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충주 외곽에 있는 <종댕이 오솔길>을 걷고왔다.
흔히 말하는 둘레길 산책이었는데 코스가 아주 가볍다는 말에 따라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였는데 산길이 대략 그렇듯 만만치는 않았다.
하지만 적당한 체력단련이 새콤 달콤한 선물로 찾아왔다.
일행은 서울 K대학 교수-교직원 ROTC 모임 회원들이었다.
48명 회원들은 OB와 현역을 가리지않고 일년이면 몇차례 노소동락이다.
이번 가을에는 대학 박물관 앞에서 새벽 7시에 만나
충주 인근에 새로 개설된 "종댕이 오솔길"을 돌고 왔다
충주로 가는 길에는 충주호와 조정지 호가 있어서 이맘때면
새벽 물안개와 저녁 모연이 한 그림을 한다는데 이날은 시간도 놓쳤고
단체로 버스를 타고 달리는 길이라 좋은 소문을 내것으로 할 수는 없었다.
한때는 우리나라 농촌에도 건초를 만들어 저장하는 사일로 시설이 들어서고 했는데
지금은 막대한 시설비와 유지관리비가 드는 영구시설 대신
이런 방식이 일반화 되는 모양이다.
안개 속 먼산의 모습이 버리기는 아깝고
별로 쓸모는 없고---.
살아오면서 세상에 이런 일들이 많았지 싶다.
종댕이 길이란?
충주호를 조망하며 종댕이산(심향산) 둘레를 걷는 길인데
그 명칭은 충주호 수몰전 지금의 심향산 아래에 있던
종뎅이 마을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종뎅이 마을은 원터 서북쪽으로 있는 정선 정씨 성밭 마을로
일족들이 크게 사당을 세우고 "종당" 이라 불렀는데
음운현상으로 종내 "종댕이"가 된듯하다.
지금도 여기저기 "종데이", "종대이"라는 표기를 보게 된다.
이날 누군가는 "종데이"가 바구니를 뜻하는 충청도 사투리라고도 하여서
나는 "소쿠리 길"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너무 나가는가 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큰 원형의 소쿠리 길~
하늘이 내 걸어준 큰 소쿠리 길,
그런 전설은 지금도 만들어질 수 있으련만
아직은 현실의 기록이 너무 뚜렷하였다.
종댕이길은 6,2km로 안전행정부의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충주시가 지난해부터 조성한 친환경 녹색길로 심향산 산허리를 따라
"충주호의 푸른물을 바라보며 걷는 명품길"이라는 역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군데군데 팔각정을 지어놓았다.
너무 서둘지는 말자
흩어진 돌들로 돌탑도 여러군데 쌓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전설의 탑이 쌓여지는 셈이었다.
전설도 구비문학으로 생성과 확장의 경로가 있다.
산림왕국 미국 등지에서는 산에서 간벌 등을 하면 해충을 없애는 방안 등으로
태워버리는 것을 많이 봤는데 우리는 야생 동물들과 조류들을 위하여
그냥 둔다고 한다.
들어와서 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산에서 가장 흔한 나무로는 흔히 참나무, 꿀밤나무, 도토리 나무 등으로 불리는
활엽수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참나무는 참나무 속을 말하는 총칭이고
꿀밤나무는 사투리이고 도토리 나무는 도토리를 맺는 나무라는 뜻으로
실체적 명칭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이 수종의 나무는 여섯가지이고 정확한 명칭은
잎의 모양이 밤나무잎처럼 날렵하고 길죽하게 생긴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같은 낙엽성이면서 둥그스름하고 비교적 큰 잎을 가진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및
떡갈나무가 흔히 말하는 참나무의 기본 6종이다.
이 여섯가지 나무는 도토리라고 하는 비슷한 열매를 맺는데
진화론적으로 보면 비슷하면서도 여러가지 특징을 나누어갖여서
산불이나 병충해, 가뭄등의 천재에 각각 달리 반응하고 견뎌내서
종이 절멸하는 경우를 막고있다고 한다.
이 부분이 이날의 가장 큰 울림이었다.
위에서 보는 상수리나무는 코르크가 두껍고 굵어서 산불에 강하다고 한다.
바로 옆에서는 다른 특징의 상수리 나무들이 금방 눈에 띄었다.
명소는 자연이 주는 그대로 형성되는게 아니렷다.
인본의 체취가 섞여야 진정한 문화의 질적 승화가 일어나리라
우리에게도 구비문학의 전통이 있다.
전설은 지금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겨례의 심원한 상상력의 전통이 그 바탕이 아닐수 없다.
종댕이 오솔길에 설화가 맺고 개화하리라, 끝없이~
너무 다정한 산길의 남녀는 의문의 눈초리가 꽂히는 현실이다.
"정식부부입니다"
그런 말이 유행한다는 전설 혹은 속설도 있다.
나무의 특이한 모습 따라 여러가지 전설들이 길가에 널려있다.
여기 모두 옮길 수가 없다. 직접 한번 밟아보시기를~~~.
출렁다리도 종댕이 길에 구색을 더하였다
내고향 대구는 이제 사과의 고장이 아니다
충주 사과가 그 이름을 이어받았다.
깨를 털고 있는 노인이 천연기념물처럼 보인다.
산 둘레길을 내려와서 충주 시내에서 밥을 먹고
충주호로 유람선을 타러 달려간다.
가을 편지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 다한 말
못 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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