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조병화 시인 고택(안성)을 찾아서

원평재 2016. 6. 8. 08:40






계간 문예지의 문학 모임에서 조병화 시인의 문학관을 중심으로한 문학기행이

얼마전에 있었습니다.

조병화 시인이라면 한때 문학소녀들이 열광했던 대상이었고 나도 한때는 경도,

그리고 한동안 외면, 지금은 다시 마음을 터놓고 공감하는 시인이 아닌가 합니다.


이번 문학기행은 조성언 기업가가 문학에 뜻을 두었던 문청시절을 그리워하여

수년전 등단을 한 이후,  이름을 뒤로하고 몇개 문예지 발간에 전폭 후원을

하다가 이제는 전면에 나서서 물심양면의 지원을 하는 행사의 하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업인들이 마음을 먹고 이렇게 문학 지원을 하면 나라의 문화 융성은 물론, 

개인의 삶에도 큰 성취를 이루는 쾌거가 아닐까 생각케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조병화 시인의 일대기에 대해서는 현지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고 시인의 시적

세계에 대해서는 미리 주문이 있어서 아래와 같이 몇 말씀을 올렸습니다.












조병화 시인의 시세계


도회인의 고독과 그리움을 평이한 시행으로 써내려가서 우리 가슴의 센치먼트를 뒤흔들던

조병화 시인의 시적 위상을 누가 감히 오늘날 시비하겠습니까?

다만 제가 대학을 다닐 때, 그러니까 20세기 중후반기에는 이미 T.S. 엘리엇이 불을 지른

주지주의, 모더니즘, 구조주의 등이 판을 치던 시대였기에 지적 모험에 목을 매던

젊은이들에게는 조병화 시인류의 쉬운 시행에는 애써 외면을 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그림을 잘 그리는 분이기에 이분은 시인이기보다 화가 아닌가?

이런 오만스런 마음도 있었지요.  


이제는 역설적이게도 현대시가 난해하다는 통념을 무너뜨린 희소한 시인이자 자신의 생활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대상과 감회를 평이한 일상적 언어와 문맥 속에서 진솔하게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의 공감대를 얻어내는데 성공한 시인으로 크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일찌기 김소월의 서정시가 두메 산골을 노래했다면 "편운 조병화 시인"은 외로운 도시인의

고독을 구가했습니다.

초기에는 현대 문명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과 사랑, 그리고 애환을 평이한 문맥과 율조

속에서 읊었지만 점차 인간의 존재와 운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 주게됩니다.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뛰어난 시적 표현과 쉬운 일상어로 심도있는 내면 세계를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게된 것입니다.


그는 50여편의 시집, 3000여 수의 시를 지었는데 시의 내용은 대다수가 순수시로 인간의

숙명적 허무와 고독, 그리고 실존적 삶 등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그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사랑과 애수, 긍정과 달관, 어머니와 고향, 갈망과 보헤미안, 인간애, 고독과 허무를 주 제재로

하면서 궁국적으로는 인간주의, 낭만주의, 순응주의, 영원주의를 기반으로 삼게 됩니다.


하지만 전쟁과 독재, 민족과 외세, 민주와 반민주, 근대화와 자본 주의에 따른 정부 및

기업가와 노동자 농민의 대립이항이라는 현대사를 살아간 시인으로서는 너무 현실을

외면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았다는 비난도 함께 합니다.

그리고 시적 표현 기교에서도 오늘날 외면할 수만은 없는 모더니즘, 주지주의적 시상 등을

간과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습니다.

인사이드 스토리로 그를 변호해보자면 그가 원래는 물리학을 전공하여서 인문적 시학으로

詩作의 출발점을 두지 않았다는 점, 부인께서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하여서 시인이 현실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내조를 한 점 등이 이 시인으로 하여금 현실 참여,

앙가주망 운동 등에 외면케한 한 원인이 되지않았을까 하고 사족을 달아봅니다.


우리의 문학기행은 이제 시인의 고택이 있는 안성을 벗어나서 고속도로를 타고 떠나기에

시인이 쓴 시 한 수를 읽으며 문학 산책을 마칠까 합니다.


오산 인터체인지 

자, 그럼

하는 손을 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등(燈)은, 덴막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초히 떨어져 서 있고

허허들판 작별을 하면

말도 무용해진다

어느새 이곳

자, 그럼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시인의 고택을 떠나서 일행은 독립 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천안 목천의 유관순 열사 생가입니다.












생가 옆의 교회





  돌아오는 길에 삽교천 방조제 아래에서 횟감으로 저녁을 하며 이른 더위를

식혔습니다.



序詩

Sop 김문자
(조병화 詩 유신 作曲)

사랑은 아름다운 구름이여 보이지 않는 바람
사람이 사는 곳에서 돈다
사랑은 소리나지 않는 목숨이며 보이지 않는 오열
떨어져 있는 곳에서 돈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는 목숨
사랑은 닿지않는 구름이며 머물지 않는 바람
차지 않는 혼자속에서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