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만평에 달하는 넓디넓은 우포 늪은 평화롭고 느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외부 자연이 어떤 형상으로 이 드넓은 뻘 밭 위의 얕은 물을 건드려도
우포는 내색없이 자신의 속살을 모두 내주는듯하다.
물안개가 얕은 표피를 닳아지는 맨살로 만들며
하늘을 바라 휘발할 때에도 굳이 말리지 않고
매일 아침 눈먼 행세를 한다.
관목이 제물에 펄썩 주저앉을 때에도,
교목이 바람과 싸우다 벌렁 나자빠질 때에도
늪은 속절없이 수습할 따름이다.
진보라 자운영이 이어 이어 피고지거나
멸종하는 가시연꽃이 여기서나마 기적같은 군락을 이룰 때에도
우포는 생색내지 않고 거두어 줄 따름이다.
하지만 평화와 느림 속에서도 생존은 경쟁이며 살륙도 존재한다.
가령 1억 수천만년 전에 형성된 이 늪도
그 사이 전체 면적의 1/4 가량은 떼어져나가서
지금은 밭 작물에게 할애되고 말았다.
뻘 속에 지느러미를 쓱쓱 비비며 자라는 잉어떼가
저렇게 마지막 침을 흘리며 잡혀 나가는 참혹도
하루 일과처럼 되었다.
삶은 바로 살륙의 사이클 사이에 있는 몸짓이다.
빠름빠름이건 느리~임이건
남기고 싶은 이야기와 지우고 싶은 이야기의 이중창은
존재의 이원론이자 음양 이치이고
청실 홍실이며
DNA시대의 이중나선 구조(Double Helix)이다.
물안개가 피는 시간은 한밤중이 아니라
일출 전후의 들숨 날숨 순서 따라 늑진하게 이르른다.
지금은 잉어의 산란기라던가
진통과 희열의 흔들림이 격렬하다.
햇살의 입사각은 고르게 병렬이련만
반사각은 물상의 태도에 따른다.
우포의 둘레길은 대략 시오리길 (7Km),
세시간 걸음걸이이다.
무슨, 세시간이나?
무슨이라니! 무슨 바삐 행진할 일이있것소.
그래도 우리는 서둘렀다.
백조의 비상을 관조하는 데에만 한식경이 탕진될 지경이다.
그러고 보면 둘레길을 도는 데에는 세시간도 짧다.
여기 게시판에도 나와 있듯이 "우포 늪"이라고 총칭되는 이곳도
네 구역으로 나뉘는데 모두 다른 특징이 있다.
우포(소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나무벌), 쪽지벌, 그 이름도 다양, 맛갈스럽다.
착수하는 모습이 아주 과학적이며 또한 미학적이다.
참혹함 속에서 무얼 남기고 무얼 지워야할지 마련이 서지 않는다.
우포의 어업권을 가진 "원주민"은 원래 열두명인데
지금 두사람은 빠지고 모두 열명이라고 한다.
세상 일은 모두 중층으로 구성되어있고 복잡계에 속한다.
어부는 폴리 백에 눙쳐싸온 밥을 혼자 먹기 시작하였다.
이곳의 붕어찜이 특히 유명하다고 한다.
외우 석포는 아주 큰놈으로 네마리를 한시간 후에 찜하여 대령하라고
일러 놓고 둘레길 순례에 앞장 선다.
소목에서 보면 저 미루나무 행렬 사이로 전개되는 낙조가 환상이라는데
지금 보니 나무 사이가 성긴 것이 지난 태풍으로 몇그루 빠진듯하다는 외우의 설명이었다.
소목에도 '주인있는' 나룻배가 정박해 있다.
(쇠붙이)자물쇠라니, 무슨 소용 때문인가?
많이 상그랍다.
말리는 어구가 어지러운게 자물쇠의 내력이 수긍되기도~
제방의 오른 쪽이 우포가 떼어주어 밭이 된 곳이다.
"발발이 오도바이"라고 한다.
우포를 지키는 사람들이 타고 발발이 처럼 돌아다닌다는 뜻인 모양이다.
이걸 타고 도는 우포 지킴이도 따라서 "발발이"로 불린다.
이 사람이 아침에 물안개 속에 나타난 뱃사공이다.
아침 9시부터 근무시간이어서 식전 행차는 일종의 아르바이트인 셈이라고.
내 친구와의 인연은 오래고 깊었다.
마침내 붕어찜 집으로 돌아가서 좌정하였다.
5인분에 해당하는 붕어찜 네마리를 주문하였기에 질과 양 모두 대단하였다.
이 집과 외우 석포와의 오랜 인연도 프리미엄이 되어 장만된
이 날의 붕어 약찜이 내놓고 자랑하고 싶다~~.
우포 막걸리도 일품이었다.
우포와도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외우와도 당분간 작별이다.
감상에 묻히려는 순간 우포 외곽에 "성혜림" 씨의 본향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남북 문제가 심각한 이 시절이 아니라도 꼭 들러보아야할 곳 같았다.
성혜림은 김정남의 친모이며 성혜랑의 언니이고 그 아들 비운의 이한영에게는 이모이다.
김정일 보다 다섯살이나 많았고 모스크바 근교에 유택이 있다고 한다.
이날 성씨 문중에 무슨 행사가 있어서 대청마루 청수당은 들어가지 못하였다.
바쁜 걸음에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 문중의 어느 어른이 1963년도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양파를 도입하여
이곳에서 재배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양파 시배지에는 기념비도 있었다.
"(서울내기) 다마내기"라는 말은 그전부터 우리 일상에 있었지 싶은데
어쨌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였다.
몽환의 우포늪을 빠져나오는 길목에서 상큼한 양파 냄새가
이제 세상 속으로 돌아오라고 하였다.
우포늪
노중석 시
김현옥 곡
계절이 오가는 길 쇠기러기 줄을 서고 왕버들가지 위에 푸른 빛 감겨오면 양지에 먼저 온 봄을 토평천이 싣고 온다 눈물 속에 가라앉던 장엄한 그 석양이 수없는 자맥질 끝에 찾아낸 빛이던가 아득한 시공을 건너 가시연꽃 피고 있다 태풍에 숨죽이고 홍수에 휩쓸리던 뼈아픈 그 기억도 남모르게 간직하나 한 마리 가슴 까만 새 노을 속을 날은다 눈보라 휘몰아가던 한 생애가 저물던 곳 생명을 낳아 기르는 모성은 뜨거운가 수없는 생명을 딛고 또 한 세상 열고 있다 |
우포 늪은약 1억 4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창녕군 유어·이방·대합·대지면 등 231만㎡에 걸쳐 있고, 둘레는 7.5㎞에 전체 면적은 70만여 평,
가로 2.5㎞, 세로 1.6㎞이다. 대한민국 최대의 내륙 습지로 꼽히는 이곳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가시연꽃 등 340여 종의 식물과
62종의 조류, 28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일본강점기인 1933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자 그 해 12월 3일 '창녕 백조 도래지'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1973년 7월 19일 찾아드는 철새의 수가 감소한 것을 이유로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지되었다.
그러나 우포늪 생물 지리적ㆍ경관적 가치를 다시 평가,
2011년 1월 13일 문화재청은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을 국가지정 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524호로 재지정했다(위키디피아에서 차용)[1].
서식 생물
- 식물류 : 가시연꽃, 생이가래, 부들, 줄, 갈대, 골풀 등 480 여종
- 조류 : 논병아리,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큰고니, 청둥오리 등 62종
- 어류 : 뱀장어, 피라미, 잉어, 붕어, 메기, 가물치 등 28종
- 수서곤충류 : 연못하루살이, 왕잠자리, 장구애비, 소금쟁이 등 55종
- 포유류 : 두더지, 족제비, 너구리 등 12종
- 파충류 : 남생이, 자라, 줄장지뱀, 유혈목이 등 7종
- 양서류 : 무당개구리, 두꺼비, 청개구리, 참개구리, 황소개구리 등 5종
- 패류 : 논우렁이, 물달팽이, 말조개 등 5종[2]
1997년 생태계보전지역 가운데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1998년 3월 2일 람사르 협약에 의한 국제보호습지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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