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앤티가-바부다"의 가부좌 여인

원평재 2015. 11. 21. 08:07

 


 





크루즈 선은 밤새 달려서 새벽이 찾아올 즈음 "안티가 바부다 공화국"의 수도 세인트 존스에

입항한다.

평소 별로 들어보지 못하던 나라의 이름이어서 공연한 기대감이랄까, 마음이 떨린다.

나라의 인구는 고작 10만명 미만,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기에 언어는 영어, 사탕수수 재배에

투입되었던 아프리카 노예들의 후예들이 지금은 농사보다 관광업에 종사한다.

영국계의 백인들과 인도계, 포르투갈계도 적지않다.


카리브해의 섬나라에는 중남미 대륙국가들이 주로 스페인 계통의 언어를 쓰는 것과 달리

영어, 프랑스어, 화란어, 사용국들이 심심치 않게 널려있고 종교도 가톨릭 일변도에서 벗어나

영국 성공회, 개신교, 원시 종교등이 혼재하여서 다양성의 측면으로 재미가 있다.



앤티가바부다 


 


거의 처음 들어보는 나라 이름, "앤티가 바부다",

이 작은 나라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문명세계의 기준으로는 모든 것이 미미한 지경이지만 그 미미한 수준, 조용하고 정일한

환경과 사정이 바로 볼거리이고 즐길거리라고 하겠다.

밤새 달린 크루즈 선이 이 나라의 수도 세인트 존스에 다달을 무렵에는 바다 물안개, 해무까지

피어 올라서 더더욱 시야는 아득한 수준이지만 그래서 마음이 턱 놓인다. 왜소한 인간의 존재가

아무런 스스럼이 없다. 동양화처럼 내가 그 속에 들어가서 그냥 일부를 이룬다.


갑판으로 나서는데 아, 그 분위기에 딱 맞게 구도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해무 사이로 떠 오르는 태양을 향하여 이 구도자는 두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고 이윽고

가부좌를 틀고는 명상의 자세로 들어간다.


 한잔의 찻잔이 마치 보시를 바라는 동냥 그릇같다. 그러나 초라하지 않다. 결코!




안티가 혹은 안티구아라고도 하는 이나라의 정식 명칭은 "Antigua & Babuda"이고

앤티가, 바부다, 사람이 살지 않는 레돈다 등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를 상용하기에 "앤티가 바부다"가 맞지만 스페인어 사용국이 주위에 많아서 인근

과테말라의 옛 수도, "안티꽈"와는 가끔 혼란도 일어난다.

하지만 이 곳은 정신적으로 상처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힐링의 장소로 잘 알려져있다.


이 나라는 또 한동안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갖기도 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당선된 이후에는 이 나라의 가장 높은 야산의 이름을 "오바마 산"

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흑인이 많아서 동병상련인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은 하였으나 영 연방의 일원이고 입헌군주제에 양원제인데 군주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기에 대미 항전 같은 일이 일어날 수야 없다. 관광객도 태반은 미국과

카나다에서 온다.




명상을 머금은 물안개가 끝없이 자욱하다.




앵커 구조물에 크루즈 선을 예인하는사람들이 보인다.




찬란한 아침 광망 앞에 구도자가 가부좌를 틀었다.

엄지와 검지의 수용 형태까지 정확한 품새이다. 스페인 태생으로 인도에도 체재 경력이 있어서

북인도 갠지스의 바라나시와 주변 트라이 앵글은 물론이고 남인도까지 섭렵하였다고  한다.


사실 크루즈 선상에는 "요가와 명상 클래스"도 있다. 명상의 주제로는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도 나왔지만 코리아에서는  그의 철학 수준 정도야 이미 "보통" 수준이라고 말해 주었다. 



구도자의 포즈를 하나 더 요구하였지요.




파파라치가 아니었다는 인증샷을 하나 더 하고 각자의 여정으로 들어갔다.





식당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



이날은 간간이 여우비가 내렸다.



날이 게이고 물안개도 서서히 물러나자 아름다운 항구가 화사하게 얼굴을 내민다.



맑은 바다에 기름띠가 떠다녀서 마음은 어지러웠다.


하늘에도 디젤 연기


앵커 주변도 이미 오염이 시작되었다.



갑판에서 부지런한 조깅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드럼통 악기가 있는 환영 악단











 

중국 식당은 여기에도 진출해있다


해변으로 나가는 중간에 가톨릭 성당과 성공회 교회들이 많다.

건립 역사는 오래지만 세월따라서 잘 유지가 되지 않고 공소같다는 인상이 든다.



경치 좋은 곳곳에 있는 기념품 가게들




  앤티가바부다

크루즈 선은 세인트 마틴으로 떠나갑니다.


 


 


Windmills / Ba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