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북 리뷰, 문단 이야기

정미셸 재미교포 평론 심사평

원평재 2011. 2. 18. 04:49

평론 심사평(문학과 의식)

국내작가들의 문단 활동이 자못 모호한 요즘과는 달리 교민문학의 활발한 약진 현상이

놀랍다.

이때의 약진이란 표현에는 발표 문인들의 숫자도 그러하거니와 출판에 따른 독자들의

호응도와 작가들의 연찬 활동이 모두 포함 된다.

뿐만 아니라 교포 문학의 시초와 그 전개, 발전의 과정에 관한 탐구도 의식있는

평론가들에 의하여 상당히 진전되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런 중에도 가장 최근의 흐름에 대하여서는 시선이 가지 않은 부분도 많아서,

"교민 문학이란 향수에 젖은 탄식"의 범주이리라는 선입견도 일부 상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초기 식민지 시대의 작가들도 워싱턴 어빙의 <스케치 북>처럼, 신대륙에서의

생활상과 설화를 기록해 나가다가도 문득 고향인 영국 탐방기가 들어가고, 미지의

땅에서의 자신의 문단 활동을 고국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하고 조바심을 갖는다.

이토록 복고의 시선을 버릴 수 없듯이 "노스탤지어"는 언제나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므로 이런 상식에 토대를 두다보니 주요 한국 매체조차도 "교포작가들의

작품주제는 이민자들의 애환, 고국에 대한 향수와 타국생활의 설움, 새로운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통 등이 주류를 이룬다"라는 보도를 내보낸 적도 있다.

하긴 오래 전 일이었으니까 당시의 현상으로는 편견이 아닐 수도 있겠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200년 역사의 중국 동북지방, 이른바 조선족 문단의

현장이나 이민 100년사를 벌써 10년 전에 써낸 미주 교포 문학의 실상은 "향수" 보다

더욱 치열한 주제에 이미 매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선각한 평론가들 중에는 이를 놓치지 않고 적시하고도 있지만,

아직은 그 흐름과 경향에 관한 날선 분석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때에 정미셸의

시의적절한 평론이 나타났다.

더욱이 문학비평의 방법론이 대체로 "작가-작품론"이거나 전체 흐름에 관한

"경향론"이라는 이원적 방향의 어느 한쪽으로 치중하는 한계를 부수고 그 두 가지

영역을 고루 아우른 점도 눈에 띈다.

 

재미교포나 재중교포의 초기 실상은 이민이라기보다 기민의 성격이 강했고 그들의

꿈과 희망도 고국이 독립을 쟁취하고 살만하게 되면 귀환을 하는 데에 있었다.

역경 속에서도 그들이 노래한 염원은 당연히 조국 광복과 향수와 현실에 관한 고통의

토로였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염원의 세대는 이제 현지 토착의 세대로 바뀌었거나,

재미교포의 경우 광복 이후에 전개된 대량 이민의 세태, 세대로 변모하였고 이전과

이후 세대 간의 연계성은 매우 약하다.

재미 교포인 정미셸이 주목한 바는 바로 이 세대가 최근에 활약하고 있는 시문학의

세계와 그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실로 이런 영역을 현지에서 피부로 느낀 생생한 기록과 분석은 아직 일천한 것이

현실이다.

정 작가가 시도한 첫 작업은 교포시단의 현상적 분석에 앞서서 우선 이제껏 누적된

"오해와 진실 찾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교포 시단의 주제가 "향수와 탄식"으로 얼룩져있다는 편견 바루기, 곧 배제의

단계였다. 이 단계는 단순히 표제어를 통계 처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향수와

탄식의 어휘가 개입된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단순히 고향, 대한민국을

그리며 눈물짓는 수준이 아니라 제2, 제3의 고향, 보편적 고향 의식에 대한 염원과

자신의 정체성 찾기라고 하는 승화된 모습으로 작품 속에 용해되어 있음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편견의 표토 걷어내기와 진정한 뿌리 찾기의 텍스트로 배정웅 시인의

시세계가 적절하게 인용, 해부되었고 설득력 있게 개진되었다. 뿐만 아니라

교포문인들의 등단과 활동에서 본국 문단과의 가벼운 긴장 및 길항의식 등을

적시하고 해빙의 흐름도 제안한 점은 많은 시사점으로 수용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소재별 분포도의 작업에서 영역 분할을 자연, 향수, 생활, 종교의

네 분야로 나누었는데, 향수라고 하는 분야가 9%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적시해내기에

무리는 없었지만 다른 분야, 예컨대 정체성 찾기나 사유와 명상 같은 항목을 보다

다양하게 추가하여 분석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면 더욱 주목받는 평론이 되었으리라는 욕심을 담아본다.

물론 그런 내용은 생활과 종교의 항목에서 포용되었고 논제의 주제는 향수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데에 있었다는 점에서 아무 문제는 없다.

 

듣건대 정미셸 작가는 미국에서 이미 다방면으로 문학 활동을 하고 있고 특히 방송

매체에서도 중견의 위치에 있다고 전문된다.

미국이 다원 사회라고 하여도 한글로 쓰는 한인 문학이 혹시 화석화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노파심도 있지만 정 작가와 같은 현실참여와 노력이 재미 한인 문단을 오히려

다원사회의 빛나는 필수 구성요소로 만들어가고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지금은 이미 시대정신 자체가 "다원화 시대"라서 방송(broadcasting)도 오히려 협송

(narrowcasting)이 중시되고 인터넷과 엮어지면서 상호활동(interactive)이 개입되는

"뉴 미디어" 시대에 진입 되었다고 한다. 방송인이면서 평론가로 등단하는 정 작가와

같은 지적 활동이 더욱 돋보이는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느낀다.

 

사족을 달아본다.

심사위원 중에서 대표 집필로 소매가 이끌린 동기는 소박하다. 영문학을 전공한

문인으로 재미문단과의 교류가 적지 않다는 점과 텍스트에 등장한 배정웅 시인과는

실로 반세기 전에 한 캠퍼스에서 대학신문을 함께 만들었던 반가움이 있다.

하지만 그런 점보다는 정미셸 작가의 뛰어난 평론이 대표 집필의 번거로움을

삼제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축하하며 큰 정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