Dreaming Tree in the Winter
76. 비밀의 정원 | Secret Garden
78. 나팔꽃 | A Morning Glory
80. 순환 | Circulation
82. 아름다운 유영 | Beautiful Swimming
84. 가을 빛에 부유하다 | Floating on the Surface of the Autumn Tints
86. 고생대 | The Paleozoic Era
88. 별밤을 그리다 | Drawing the Starred Night
90. 산란하는 밤물결 | Shimmering Wave at Night
92. 밤비의 끝을 잡고 | Holding the End of Night Rain
94. 피아노 소나타 | Piano Sonatas
96. 기억의 자리 | Space of the Memory

 

 

출처 : 문학과 의식 포럼
글쓴이 : 청담 김유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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