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트레일 1
김 유 조
한 세대 만에 다시 밟아본 북 미시간
헤밍웨이 찾았던 옛 기억 따라
예나 지금이나 그는 없었지만
현존을 천명하며 철석이던 호반은
이제 내 발길아래 적요하고
호톤베이나 월룬레이크 지역
그가 머물렀던 여관방들과 카페는
낡은 추억들을 내다 판다
오늘 강단의 페미니스트들은 그의 용맹도
비겁의 거죽이라 하고
세 번 이혼의 결혼생활에도
양성애자의 덫을 씌우는데
너희도 늙고 골병들어보아라
육신의 말년에 닥쳐오는 허무의 그림자를
존엄사로 맞바꾼 그의 용기도
부관참시를 끝내 막지는 못하는 구나
북 미시간
호수로 흘러드는 “두 개의 심장을 가진 강”가에서
“두 심장”*이란 이름의 이곳 수제맥주 강한 호프향이
그의 단편 “큰 두 개의 심장을 가진 강”**
강물을 타고
내 목 울대를 거쳐 심장으로 흘러드는 저녁
* Two Hearted River Ale
** The Big Two Hearted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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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트레일 2
김 유 조
북 미시간 인디언 부족 오지브와 기념관 속
얼기설기한 인디언 캠프에 들어섰다
파파 헤밍웨이의 어린 시절
어니 헤밍웨이의 동정을 수탈한 건
이 부족 연상 처녀의 수미한 유혹과
의제적 행위였다는
작가의 내적 독백이 얼기설기 떠오른다
지금 그 부족은 인류사적 피해자로 절멸 지경이나
개인은 가해자로 문학사에 기록되고 남는 품새
상위문화가 하위문화를 필경 집어삼킨다는
아놀드 토인비 경의 경구를 음미하는 것은
내 현학이 비튼 비약인가
헤밍웨이 발길 따라 나선 트레일
일렁이는 사유의 물결은
호수 속 매키낙 섬으로 들어가는
뱃전에서 부서지더니
마차만 다니는 섬 속에서는
바퀴가 되어 윤회 한다
약력;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문화위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국제교류위원장, 한국소설가협회
윤리위원,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부이사장, 계간 미래시학 등의 고문, 격월간 여행문화 주간,
서초문협 회장, 건국대 명예교수(부총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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