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포토 포엠)

(포토 포엠) 지붕 위의 인스펙터

원평재 2011. 6. 27. 20:03

 

(포토 포엠)  지붕 위의 인스펙터

 

딸네가 한국에서 집을 고를 때는

경륜 있는 친정 어른으로

동반자이자 상담역이었지

 

미 동부

솔방울도 고향마을 보다 서너 배 더 큰 땅에서

집 장만하는 딸네의 종종걸음을 좇으면서는

나보다 한뼘이나 더 큰 여성 리올터, 수지와

가녀린 딸네의 빠른 대화나 연신 주워 담으며

저만큼 거리를 유지하였다

고향에서 누렸던 respectful distance와

이방에서 감수하는 respectable distance의 거리감이여

 

미묘한 흥정 끝에 집을 정하고

인스펙션이 평일로 잡히면서

겨우 내 노는 날들이 존재감을 발휘하게 되는구나

출근하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나 밖에 현장을 지킬 사람이 없다는 독보적 공간에서 

인스펙터를 인스펙트 하며 어깨가 펴진다

 

라돈 계측은 제대로 하는가

습기 측정기는 몇 번이나 벽에 꽂았는가

벽을 긁어 곰팡이는 잘 찾아보는가

 

피터

이 바닥에서는 이름께나 있다는 인스펙터

나이든 아이리쉬 돌쇠영감은

어느 순간 사닥다리를 두칸씩 밟으며

훌쩍 슁글 마감재의 지붕으로 뛰어오른다

설마 쓸모를 만드는 내 시선을 털려는건 아니었겠지

 

“에취!”

갑자기 올려다보느라 꺽인 내 목구멍

둔각이 예각으로 바뀌는 순간 재채기를 날리는데

“Bless you!"

지붕 위 돌쇠영감이 어느새 역신(疫神)을 쫓아준다

이런

“블레슈!”라니

어조가 낯설지 않다

"감기 조심하슈!"

반석같이 든든한 충청도 말씨구나

 

피터, 베드로, 돌쇠, 

워낙 하나의 지체로 반석같다는 뜻이니

오늘은 고래 등 같은 지붕에서도

목자의 노릇이로다

 

“에취!”

“블레슈!”

다시 더 한번

반석같은 어조로

 

<끝>

 

  

 

 

 

<후기>

잎이 나던 계절에 시작했던 딸네의 새집 장만 과제는 계절이 바뀌어 초여름이 되어서야 겨우

완수되었지요.

위에 보이는 집은 여러가지 이유로 결국 버리고 아래에 보이는 집으로 결정이 되어서

엊그제 이사를 하였습니다.

이곳에 살던 백인 노 부부는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줄여서 갔다고 합니다.

아, 신진대사,

감회가 많습니다. 

 

 

 

 

제가 더위를 몹씨 타기에 여름 한철을 여기 머물까합니다.

8월 말까지의 제 주소는

 

806 Birchfield Court

Wexford PA 15090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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