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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밸리 탐방

원평재 2018. 4. 14. 12:26










 데스 밸리 탐방

                                                                                                    김  유  조


미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데스 밸리의 진면목은 은광 마을이 있던 지역을 지나서도

한참이나 더 들어가 "해수면 이하 85.5미터"라는 표지가 있는 지점과 그 주변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사실은 해발 위에서 시작하는 은광마을 진입로 초입부터 지형은 기이하다 못하여

공포스럽다.

"죽음의 골짜기"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적 선입견이랄까 협박성 때문이 아니라 누구라도 오싹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기본 형상에 순간적으로 맞닥뜨려지기 때문이다.

물론 여름이면 섭씨 50-60도에 이른다는 살인적인 더위도 데스밸리라는 이름을 갖고 오는데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먹을 물 한방울 구하기 힘든 여건도 그 이름 값에 힘을 보탰을 것이다. 


데스밸리의 시발점은 버려진 은광 지역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역사에 관심을 둘 여유도

없이 벌써 일대는 지형과 형세가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정형하고 괴이 하고 비 보편적,

비 일상적이어서 벌써 사람의 전신을 압도한다. 정말 오죽하면 데스 밸리라는 이름이

붙었으랴. 

데스 밸리로 들어가는 길은 LA와 그랜드 캐년을 잇는 선상에 있다. 그래서 미서부의

여행객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들리기가 썩 어렵지는 않은데도 그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위압적인 이름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실제로 초입까지 들어가는 길이 그렇게 만만치만은 않아서

까딱하면 다 된 여정에서 고초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리라. 즐거움을 찾는 여행객들이 그런

함정에 빠지고 싶지는 않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싶다면 꼭 한번 들러서 그 험한 역경의 땅, 바로

죽음의 골짜기를 한번 직접 체험해 볼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이번 데스 밸리 탐방은 그랜드 캐년 쪽에서 시작하였다. 그랜드 캐년은 몇차례 다녔다. 그러나

그 연장선상에 있는 데스 밸리는 처음이었다.

이번에 답사한 그랜드 캐년은 겨울 철의 모습이었다. 주로 여름과 가을에 다녔던 체험과 달리

눈이 쌓인 캐년 지역도 또한 장관이었다. 자이언 캐년의 설경은 다시 생각해 보아도 아름답고

신성하였다. 성경 이름대로라면 시온산이다. 어찌 성스럽지 않겠는가.




  

 

데스 밸리는 여름 기온이 50-60도를 기록하기에 봄, 가을, 겨울이 트래킹으로는 적기인데

그 중에서도 눈까지 가끔 뿌리는 겨울이 관광객도 적고 가장 좋은 때인가 싶다.  

 Death Valley

죽음의 계곡

동서 25km. 남북240km 달하는 데스 밸리 국립공원은 가장 낮은 배드워터 지역이 해면 이하

 85.5m나 된다.  한없이 이어진 소금의 결정이 푸르고 긴 강처럼 보이거나 대평원처럼 눈을 현혹

시킨다. 계곡 안의 모래언덕(Sand Dune)은 바람으로 하루에도 몇차례나 모습을 바꾸고---.

 

그러나 사방은 적막강산, 그 무료한 시간에 사구(砂丘)를 나타내는 "듄"이 크리스창 디올의 향수

이름이라는, 때 아니게 넋나간 생각도 일렁인다.

서부 개척시대, 금광과 은광의 열풍 시대에 이곳을 지나가던 개척자들이 소금 강물을 푸른 물로

오인하고 마시다가 죽어간 신기루 현상이 단순히 신체적 목마름의 현상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어쩌면 욕망의 목마름 때문에 이곳으로 흘러들어오지 않았을까.

 

 

이곳은  LA에서 450킬로미터로 여섯시간 반 거리이고 라스베가스에서는 3시간 정도이다.

 

데스 밸리 탐방은 세군데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기착지는 흔히 배드랜드라고 하는 자브리스키 포인트 일대. 험악한 산세가 무시무시한 생각을

들게한다. 그 다음이 해수면 보다 85.5 미터나 낮은 소금 강의 진원지, 배드 워터 지역.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사구, 샌드 듄.

 

마침내 죽음의 골짜기를 무사히 벗어나면서 삶의 지대에서 처음 들리는 곳은 "퍼니스 크리크"이다.

"화덕 계곡"이라는 이름이니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그나마 예부터 사람들이 목숨을

부지하고 살았던 사막의 오아시스 지역이다.

  

겨울에 찾아간 데스 밸리는 사계절을 한꺼번에 모두 조금씩 겪게해 주었다.

그래도 결국 가장 추운 날씨에 대비한 중무장이 필수일듯~.

 

무섭게 보이는 산등성이에도 이미 트래킹 흔적들이 있으니 인간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도 선인장의 일종인 조슈아 트리가 만발? 이다.


 

 

강 처럼 보이는 저 흐름은 사실 소금 용액이 엉겨있는 형상이다.

 


 

 

강을 거슬러 드디어 그 소금강물의 진원지에 도달하였다.

강물의 맛을 보았더니 당연히 짠 소금이다.

요즈즘 북동부 여러 주에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제설용 소금이 부족하다는 뉴스도

나오던데 이곳 소금이 무슨 도움이 되지나 않을는지~~~.

 

 

 

해수면 표지가 보이는데 그러고보니 이곳은 해수면 아래 85.5미터라고 한다.

 


 

 화장실이 있다는 사실이 일상적이어서 오히려 기이하다.


  

발자국들은 바람따라 금방 사라지지만 다른 발자국들이 곧 그 자리를 잇는 이치이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뒤로하여 사구를 찍었다. 이곳을 가로막고 있는 저 태산준령은 바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다. 전에 스페인에 갔을 때 이베리아 반도의 남쪽을 가로지른

산맥이 시에라 네바다, 같은 이름이었다. "눈을 이고 있는 톱니"라는 뜻이라던가.

인디언들은 무어라고 불렀을까~. 

드디어 퍼니스 크리크에 도달하였다. 하지만 입구부터 황량하다.

이 곳을 지킨 목숨들이 놀랍다.

 

 

 


 

 

데스밸리는 캘리포니아 주의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다. 원래 멕시코 제국에 속하였으니

Mojave도 모하비로 읽을 수 밖에~.

Navajo도 나바호이고 새너제이로 많이 읽는 San Jose 산호세도 그렇고---.

 

 

 

 

 

데스밸리를 다니면서 내내 떠나지 않는 목소리가 있었다.

 

시편 23장 4절로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Even  though  I  walk  through  the  valley  of  the  shadow  of  death, 

 I  will  fear  no  evil,  for  you  are  with  me ; 

your rod and your staff, they comfort me. 


(기행시)  데스밸리


새들도 날개를 접었다

세차게 인 바람도 금방 소리없이 죽은 바람이 되고

물도 죽고 나무도 죽고 벌레도 사라졌다


인디언들도 대를 이어서 피해간 땅

금광과 은광에 탐욕의 목마름으로 들어온

서부의 건맨들이나

푸른 소금 강물에 씌어 헛발 디뎠던

포장마차 가족들의 울부짖음도

해수면 아래 모두 묻혔다


멀리 시에라 네바다

눈을 이고 있는 톱니라는 험산에 갇힌

이 곳 해면 아래의 계곡은 함몰된 삶의 땅이런가

아직 융기하지 못한 생의 부재지인가


아, 사나톱시스 thanatopsis

죽음에 관한 명상 주제를 떠올려도 보지만

사치와 치사가 엇갈려 비벼댄

우리시대 소금모래 위의 발자국

유사 이래 사위어 간 흔적들처럼 덧없고


돌아갈 사륜구동 지프차

시동 소리 헐겁다 


작자; 시인, 소설가. 서초문인협회 회장, 건국대 명예교수(전 부총장), 한국펜 국제교류위원장,

한국 소설가협회 윤리위원, 한국 현대시인협회 국제문화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