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칼럼니스트를 기대하며
(문학과 의식 2011 봄호)
수필 문학을 논할 때면 흔히 경수필과 중수필, 혹은 essay와 miscellany로 나누어서
역사적 고찰을 하는 방식이 정형화 되다시피 하였다.
그러다 보면 수필가로는 몽떼뉴나 베이컨이 등장하는 것도 기본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서술이 틀린 것도 아니고 진부하다고 타기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정말 진부한 표현을 써보자면 “세상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문화나 문학이라고 하는 개념의 정의 자체가 크게 방향 전환을 하고 있고
문학 장르의 기본도 분류가 바뀌고 이해도 달라지고 있다.
몇 년 전 국내 문필가, 특히 수필가들이 모인 세미나에서도 이런 점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수필문학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결집된 적도 있다.
당시의 결론 비슷한 이야기로는 수필의 형식을 전통적인 이분법으로 나누어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형식과 내용으로 스펙트럼의 광역 대를 꾀하자는 것이었다.
예컨대 형식으로는 단형 수필, 즉 길지 않은 수필, 5-7매 정도의 글도 당당히 수필의
반열에 넣어서 평가하자는 것이었다. 세상이 모두 단소 경박해 지는 형편에 긴
문학 형식, 특별히 장편 소설의 독자가 이반하는 세태에 수필이라고 장문의 형식을
취해야만 할 일인가. 물론 긴 수필도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단형 수필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용의 측면에서는 퓨전 수필의 장르를 인정, 고취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니까 경수필과 중수필이 별개의 것으로 존재할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영역을
혼합하는 수필이라야 오늘날 융합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시대정신에 맞고 또한
독자의 감성에 어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한편 퓨전이라는 것은 내용상의 융합뿐만 아니라 기법상의 융합도 꾀하자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음악과 수필, 사진과 수필, 그림과 수필을 융합하자는 내용이다.
음악이나 그림에 관한 수필이 아니라 두 가지가 결합된 수필 문학의 형식을 뜻하는
것이었다. 시대는 이제 인터넷의 물결, 전자출판이 종이출판을 어쩌면 능가할 수도
있는 때에 돌입하였다.
김철수 수필가는 지금껏 반생을 유명한 사진작가로 활동을 해 온 사계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사진 예술도 인간의 감성을 울리는 무한 영역을 전제할 진데, 글쓰기가 전제되는
문학예술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문필의 재능이 보인다면 이보다 더한 금상첨화가
있을 수 없다.
김 작가의 글은 우선 처음부터 독자의 관심을 끌게 하는 기법으로 말머리를 튼다.
전공인 사진예술의 분야에 대한 해결해야할 주문을 숙제처럼 받고서 아직 미해결의
장으로 남아 있다는 서두 부분이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글은 차근차근 그 다음
단계로 들어간다.
사회과학을 전공한 박사답게 그의 글은 매우 논리정연하면서도 사진 예술에 관한
지식을 재미있게 풀이해 나가고 있다.
수필 혹은 수필가의 글도 문학예술인 만큼 글의 서술력에 그 생명력이 달려있다 할
것이다.
깔끔한 그의 필력이 조금도 손색이 없다.
사진 예술이 디지털 시대의 문화 현상인양 급격하게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즈음, 이 문화현상, 즉 사진 예술에 누군가가 전문적 지식과 깊은 감성을 갖고
명쾌한 문장으로 길지 않은 논평을 해 주어야하는 시대상에 맞추어서 전문 포토
칼럼니스트, 포토 에세이스트 대망론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김철수 수필가의 역할이 기대되는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정진을 요청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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