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Sex, &

성적 자유와 사랑의 불모성 / 가. 굿바이 컬럼버스

원평재 2011. 2. 9. 02:51

사. 성적 자유와 사랑의 불모성

전후 세대의 성도덕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전장(戰場)의 황폐성과
가치 파괴적인 상황으로 말미암아
대부분 성적 자유와 육체의 구가라는 풍조가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젊은이들의 성에 대한 태도도
이러한 점에서 예외일 수 없었으며
이러한 성적 자유 내지 방종에 이르는 가치관은결국 사랑의 불모성을
그 귀착점으로 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시대상은 당연히 많은 문학작품의 주제가 되고도 남았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도시화의 급속한 진행과 후기 산업 사회의 도래는
이러한 풍조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음도
우리의 주위에서 광범위하게 목격되고 있다.

유대계 미국 작가, 필립 로드(Philip Roth)가 쓴
『잘 있거라, 칼럼버스』(Goodby, Columbus)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잘 나타나 있다.

닐 그러그먼은 뉴욕 근교 뉴어크 시내의 숙모 댁에서 기숙하며
도서관에 근무하는 23세의 평범한 유대인이다.
어떤 클럽 전용 수영장에서 부유한 유대계 처녀 브랜더 파팀킨을 알게된다.
닐은 그녀의 호화스러운 저택에 초대를 받아 가족들을 만나고
쉽사리 육체관계까지 맺으며
그녀 오빠의 결혼식 날까지 근 2주 동안이나 그 저택에서 머문다.
파팀킨 부인은 의심스러운 눈초리이나 너그러운 남편은 호의를 보인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브랜더는 보스톤의 명문 여자대학으로 돌아가는데,
흔히 귀향을 하게되는 유대교의 신년 축제 때에 그녀가 학교 사정으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자 닐이 그녀를 만나러간다.

그런데 그가 보스턴의 그녀 방에서 발견한 것은
그녀가 고향집에 두고 간 피임 기구를 부모가 보고 놀라서
딸인 그녀에게 보낸 편지였다.
닐은 그녀가 고의로 그 편지를 자기의 눈에 띄게 했다는 예감을 갖지만
브랜더는 이를 부인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둘은 사랑의 종말이 온 것을 느낀다.

육체와 감각만이 찬미되고 있는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그래도 자신을 신뢰하는 긍정적 정신이 남아 있어서
감상적 패배주의는 모면하고 있으나
이러한 정신도 청춘이 갖는 이기심으로부터
주인공을 해방시키지는 못하였다.

결국 이 소설의 주제는 청춘의 에로스와 에고이즘이 합쳐져서 빚은
짧은 사랑놀이와 그 결별의 과정이라고 하겠다.
사랑의 심화와 정신의 성숙이 합쳐졌을 때에만
남녀간의 진정한 상호 보완과 위안이 온다는 사실을
이들은 미처 터득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청춘남녀들의 사랑의 불모성을 해부한 것은
로드 문학의 지속적 주제이자 우리 시대의 반복적 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