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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 이야기

원평재 2011. 2. 18. 02:28


화창한 일요일날, 동료 댁내의 혼사에 참여해 보니
우리 테이블에 주례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모였다.

주례도 이제는 좀 번거럽게 느껴지는 나이와 입장들인데 마침 오늘
주례 서는 동료가 첫 주례라고 미리 밝히는 바람에 주례에 얽힌 이런
저런 경험담들이 나왔다.

어떤분은 주례사 부분의 비디오가 나오지 않아서 새로 찍어달라고
찾아오는 바람에 집안에서 신랑신부 다시 세워놓고 일종의 쇼를 한
적도 있었는데 하객들이 없으니 참 힘들더라고 했다.

어떤 분은 지방 중소도시에 주례를 하러 갔는데 그 다음번 혼사의
주례가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식이 끝나서 밥을 먹고 있다가 간청을
들어준 적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그 혼사가 말썽이 있어서 그런건 아닌지, 이거 얼굴이라도
할키거나 갈비뼈라도----.
그런 걱정은 좀 있었다고---.

수원에서는 신랑 신부의 위치가 반대라고 한다.
주례의 입장에서 보면 "우 신랑""좌 신부"인데 수원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원래 동양 관습으로는 좌신랑, 우신부인데 지금의 습관은 서양식이라고
한다.
가정의례준칙을 만들 때 정부에서는 동양식을 권장하는 공문을 보냈
는데 유독 수원의 예식장 협회에서만 그 공문대로 쫓아간 모범 사례
라는 것이다.

하객으로 갔다가 갑자기 주례로 차출된 경험들은 한두번씩 다 있었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또 어떤 때는 교통에 막히는 바람에 대로변에다가 차를 버리듯해
놓고는 가까스로 시간에 댄 적도 있었다.

결혼 시킨 신랑-신부가 이혼한 경우는 없는가?
나를 위시하여 대부분이 없다고 하는데, 재수 좋은 명주례라서가
아니라 누가 옛날 주례에게 이혼 신고를 하러 오랴.

어느 한분은 그런 사례를 겪었다고 한다.
"어떻게 알았어요"
누가 묻자 말썽꾸러기 캠퍼스 커플인데 다른 제자의 주례를 맡아서
갔더니 그 두사람이 다 나왔더란다.
"신혼 재미가 좋지?"했더니 헤어졌다고 뻔뻔스럽게 말하여 뺨을 한대
치고싶었다고---.

나는 이혼한 경력이 있는 신랑(구랑?)의 주례를 섰는데 물론 속아서
해준 셈이었다.
재혼 주례도 누군가는 해 주어야겠지만 속인 것이 기분나쁜 인상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46%이고 OECD국가 중에서 4위라고 한다.
물론 혼전 동거가 많은 서구와의 비교에는 문제가 있으나 우리나라도
혼전 동거가 만연해 있는건 아닌가---?

다만 주위에 이혼한 사례가 46%에 이르기에는 좀 과장된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이혼한 사람들이 재혼하는 경우, 결혼1-2년 사이에 절반이
다시 헤어진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따로 있는 셈이다.

앞으로는?
선수가 따로 있을까---.

"첫 주례 잘 합디까?"
물으신다면
"성공적 데뷰를 합디다. 특히 주례사를 7분 이내로 하여 일단 높은
평가를 받았고 내용도 개인적인 관계를 잘 배합하여 경청할만 했지요."

아, 한가지.
"신부가 큰 소리로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니, 신랑이 그랬습니다"
만당에는 웃음이 흘렀으나 실수라기 보다 어쩌면 첫 주례의 제조품에
확인 도장을 찍는 의식으로 일부러 겻들인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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