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 100만 번을 넘어선 블로거들의 발자국
한 달 전 쯤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고 있을 때에 다음의 내 블로그 “허구와 팩션”에는
100만 번째의 발자국이 찍히고 있었다. 2004년 1월 21일에 일괄적으로 다음 블로그가 닻을
올렸었는데, 만 12년이 지나는 시점에 내 블로그를 방문한분들의 조회 수가 100만 번을 넘긴
것이다.
블로그가 탄생하기 이전에는 “칼럼”이라는 마당이 있어서 내 칼럼을 유지하며 글을 올리고
있었는데, 이 글 마당이 블로그로 개편이 되면서 칼럼니스트들이 모두 블로거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받으며 새집으로 이사를 한 셈이었다.
나도 그 이주의 대열에 섞여서 아쉬움과 기대감으로 새로운 글밭을 개척하며, 이웃하던
칼럼니스트들과 봉화 불을 지펴가면서 새로운 변경을 넓히느라고 가슴이 뛰던 생각이 새롭다.
내 블로그의 대문 간판은 처음 “허구 속에 갇힌 현실/팩션 소설”이라는 좀 긴 이름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문학사적으로는 “팩션”이라는 소설 장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고 어쩌면 내가 이
이름을 한국에 처음으로 이입한 파이어니어라는 자부심도 있었기에 이렇게 좀 긴 간판을 달았던
것이다.
하지만 팩션의 국내 도입 효시라는 문학사적 공로는 절반정도의 인증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팩션
작품은 무던히도 많이 썼던 시절이 있었다. 블로거로서 또한 문우로서의 우의가 형성된 꽤 많은
분들과의 인연은 바로 이때에 형성되었지 않나싶다.
이후 팩션 장르의 창작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오고 내 관심과 추구의 방향은 영상이 있는
에세이, 기행문, 사회 평론 등으로 옮아갔다.
블로그 간판과는 별도로 스스로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리포터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하였다. 또한 실천적 문단 활동에도 나름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서 몇 군데 문예지의 고문,
자문역을 맡으며 활자책의 기고문 에도 열을 올렸다.
이제 사진과 글을 버무려서 블로그 활동을 하기 십여 년이 흘러가면서 팩션 소설집과 사회비평의
활자 책도 여러 권 출판하였지만 시대의 흐름따라 전자책으로 다음 “블로그 북”도 16권을
냈으며 최근에는 한국 소설가 협회에서 처음 시도한 전자책 시리즈로도 소설집 한권을 출판하게
되었다.
한편 그간의 블로그 활동을 정리해보니 글 꼭지가 전부 1441 항목에 이르며 내용의 분류항목도
20여 종류에 이르고 있다.
매일 100여명 이상의 블로거들이 찾아주는 내 블로그는 최근 긴 이름을 줄여서 “허구와 팩션”
이라고 좀 간단한 간판으로 바꾸어 내걸었다. 소설가를 자처하는 입장에서 팩션에의 애정과
집착을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열정과 능력이 소진되는 마당에 내 팩션 쓰기가 예스럽지는 않으리라고 아쉽게 고백하지
않을수 없다. 다만 이 시대의 특징을 살려서 영상이 있고 사실(팩트)에 가까운 이야기가 있는
산문을 꾸준히 전개해 나가고는 싶다.
원래는 내 블로그에 100만 명이 찾아와주시는 그 순간에 누추하나마 내 블로그를 좀 과시하고
자축도 할 계획을 지난 해부터 세웠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아프리카 여정에 나서서 남아공의
희망봉을 도는 사이에 100만 번째의 발자국이 찍히고 뒤이어 매일 150분 가량이 찾아주시는
일상에 따라 다시 금방 몇 천번째의 발자국이 더 찍혔다.
결국 딱 100만번째를 자축하는 치기어린 잔치 같은 것은 버리고 마음을 더욱 활짝 열라는
계시인가 싶다.
그저 졸문 쓰기를 부지런히 할 각오와 용기만을 이 자리에서 재천명하오니 계속 많이 찾아
오시기만 바랄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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