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의 프레스콜에 초대되어서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가-무-극>의 진수를 만끽하였다.
블로거 20인을 초대하는 리스트에 참여하여 연출가의 설명도 듣고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였다.
특히 공연중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프레스콜이란 Press Call이 연음된 것으로 영화로 치면 시사회 정도랄까.
제목의 1895는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을미사변, 혹은 을미 의거가 일어난 치욕과 울분의 역사적인
연대기이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로 서울예술단과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이지나 연출이 지휘봉을 잡았다
영문학으로 강단을 지켜 온 내게 부탁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참여의 즐거움 못지않게 부담감도 함께한다.
지난번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그린 가무극 "달을 쏘다"에 초대받았을 때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이날 참여한 블로거들의 카메라는 모두 전문가 용의 대단한 위용이어서 내가 흉내도 못낼 지경이니
그런 쪽으로 접근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통상적인 접근 전략과는 달리 몇 가지에 유의키로 하였다.
하나는 무대 예술의 혁신을 적시코자 한다. 아시다시피 셰익스피어의 극작은 대사 하나하나가 빛나는
시어에 다름아니다.
위대한 작가의 시심이 분출된 것이지만 사실은 당시에 조명과 무대 장치가 매우 허술하였기 때문에
생성된 생존 방식이기도 하였다.
그 당시는 연극이 환한 대낮에 공연되었으며 로미오가 한 밤중에 줄리엣을
부르는 소네트도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에 읊은 것이었다.
지금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IT 강국에 LED 조명도 세계 일류가 아닌가.
이번에 보여준 빛과 함께한 무대 장치는 아무리 여기에서 예찬하고 감동을 부르짖어도
백문이 불여일견이리라,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가 설치 미술을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를 통해 만상을 엮고 비틀고
섞어서 표현해냈다.
작품의 주제와 모티브를 한번 언급하고 싶다.
명성황후는 단 한장의 사진도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고종이 이름난 사진 애호가
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미스터리이다.
이유로는 첫째 명성황후가 얼굴을 조금 얽은 흔적이 있다던가,
혹은 당시의 미신으로 사진은 혼을 뺐는다던가,
끝으로 황후께서는 자신에게 위해가 있을 줄을 예상하고 얼굴을 내보이는 행위를 극히
자제했으리라는 데에로 한국 대표 여성극작가 장성희는 이끌고 간다.
미스터리 환타지, 일종의 팩션 기법이 동원된다.
안무 이야기를 빼놓을수 없겠다.
한류가 거저 나온 말인가. 서울예술단 정혜진 예술감독이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안무를
풀어놓는데 진화와 혁신의 동작을 기막힌 무대 조명과 더불어 만끽하게 된다.
음악은 뮤지컬 ‘빨래’의 작곡가 민찬홍이 함께한다.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에서는 현대와 클래식이 어우러지는 음악에 굿, 판소리 등의 전통 요소들이
가미되었다. 의상도 마찬가지이다.
가무극을 한마디로 쉽게 표현한다면 "한국판 뮤지컬"이라고 연출가가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영어로는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내가 물었다.
"Song & Dance Fest 혹은 Song & Dance Performance라고 할까요."
모두 정확하고 맞는 말씀이다. 다만 확정하여 밀고 나가면 세계화가 되고도 남겠다.
마침 가을비가 내리는데, 한사람을 동반할 수 있어서 외우 사진작가 백초 선생이
함께하여 가무극 감상이 더욱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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