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조선족 문학의 시원과 발전
이 시대 조선족 문학의 주제 변천과 언어 상의 차이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선족 이민 문학의 시초와 그 전개 과정에 대한 고찰이 필수적일 것이다.
다행하게도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대학기관과 여러
연구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깊고 오랜 연구 업적들이 큰 길잡이 역할이 되었음을
미리 밝혀두고자 한다.
매거할 수 없는 자료 가운데에서도 일부 업적들을 살펴보면 단일 저서로는
『해방 전 조선족 이민 소설 연구』,(장춘식, 2004) 등을 볼 수 있고 공저로는
『조선-한국 당대 문학사』(김병민 외, 2000), 『당대 중국 조선족 연구』(김동화
김승철 주필, 1993) 등이 있으며,
논문집으로는 『중국 조선족 언론문화 학술 논문집』(채영춘, 2001), 『조선언어
문학 논문집』(1995), 등이 보이고 『중국 당대 문학사』(김병활, 2001)처럼
중국 전체의 문학 통사에서 조선족 문학 흐름의 줄기를 파악하는 업적도 있다.
중국 조선 족 문학의 역사를 대략 100여년으로 보는 데에는 학계의 견해가 거의
일치하지만 구체적 시원을 언제로 보느냐, 아이덴티티 문제는 어떻게 범주화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몇 가지 다양한 견해가 있음도 사실이다.
연변대학의 김호웅 교수는 중국 조선족 문학의 기원, 성격 및 작가 범위에 대한
기존 견해를 첫째, 전통의 유구함을 주장하는 원칙과 둘째, 출생지 원칙과 사망지
원칙, 그리고 셋째로 속지주의 원칙과 속인주의 원칙 등으로 나누어 보고 있다.
(『중국 조선족 소장학자 조선학 연구 논문집』pp.217-231참조)
첫 번째 견해로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 조선 고대 국가들의 발상지가 중국 동북
지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단군 신화와 동명 왕 신화에 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지만 이러한 견해는 전반 조선민족과 중국의 조선족, 그리고 유산과 창조의
혼동이 있는 그릇된 판단으로 김호웅 교수는 보고 있다.
둘째 견해, 즉 출생지 원칙과 사망지 원칙에 따르는 기원론에 따르면 중국 땅에서
출생한 작가이거나 중국 땅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중국에서 사망한 작가는
모두 중국 조선족 작가라는 주장이다.
출생지 원칙에 따르면 윤동주 시인, 사망지 원칙에 따르면 김택영, 신채호, 신정 등이
모두 중국 조선족 문학의 선구자가 되고 30-40년대 중국 땅에서 만주 땅을 무대로
작가 활동을 한 안수길 등은 배제 된다는 모순이 따른다고 김 교수는 보고 있다.
세 번째 견해, 속지주의 원칙과 속인주의 원칙은 중국 땅에서 생활한 작가와 그의
작품, 중국 땅에서 벌어진 조선인들의 문학 활동은 모두 중국 조선족 문학사의
범주에서 다루어져야한다는 견해를 말한다.
그러나 이 견해 역시 동일한 작품을 두고 이곳과 남북한이 서로 자신들의 문학에
편입코자 하는 대립과 모순이 생긴다.
예컨대 연변에서는 1958년과 1961년에 『혁명의 노래』와 『혁명 가요집』을 각각
출판하였는데,
1959년 조선로동당출판사에서는 동일한 내용을 조선 문학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양의 사회과학 출판사에서는 1986년에 출판한 『조선문학 개관』
에서 1926년부터 1945년까지의 문학을 “항일 혁명 투쟁 시기의 문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학자들 중에서도 이런 속인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예컨대 오양호
교수는『신세대 문학과 소설의 현장』에서 “1940년에서 광복이 올 때까지의
한국 문학은 간도 이민 문학의 시대가 존재함으로써 가능”했다고 보고 이시대의
문학사는 간도 이민 문학을 중심으로 써야한다고 주장한다.(pp218-219)
다양한 주장을 수렴하면서 매듭을 지어보면 김호웅 교수의 서술처럼 중국의
조선족은 역사적으로 볼 때 결국 청나라 말엽에 중국으로 천입한 “천입민족”이며
19세기 말엽이후 20세기의 40년대까지 중국의 동북지방으로 천입한 거대한
민족적 움직임에 따른 조선족 100년사와 밀착한 문학이라는 정의가 보편성을 띄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여서 중국의 조선족 문학은 지금 중국에 살고 있는 200만 조선족들의
피눈물 나는 이민사, 개척사 및 빛나는 혁명사와 혈연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에서 그는 중국 조선족 백년사의 문학화의 시원을 우선
“북향회”의 성립(1933년 11월)으로부터 『“재만 조선인 시집』(1943년)과
『싹트는 대지』(1940년)에 이르는 약 10년간은 조선족 문학이 한국 혹은
조선(북한) 문학과 구별되는 자기 특성을 형성한 시기로 보고 있다.
결국 이때로부터 조선족 문학은 “이민” “개척민”의 역사와 생활을 자각적으로
표출하여 리욱, 김창걸 등의 향토작가를 배출하였고 조선족 문학의 시조가
되었다고 그는 보고 있다.
장춘식은 『해방전 조선족 이민 소설 연구』에서 초기의 조선족 문단의 형성기는
진정한 의미의 조선족 문학이라기보다는 “중국체험”에 관한 문학으로서 엄격한
의미의 조선족 문학 범주로 포함시키기에는 여러 단서 조항이 붙을 수 있다는
견해이지만 그러나 일단 위의 견해와 동조하여 “초기 소설”의 시기로 한 획을
그어놓고 있다.
이 시기 소설 문학의 주제는 민족성 충돌과 빈부의 갈등으로 크게 보면서 저자는
작가들의 중국체험과 신경향 소설을 추구한 면과 문화의 이질성 충돌, 저항의지의
표출 등이 큰 주제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해 내고 있다.
이윽고 1931년이 되면 일제는 만주사변을 일으키면서 중국의 동북지방을 장악하게
되는데 이때 조선 이주민 작가들은 1933년에 “북향 회”를 조직하고 『북향』을
발간하게 된다는 역사적 사실은 전술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시기를 “중기 소설기”로 보고 이주민의 정착과 삶의 문제가 큰 주제로
대두 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이주농민의 생존의지, 암담한 현실에의
저항의식 등이 투영되었음을 보고 있다.
이어서 저자는 “말기 소설기”를 저자는 193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중반까지로
보고 있다.
1937년의 이른바 “지나사변”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일제의 전면 침략이 시작되고
있는데 이때의 가혹한 검열제도와 태평양 전쟁기의 가혹한 시련은 이 곳 조선족
문인들에게 패배의식의 확산을 불러왔고 현실과의 타협 및 체제협력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이 어려운 시기의 반응을 각각 표출하였다고 본다.
이러한 간난신고의 기간을 거쳐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과 때를 같이하여
반전의 궤도에 들어선 당대 연변 조선민족 문학은 이미 50여년의 역정을 걸어왔다”고
김석기 교수는 “중국 조선족 문학의 발전양상 고찰”(연변 과기대 제8회 한국학
국제학회 심포지엄 발표논문집)에서 특히 소설 문학을 중심으로 하여 적시하면서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근간으로 조선족 문학사를 근대문학(19세기 말엽-1910년대
까지), 현대문학(1920년대-중화인민공화국창건 이전까지), 당대문학(창건이후-현재
까지)으로 크게 구분하고 있다.
한편 중국 『조선족 문학사』(연변 인민 출판사, 조성일 권철 주편, 1990)에서는
문학 통사적인 시대구분을 근대문학(이주-1920년의 문학), 현대문학(1920년-1931년의
문학, 1945년-1949년의 문학), 당대문학(1949년-1966년의 문학, 1966년-1976년의
문학, 1976년의 문학-1986년의 문학)으로 하여 큰 시기와 작은 시기로 나누고도 있는데
다소 역점을 두는 부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크게 그 궤는 같이하고 있다고 보겠다.
아무튼 이 소론에서 다루게 될 주요 논지는 당대 중에서도 최근 중국 조선족 문학,
특별히 “소설 문학”의 주제 변천과 의미론적인 문제에 국한 하고 있기 때문에 문학
시원에 관한 관점은 장춘식이『해방전 조선족 이민 소설 연구』에서도 말하였듯이
일단 문제제기만 하고 시선을 그 다음의 시대로 돌리고자 한다.
(단오 다음날에 밀강과 두만강이 합수하는 곳에 갔다. 전날에는 조선족들이
그네를 뛰고 놀았다고 한다. 좁게 보이는 강이 두만강, 건너편은 북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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