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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 문학관에서의 발제 전문^^

원평재 2016. 10. 23. 10:17





























소설에서의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

                                             

1.

주제에 바로 들어가기보다 이미 통념화가 된 듯한 “전통문화”란 개념을 다시 음미해본다. 

 문화란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체계를 말한다. 따라서 사회사상,

가치관, 행동양식 등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정의가 존재하게 된다.

여기에 “전통”이라는 개념을 더하자면 특정 민족이나 나라라는 단위에서 발생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이어져 내려와 고유한 가치로 인정받은 행동 양식이나 상징체계와 규범 등을 말하게

되리라. 따라서 전통문화는 한 민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수단이자 절대적

요소가 되어왔다.

그런데 신세기에 들어오면서 세상은 많이 변했다. 글로벌하게 세상이 급변하는 가운데 국가

형성의 기본이 되는 민족의 구성원도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여도 200만 유입

인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다문화 가정”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유행어 이상의 사회현상이

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변모하는 시대에는 전통문화라는 어휘가 혹시 우리문학의 족쇄가 될

일은 없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사실 오늘날 일반적 개념의 전통문화란 사상, 의상, 언어, 종교, 의례, 법이나 도덕 등의 규범,

가치관에 관한 “느슨한 생활양식” 정도가 아니겠는가. 국가와 민족이라는 제한적 공간, 폐쇄적

수사로 부터 이른바 “글로벌”하게 해방되는 정서이기도 하겠다. 발제 문에서 몇몇 외국 문학을

예로 들게 된 배경설명이기도하다.

 

“지금, 여기” 빼어난 한국전통문화의 도시 전주에서도 가장 올곧은 우리전통문화의 정수로 실을

꼬아 마침내 높은 베틀에 앉아 가이없는 모국어의 문양으로 “혼불”을 밝힌 청아한 장소에서 소설

문학 속의 전통문화를 논하게 되어서 옷깃을 여민다.

이제 주제를 다시 살피니 함의에 중층구조가 있음을 깨닫는다. 즉 “소설문학에 나타난 전통문화”

라는 말에는 양극적 긴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물론 일차적 해석으로는 전통문화가 소설 문학에

긍정적, 적극적으로 기여하였다는 점과 그 구체적 실례, 그리고 기여의 방법론 등을 적시하라는

기대의 시선이다.

하지만 시각을 바꾸어보자면 전통문화가 어떤 작품의 성격이나 주제를 압도, 변형, 왜곡, 축소

시켜버리지나 아니하였을까, 주인공/작가의 지평과 통찰력과 명상과 사유에 전통문화라는

프레임이 문자 그대로 족쇄가 된 점도 있지 않겠는가. 전통문화를 무조건 좋은 것으로만 보지

말고 그 부정적 역할에 대하여서도 적시해 보자는 눈초리가 느껴진다.

이 대목에서 T.S. Eliot의 「전통과 개인의 재능」을 음미하게 된다. “만약에 전통, 즉 전해 내려

온다는 것의 유일한 형식이 우리의 바로 전 세대의 성과에 맹목적으로 집착하여 그 방식을

그대로 좇는 것이라면 전통은 확실히 저지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그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전통”도 상황에 따라서는 문학작품에 부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날선 표현인 것이다.

결국 우리도 전통문화의 보고로 자리매김한 우리문학의 고전에 대해서 예리한 재해석과 새로운

재단을 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강박관념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 부분은 나의

한계를 넘는다고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발제자로서 양단의 문제 제기를 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시침을 뗄 수밖에 없다.

이제 발제의 방향을 적시한다. 이 자리에서는 우선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과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일별하면서 일단 우리 전통문화와의 관련과 그 의의를 논고하고 싶다. 아울러

이와 대비하여 외국 소설문학으로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클라인바움의

『죽은 시인의 사회』를 거론해본다.

더하여 본인의 졸저 평론서 『우리시대의 성과 문학과 세태』중 「문학작품속의 성 담론」을

일부 발췌 요약하였다. 내용은 대략 우리 민담과 설화에 나타난 “성과 관련한 전통 문화적 속성”

을 짚어보고 몇몇 영미 문학작품에 나타난 성적 문화현상도 일부 덧붙인 모양새가 되었으며

일반적 문화현상이 작품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요약하였다.

 

2.

잘 알려진 바데로 『혼불』은 최명희가 1980년 4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17년 동안 혼신을

바친 대하소설이다. 일제 강점기 때 사매면 매안마을의 가문을 지키려는 유서 깊은 양반가의

종부 3대와 민촌 거멍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숨결, 염원과 애증을

우리의 가락으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 관혼상제, 음식, 노래 등

민속학적, 인류학적 기록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생생하게 복원해 내어서 우리문학의 새 지평을

연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는 1930년부터 1943년까지 이어지고 이후의 현대사를 이어가기 위해 작가는 완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1998년 51세의 나이로 작가는 서거하였다. 이런 정황으로 인하여

소설의 미완을 애석해하고 후일담을 궁금해 한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자 경향이기도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사건 중심적 소설과는 다른 서사구성과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민속과 문화에

대한 정보를 직접 기술하거나 형상화의 모티프로 삼은 대목이 빈발할 뿐만 아니라, 문서나

전적이 인용되고 설화나 민요, 판소리 대목 등이 나온다. 사상과 명상의 담론이 이어지기도 한다.

잘 다듬어진 문장들은 한 차원 높은 미학으로 상찬된다. 소설이 단순히 스토리를 기술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점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우주 삼라만상을 형상과 질료로 나누어 사유해 본다면 이 작품은 질료가 강조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구조주의적 틀로부터 해체가 강조된 작품인 것만도 아니다. 오히려 전통문화부분이

잘 짜여진 구조의 역할을 하는 형상이기도하다. 전통문화로 채비를 단단히 차린 모양새라고나

할까.

같은 대하소설로 박경리의 『토지』를 떠올려본다. 전 5부 16권의 이 대하소설은 한말의 몰락

으로부터 각 시대에 이르는 과정을 지주계층이었던 최씨 일가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폭넓게

그려내고 있다. 지난 시대 한민족이 겪은 고난의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해 낸 점에서 『토지』는

역사소설의 규준에도 적응하면서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탐구로도 큰 업적을 일구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수많은 스토리들이 국내외에 걸치는 절묘한 구조 속에서도 토지의 본질,

토지개혁이라든지 인간사회의 숙명적 고리의 변천사에는 둔감했다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최명희의 『혼불』에서는 그러한 시비 자체가 서사구조상 원천 배제된 점과 차이가 난다.

이 점『혼불』을 회화에 빗대자면 구상과 비구상을 함께 혼용한 절묘한 붓 길의 세계가 보인다.

물론 그렇게 된 배경에는 작가의 서거라는 필연도 관여하였지만.

 

영국소설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1800년 전후였으나 정치적인 언급은 거의 없고 영국

시골의 전통문화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지주사회가 그려져 있다. 당시 영국의 상류계급은

귀족원에 의석을 가지고 작위를 가지는 귀족과 그 밖의 대지주 계급(젠트리)으로 나눌 수 있었

지만, 젠트리 계급 내에서도 혈통, 재산 등에 의해 격이 달랐다. 일반적인 사교 의례에서는 동등

하게 대우를 받았지만, 결혼 등 현실 문제에서는 그러한 격차를 많이 따졌다.

당시 재산의 대부분은 장자가 상속하며, 나머지에게는 재산의 극히 일부만 지참금으로 나누어질

따름이었다. 이 때문에 상속재산이 적은 남자나 여자는 모두 부유한 결혼 상대를 찾기에 적극적

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풍토 속에서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엘리자베스는 멋진 청년

다아시와 인연이 되지만 그가 오만하다는 편견 때문에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

의 끝 부분에 가서는 이러한 오해가 풀리고 마침내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해피엔딩을

이루게 된다. 큰 사건이 없는 이야기에 내재한 당시의 풍습과 관념은 지루하기 쉬운 이야기를

이윽고 끝까지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특이한 구심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은 시인의 사회』는 다르다. 전통 문화현상이 주인공의 비극을 불러오는 경우가 된다.

1959년을 배경으로 보수적인 남자사립학교인 웰튼 아카데미에 키팅이라는 영어 교사가 부임

하는데, 그는 시와 문학을 가르치면서 전통, 명예, 규율, 그리고 최고를 4대 원칙으로 한 전통

있고 보수적인 남자학교에서 틀에 박히고 힘든 강의에 지쳐가고 있던 학생들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그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시의 이해”라는 책을 강의하다가 쓰레기 같은 이론이라면서 그 페이지

를 찢어버리도록 한다. 이런 과정에서 학생 하나가 보수적 집안의 강요에 못 이겨 예술대학

진학이 좌절되자 자살을 하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전통과 진보의 갈등이 첨예화하게 되는

가운데 키팅 선생은 희생양으로 학교를 떠나게 되나 학생들은 그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

전통이 보수 권력화 될 때에 생기는 치명적 부작용을 이 작품은 파헤치고 또한 경계하였다고 할

것이다.

 

2008년 퓰리처상 수상작『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주노 디아스의 장편소설로, 삼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31년 동안 독재자의 통치

아래 지내야 했던 한 나라의 이야기이며, 그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낸 개인들의 생존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정치사와 가족사와 개인사가 서로 얽히며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변주된다.

이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서인도제도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부두Voodoo교의 변형된 형태, 일종의

종교적 문화형태가 누대에 걸쳐서 인간의 삶을 지배할 수 있다는 단초를 소개하는 뜻도 있다.

우리 소설문학에서 또 달리 확장된 영역을 영감처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전통문화의 영향력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양태로는 가족사 소설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족의 흥망성쇠 내력을 다룬 이 양식은 단순히 가족 구성원 간의 문제를 다룬 소설들

과는 다르다. 가족사 소설은 가족 내의 개인보다는 가족이라는 사회 집단의 움직임과 변화

양상을 중시하며, 여러 대에 걸친 가족의 역사를 추적하기 때문에 연대기 소설의 형태를 띠게

된다. 토마스 만의 『부텐브루크 일기』, 마르탱 뒤 가르의『티보가 사람들』등이 그러하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30 년대에 정착된 염상섭의 『삼대』, 하근찬의 『수난 2대』등이

대표적이리라. 『혼불』과 『‘토지』가 이 계열의 대표수작임은 물론이다.

 

3.

이제 앞에서 언급했던 바대로 문학작품 속에 투영, 혹은 지배적 요소로 작용한 성적인 문화요소

를 졸저에서 발췌 요약하여 담론 해본다.

 

3-1 이끄는 글

지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유기체처럼 인간도 남성과 여성으로 분리되어 존재한다.

그래서 문학사의 첫 장으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문학 작품이 바로 이 양성간의

성문화 문제와 그 해결의 방법론, 나아가서 양성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의 과정을 다루어 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토록 다양한 문학 장르와 매체 속에서 논의되어온 성 주제라고 하면 우선 성애(性愛)

쪽을 주로 다룬 영역, 즉 포르노성 문학의 세계를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식은 보다 하위 가치의 세계이고, 진정한 주제는 생물학적인 성별(sex)이나 성적욕구

(sexuality)뿐만 아니라 남녀 간의 사회, 문화적인 성차(gender), 나아가서 성차별까지 포함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인간의 생활을 어떻게 운명 지우고 있는가를 담아놓은 문학 텍스트라고 할

것이다.

사실 "성"이라고 하는 명제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하여도 의식 있는 지식인들조차 성애, 성욕의

문제로만 인식한 경향이 적지 않았으나 이제는 남녀 간의 사회, 문화적인 여건과 그 차이를

포함한 개념이 마침내 분명히 자리 잡은 21세기가 도래하고야 말았다.

이에 먼저 우리나라의 고전과 설화 문학 속에는 남녀 간의 성 문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영

되어 있으며 조상들의 의식구조는 어떠하였는가를 문학 작품 속의 성 담론으로 살펴보고 이어

동서양의 고전 및 현대의 주요 작품 속에서 성애와 성차를 포괄한 성문화의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주제별로 나누어서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리고 끝으로는 첨예한 갈등구조 가운데에서 해체의 늪으로 가고 있는 오늘날의 심각한

이성간의 문제에 관한 화해와 재결속의 가능성도 또한 문학작품 속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3-2 우리 민속설화 속의 전통적 성문화

이동을 하지 않는 특성의 농경문화가 토착화된 우리나라의 풍토에서 민속설화가 풍요롭게

발달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뿐만 아니라 농경문화의 속성상 남녀 간의 성적인 행위와

결과는 모두 결실과 풍요를 상징하고 또한 기원하는 바에 다름 아니어서 성 자체를 더럽거나

추악하게 보지 않고 인간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욕구와 생명력으로 너그럽게 보아왔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남녀관계에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성행위도 자주 제의적(祭儀的) 차원으로 취급하며

홀아비나 과부가 다소 상궤를 이탈하여 성적 욕망을 충족하는 경우에도 이를 관용하고 있다.

그러나 순리에 역행하는 행위, 예컨대 결혼한 여자의 간음, 근친상간, 동물들과의 이상 성행위

등은 역천(逆天)의 행동으로 보아서 단호하게 징벌하는 결말을 지어놓고 있다.

한국 비교 민속학회에서 엮은 『한국의 민속과 성』에 나오는 내용들도 역시 이와 같은 맥락

이다. 이를 토대로 하여 몇 가지 주제를 정리한다.

 

3-2-1 화해와 성장의 주제

이 주제에 걸 맞는 대표적 설화로는 바로 "단군 신화"를 들 수 있다. 잘 알려진 데로 웅녀는 매일

신단수 밑에서 아들 낳기를 빈다. 이를 본 "하눌 나라"의 환웅은 잠시 사람의 모습을 하고서

웅녀와 성적인 결합을 하여 단군을 낳게 한다.

이때 웅녀의 상징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아마도 당시 우리나라에 이미 살고 있던 선

주민들 중 일부 부족의 토템이 곰이었을 것이며 이후 환웅(桓雄)이 이끌며 하늘의 자손을 칭하는

이주민들이 이들과는 교류, 통혼하게 되었고, 반면에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다른 부족과는

갈등 관계에 놓였다는 설이 학술적 공감대를 이룬다.

어쨌거나 필요한 만큼의 인고(忍苦)를 겪은 웅녀와 "하눌님"의 원만한 성적결합은 우리 겨레,

"백의민족"을 형성하게 된 근원으로 높이 자리 매김 되고 있다. 결국 단군신화에서는 원래 대립,

갈등의 구조였던 양성이 적절한 인고(忍苦)의 과정을 거치면서 화합과 신생을 얻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다문화 사회문화현상에도 어떤 빛이 되지 않을까.

 

3-2-2 도덕률과 명예심

혼례제도가 정착되면서 “혼외정사”의 문제는 항상 "정절"에 대한 대립 이항으로 제도권 주변을

멤 돌게 된다. 이웃집 남녀, 길 가던 남정네와 빨래하는 여인, 머슴과 안주인의

통정 등이 그 구체적 실례인데 발각이 되었을 때에는 과부나 홀아비 설화의 경우와는 달리 큰

문제를 야기 시키는 것으로 보아 우리의 정서에 유교적인 영향력이 일찍부터 깊숙이 스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옛날에 지방 근무를 하고 있던 어느 교리(狡吏)가 갑자기 한양의 집으로 와보니 아내가 젊은 외간

남자와 정을 통하고 있었다. 노한 교리가 젊은 녀석을 꾸짖자 이 자가 칼로 교리를 찌르려하여

싸움이 벌어졌다. 교리가 가까스로 칼을 쳐버리고 젊은 녀석을 쓰러뜨린 다음 아내에게 칼을

갖고 오라고 하니 아내가 그 칼을 집으려 하였으되 마음의 향방은 애매하였다.

이때 이 집의 개가 칼을 물어다 버리고 젊은 녀석도 물어 죽였다. 교리가 아내를 버리고 집을

나가자 여자의 아버지와 친정 식구들이 사정을 알고 여인을 엄히 벌하였다고 한다.

부정한 행위에 대하여서는 친부모와 동기들도 명예를 소중히 여겨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는

당대의 윤리관을 볼 수 있다.

 

3-2-3 성적 결핍에 따른 원과 한

성적 욕구를 사회적 제약에 의하여 외면하고 차단해야하는 당사자가 되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 설화의 본질은 간음과 같이 기본적인 틀을 깨뜨리지 않는

한에 있어서는 남녀 간의 성적 결합에 대하여 이해의 폭이 넓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관념이 구체적으로 사회통념 화하고 실제 생활에서 통용되었는가 하는 점은 다소

의아스럽지만 어쨌든 설화문학의 테두리 안에서는 매우 인간적으로 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인간적 기준을 훼손하거나 핍박하는 행위는 오히려 징벌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 선비가 과거 길에 객주에 들러 촛불을 밝혀놓고 책을 읽는데 이웃집 처녀가 선비의 모습에

반하여 그의 처소에 들어왔다. 까닭을 알고 난 선비가 그 처녀를 엄히 꾸짖어 내쫓으려하였으나

말을 듣지 않자 처녀의 아버지를 불러오게 하였다. 처녀의 아버지가 사정을 알고 딸을 크게

꾸짖자 그녀는 혀를 깨물고 벽에 머리를 부딪쳐 자결하고 만다.

이후로 선비는 그녀의 환영에 시달리며 매우 곤궁하게 살았다고 한다. 비록 군자의 도를 다

하였으나 인간성을 말살할 정도의 성적 잣대는 여인의 원과 한을 살수도 있다는 우리 조상들의

의식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우리 설화에 비친 남녀 간의 성적 교섭의 모습은 풍요로운 바가

있으며 어느 정도의 일탈은 그것이 인간성을 버리지 않고 회복하는 면이 있으면 너그럽게

수용하고 이를 각박하게 배척하면 오히려 죄로 간주하고 있다.

 

3-3 문학 주제별 성 문화의 양태

3-3-1 보바리즘

엠마의 생애는 자기가 현재 있는 장소에서 시간적, 공간적으로 떨어진 몽상의 세계를 현실의

세계로 바꾸어 놓으려고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러한 사고행태는 일면 경박하고

세속적인 인물의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자기를 둘러싼 따분한 시골, 우둔한 소시민,

단조로운 일상 그리고 특히 평범한 사고 밖에 할 줄 모르는 우직한 남편의 일상적 현실을 혐오

하고 "지상의 어느 곳에는 반드시 행복을 낳는 고장이 있다"고 항상 그곳을 몽상하는 인물이

엠마이다. 이와같은 성격을 프랑스 철학자 쥘드 고티에는 "보바리즘(Bovarysme)" 이라고

명명하였다.

물론 이러한 인물은 단죄의 대상이 되어야하겠지만 "보바리 부인은 나 자신이다"라고 말한

플로벨의 말처럼 왜소하고 비속한 부르주아가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깊은 절망감, 단조롭고

평이한 일상적 남편으로 부터의 일탈을 꿈꾸는 방편이 불륜이라는 수단을 빌게 되고

이어서 목적까지 되어버린 동경과 좌절의 궤적은 오늘날의 남녀관계, 특히 부부상의 정립에

있어서 깊이 있게 성찰해 보아야할 명제라고 하겠다.

 

3-3-2 토마스 하디의 "귀향"

토마스 하디의 작품 "귀향"(The Return of the Native)에도 보바리즘과 유사한 주제의 비극이

등장한다. 이 작품 역시 보바리즘에 빠져있는 유스테이셔를 징벌하는 일반적인 평결을 쉽게 내려

볼 수 있겠으나 현재의 생활에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유스테이셔와 와일디브의 성격적 숙명과

이를 뛰어 넘으려는 절박한 시도, 이와는 무관하게 이들과 운명적 만남을 겪게 되는 지적

휴머니스트 클림 요브라이트의 삶은 작가의 비극적 비전과 함께 많은 철학적 명제를 제공하고

있다.

 

3-4 결핍된 성과 충족의 욕구

3-4-1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술 익는 마을)

우리나라의 전래 설화에도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 수절을 하며 정욕을 억제하느라고 겪는 눈물

겨운 고뇌의 기록들이 많이 보인다. 이와 더불어 끝내 성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여서 원과 한을

품고 죽는 사연도 많다. 미국의 단편 작가 셔우드 앤더슨(Sherwood Anderson)은 성적 결핍으로

인하여 그로테스크하게 삶을 유지해 나아가는 일단의 인물들을『와인즈버그, 오하이오』

(Winesberg, Ohio)라는 단편 모음집에서 여러 가지 사례와 함께 잘 그려내고 있다.

오하이오 주에 있는 가상의 도시 와인즈버그는 이름 그대로 술 취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정상적인

사람이 사는 동네가 아니라 무엇인가 결여되거나 왜곡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프로이드(Freud)에 의하면 인간의 심리에는 성적인 충동과 죽음의 충동(공격성)이 있는데

자아는 이를 적절한 수준으로 억압을 하여 자기방어의 기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억압된 기제는 무의식의 상태로 심리내부에 저장된다. 이 억압된 충동의 해석을 둘러

싸고 프로이드는 다소 일관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아서 초기에는 이러한 억압이 여러 가지 심리적

병인이 되고 있음을 강조하였으나, 후기에 이르러서는 이것이 문화와 예술의 원동력임을 역설

하였다.

 

3-4-2 채털리 부인의 사랑

로렌스(D. H. Lawrence)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Lady Chatterley's Lover)에 나타난 성적

억압의 상황은 해방의 구도로 귀결된다. 이 작품은 20세기 벽두부터 열리기 시작한 산업사회의

불모성, 대규모의 기계화 부대에 의해 자행된 살륙의 세계대전 등을 깊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

보고 근심한 생명주의적인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역동적인 성행위의 묘사로 인하여 외설

문학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라이히처럼 성의 해방적 에너지를 강조한 입장으로 보나, 마르쿠제(Marcuse)처럼 사회적

억압의 메카니즘을 밝히고 사회 해방의 전망을 찾으려는 시각 등으로 조망해 볼 때 로렌스가

주는 메시지의 깊은 선각적 통찰력을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로렌스는 『제인 에어』(Jane Ayre)에서 외설을 느끼고 『복카치오』(Boccacio)에서는 오히려

청신함과 건전성을 느낀다고 하면서 "외설"에 대하여 "성적 감정이 솔직하면서 은밀하고 간교

하지 않은 한 그 자체로서 나쁠 것이 전혀 없다“고 하였다.

 

3-5 가부장적 남녀 관계

 

3-6 지배적 여성상

3-6-1 캔터베리 이야기와 맥베드

3-6-2 헤밍웨이의 작품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단편 소설, 「프랜시스 맥코머의 짧고 행복한 생애」에 나오는

중년남자 맥코머와 그의 부인 마가렛은 결혼한지 11년째이다. 맥코머는 나이가 들고 몸이 나면서

매사에 우유부단해지고 게으르고 용기를 잃게 되었다.

 

3-7 성적 자유문화와 사랑의 불모성

3-7-1 굿바이 컬럼버스

전후 세대의 성도덕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전장(戰場)의 황폐성과 가치 파괴적인 상황으로 말미

암아 대부분 성적 자유와 육체의 구가라는 풍조가 된다.

3-7-2 『또 하나의 나라』(Another Country)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은 흑인 작가로서 흑인들이 백인 사회에서 겪는 소외의식을

현대인들이 겪는 보편적 소외의식으로 일반화함으로써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3-8 매매춘을 다룬 문학

3-8-1 가장 오래된 직업의 유래

3-8-2 매춘부에 관한 문학작품으로는 뒤마 피스(Dumas Fils)의 『춘희(椿姬)』

(La Traviata)가 대표적이다.

3-8-3 우리나라 매매춘 문학

『감자』김동인, 권광욱의 『매가 아프거든 눈을 떠라』

 

3-9 페미니즘 문화와 문학의 등장

 

3-10 맺는 말

플라톤(Platon)이 쓴 『향연(饗宴)』(Symposium)을 보면 원래 인간은 남녀가 하나로 된 양성체

였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대리석 조각에 가끔 보이는 남녀의 성기를 공유한 인간상이 바로

그러한 신화의 구체적 형상화였다. 그런데 이러한 양성적 인간은 능력이 막강하여서 신들의

세계를 넘보게 되었다. 이에 노한 제우스가 인간을 분리하여 남성과 여성이라는 별개의 성을

가진 두 지체로 나누고, 때가 되면 잃어버렸던 자신의 반쪽을 찾아서 완전한 하나의 주체가

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반려자(伴侶者)라는 서구식 표현이 "나 보다 나은 반쪽(my betterhalf)"

인데 이 관용어의 심층구조에도 이러한 의식이 엿보인다.

그런데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을 찾는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일 수는 없다. 또한 오늘날과 같이

다원화되고 격변하는 시대에는 자신의 반쪽이 나타났다하더라도 그때까지의 환경이 너무나 달라

엄청난 문화충격 속에서 합일을 포기할는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이 불신과 회의의 시대에는

진정한 자신의 짝을 찾았을지라도 이를 믿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아니 잃어버린 반쪽이 있다는 신화 자체가 가설이며 부조리한 상상이라고 현대인들은 일소에

부칠는지도 모른다.

 

4.

문학 장르 중에서도 가장 나중에 태어난 소설 문학은 오늘날 영상문화의 일대 공세 앞에서

존재의 의미(레종 데트르)에도 붉은 등이 켜졌다. “(소설)문학의 종언”을 말하는 미래학자들의

언사도 트렌드 화 되었고 “모든 미디어는 문학 텍스트”라는 정의도 오히려 으스스하다.

새로운 문화와 소설문학을 대망해본다.

 

(주제의 외연 확장을 위한 추가 자료 제안)

*판소리 전통과 최명희의 <혼불>

유영대 판소리연구 29, 2010.4, 169-195 (27 pages)

*박경리 『토지』와 최명희 『혼불』을 통해 고찰한 한국의 음식문화

우수영 현대소설연구 , (58), 2015.04, 257-291 (35 pages)

* 김동리 소설에 나타난 ‘근대/전통’의 배치와 그 의미

정재림 비평문학 제42호, 2011.12, 407-426 (20 pages)

http://www.dbpia.co.kr/Article/NODE01819011

*소설의 문화원형 콘텐츠 화 방안-최명희의 『혼불』을 중심으로

장미영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24, 2004.9, 435-453 (19 pages)

*이청준 소설에 나타난 근대와 전통의 양가성

노희준 비평문학 , (34), 2009.12, 175-194 (20 pages)

URL http://www.dbpia.co.kr/Article/NODE01411309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풍류정신문화 ‘멋’에 대한 연구

-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를 중심으로

나채근, 노상래 한민족어문학 72, 2016.4, 63-91 (29 pages)

URL http://www.dbpia.co.kr/Article/NODE06670663

*한국 민속의 전통과 현대소설

- 崔明姬의 「魂불」을 주목하여

강은해 한국학논집 18, 1991.12, 213-246 (34 pages)

URL http://www.dbpia.co.kr/Article/NODE014108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