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가 심상치않다.
얼마전 아름다운 단풍으로 가을이 무르익었을 때 찾아간 몽촌토성 올림픽 공원,
나무들은 비탈에 서 있으면서도 그 뿌리는 깊었고 자태 또한 미끈하고 건강하고 평화로웠다.
그때 찍은 사진들을 그때 그냥 올릴 것을~.
며칠이 지난 지금 비탈에 선 나무들의 모습은 달리 보이기만 한다.
사실 우리의 자부심 올림픽 공원의 비탈에 선 가을 나무들은 참 아름답다.
그 모습을 낭만적 배경음악과 함께 소개할 기회를 찾던 중, 갑자기 프랑스 파리에서 들려오는
피비린내 나는 소식,
평화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님을 체득 한다.
생각해보면 "나무들 비탈에 서다"라는 황순원의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도 그렇게 건강한
젊은이들이 아니다.
작품을 읽었던 그 청춘시절이 지금 아름답게 낭만화 되어있을 따름이다.
아름다운 배경음악으로 어여쁜 곡선의 비탈에 선 단풍나무들을 올리고자 했던 생각을 접고
끝내 저 전투적인 "라 마르세예즈"와 함께 미태와 난장을 혼합해본다.
같은 날 도심에서 일어난 난장도 마음을 무겁게한다.
"라 마르세예즈"를 받아들이는 의미와 감상도 진영에 따라 다른 것이 못내 아쉽다.
장편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치유하지 못한 이 땅의 잔혹사를 몸으로 앓던 젊은이들에 대한
기록에 다름 아니었다.
세상은 이제 국지적 갈등에서 문명 충돌로 치닫는가.
비탈에 선 나무들의 모습이 착잡하다.
나무들 비탈에 서다.
황순원(黃順元)이 지은 장편소설. 1960년 1월부터 7월까지 7회에 걸쳐 2부로 나뉘어 ≪사상계 思想界≫에
연재되었고, 같은 해 사상계사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이 때 연재 작품을 약간 개작한다).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을 겪은 젊은이들의 전후(戰後)의 정신적 방황과 갈등을 통하여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다루었다. 이 작품은 1950년대에서 1960년대에 이르는 시기의 전후문학사의 한 지표로 간주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순수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자이며 결벽주의자인 동호는 휴전협정을 앞둔 1953년 칠월 열 사흗날 밤 중부
전선의 한 전투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동호는 살인에 대한 죄책감보다
생존하였다는 사실에서 희열을 맛본다.
정작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술집 색시인 옥주에게 동정을 더럽힌 뒤 애인 장숙에 대한 순수가
더럽혀졌다고 느꼈을 때이다.
가책과 후회로 고민하던 동호가 피동적인 관계를 능동적 욕구로 바꾸면서 죄책감을 잊으려 하던 중 다른
남자와 자고 있는 옥주에게 총을 난사하여 살해하고 부대로 돌아와 자살한다.
현실적이고 행동적인 현태는 전쟁 중의 의도적인 살인에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제대 뒤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에 다니며 현실에 충실하다가, 수색 중에 자기가 죽인 모녀를
연상하게 된 어느날 폭음을 하며 무위와 권태 속에서 방황한다.
이 무렵 현태와 윤구 앞에 나타난 동호의 애인 숙은 함구하려던 현태에게서 끝내는 동호의 자살 원인을
알아내고 만다.
현태의 입회 아래 유서를 읽고 싶어하는 숙을 따라간 현태는 송도의 호텔에서 숙을 범한다.
그 뒤 평양집의 어린 계향의 자살을 방조한 죄로 현태는 형무소에 수감된다.
숙은 현태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자신이 마지막 감당하여야 할 일이라며 몸을 돌린다.
전쟁이라는 상황이 빚는 죄악과 그로 인한 죄의식이 빚는 인간의 파멸 과정이 동호와 현태라는 대립적
인간상을 통하여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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