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북 리뷰, 문단 이야기

조선족 소설 문학 소개

원평재 2005. 6. 12. 05:59
 

조선족 소설 문학 소개 

 

* 서술 방향

 

1. 들어가는 말

2. 조선족 문학의 시원과 발전

3. 개혁 개방 이후 조선족 소설 문학의 주제 분석

   1) 80년대 전후반 소설 문학의 개관

   2) 90년대 소설 문학의 급격한 주제 변천

   3) 출국 열, 서울바람 문학의 경향과 전망

4. 우리말 내부의 번역 과제

   1) 어휘, 표현방식, 문법 등의 간격

   2) 조선족 언어문자 규범화의 분석과 피드백

5, 맺는 말


1. 들어가는 말 

중국 대륙에서의 한민족(韓民族) 거주 사를 살피자면 그 연원 고증이 다양하겠지만

본 고에서의 고찰 범주는 중국거주 조선족 당대 문학에 관한 것이므로

거주정황에 대한 논의도 최근의 것으로 한정코자 한다.

 

근세사에 중국으로 이주하여 살고 있는 한민족 동포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조선족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대체로 그 숫자는 200만 전후를 헤아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한편 중국의 개방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주로 상용, 기타의 목적으로 중국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대략 29만 3천명으로 보는 통계가 있고

이런 추세로 미루어 본다면 2010년 까지는 그 숫자가 100만 명을 넘으리라는

추계도 있다.

여기에는 물론 현재 연간 150만 명이 넘게 드나드는 한국인들은 들어있지 않다.

또한 북한으로부터도 상당수가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서 들어와 있을 것이며

일부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인원들도 있을 수 있다.

 

한민족, 배달겨레로 통칭 되어온 우리의 핏줄이 근세사에서 이토록 다양한

분포를 보이기 시작하자 재중 한국어 신문, 예컨대 『흑룡강 신문』같은 데에서는

위와 같은 통계를 내 놓으면서 이 모든 사람들을 통칭할 때에는

“한겨레”라는 표현이 타당하리라는 제안도 하였다(2005년 1월 14일).

 

아무튼 우리 동포들의 중국 거주사가 100년을 넘어 오늘에 이르는 동안

우리  말은 잘 갈무리되어서 공사 간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엄존해왔고 마침내

찬란한 문화와 문학작품으로 개화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중국 조선족 문학의 또 하나 특기할 점은 이 문학 자체가 중국의

소수민족 문학의  일부로 공인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임명하는 각 지역별 작가 협회 조직의

하나인 "중국 연변 문학 작가 협회"라는 기구와 주석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김학천 주석과의 인터뷰, 2005년 3월 21일)과 함께,

월간 문예지 “연변 문학”이 창간이래  51년 동안 우여곡절 가운데에서도

속간되고 있다는 사실이 세계 다른 지역의 우리 교포 문학과는

그 위상이나 입장이 자못 다르고 매우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연변 문학』 김삼 발행인과의 인터뷰, 2005년 2월 28일).

 

재중 동포 사회에 관한 보다 상세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흑룡강 신문의

기사를 인용해 보면 개혁 개방 20여 년 간에 중국에 거주하는 한겨레 사회의

거주 판도는 기존 동북 3성 농촌 지역으로부터 벗어나서 점차 경제 발달 지구인

연해 지구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17개 지사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현황 조사

결과를 다음과 같이 내놓고 있다.

 



“중국 한계레 거주 인구 분포는 성(省)별로 10만여 명 이상의 지역이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 산동성, 베이징시 등 5개 지역으로, 5만명 이상이 상하이,

광동성, 천진시 등 3개 지역으로, 1만명 이상이 장쑤성, 저장성, 하이난다오 등

3개 지역”이다.

 

한편 차이나 드림으로 중국을 다녀가는 한국인도 2003년 156만 명이며

재중 장기 거주 한국인 수도 급증하여 현재 총 29만 명, 2010년이면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요소들을 포괄하여 “한겨레”라는 동포 사회의 명칭을 쓸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나온다.

 

여기에서는 연변을 중심으로 하여 일제 강점기 이래 자생적으로 빛나는 문학

전통을 이어온 조선족 문학에 초점을 맞추어서 그 발전 과정을 일별하면서

특히 중국이 겪는 새로운 개혁과 개방 시기에 이 곳의 특이한 문학 전통은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가에 일차 분석의 초점을 맞춘다.

 

그런 다음에는 이 곳 문학 작품에 나타난 의미론적 현상과 차이에 유의하면서

어휘와 서술 구조를 분석 고찰하여 어떠한 상호 텍스트 이해의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겠는지,

필경 그 방안의 하나로서 통, 번역의 필요성이라는 하나의 과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바이다.

 

2. 조선족 문학의 시원과 발전

 

이 시대 조선족 문학의 주제 변천과 언어 상의 차이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선족 이민 문학의 시초와 그 전개 과정에 대한 고찰이 필수적일 것이다.

다행하게도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대학기관과 여러

연구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깊고 오랜 연구 업적들이 큰 길잡이 역할이 되었음을

미리 밝혀두고자 한다.

 

매거할 수 없는 자료 가운데에서도 일부 업적들을 살펴보면 단일 저서로는

『해방 전 조선족 이민 소설 연구』,(장춘식, 2004) 등을 볼 수 있고 공저로는

 『조선-한국 당대 문학사』(김병민 외, 2000), 『당대 중국 조선족 연구』(김동화

김승철 주필, 1993) 등이 있으며,

 논문집으로는 『중국 조선족 언론문화 학술 논문집』(채영춘, 2001), 『조선언어

문학 논문집』(1995), 등이 보이고 『중국 당대 문학사』(김병활, 2001)처럼

중국 전체의 문학 통사에서 조선족 문학 흐름의 줄기를 파악하는 업적도 있다.

 

중국 조선 족 문학의 역사를 대략 100여년으로 보는 데에는 학계의 견해가 거의

일치하지만 구체적 시원을 언제로 보느냐, 아이덴티티 문제는 어떻게 범주화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몇 가지 다양한 견해가 있음도 사실이다.

 

연변대학의 김호웅 교수는 중국 조선족 문학의 기원, 성격 및 작가 범위에 대한

기존 견해를 첫째, 전통의 유구함을 주장하는 원칙과 둘째, 출생지 원칙과 사망지

원칙, 그리고 셋째로 속지주의 원칙과 속인주의 원칙 등으로 나누어 보고 있다.

(『중국 조선족 소장학자 조선학 연구 논문집』pp.217-231참조)

 

첫 번째 견해로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 조선 고대 국가들의 발상지가 중국 동북

지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단군 신화와 동명 왕 신화에 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지만 이러한 견해는 전반 조선민족과 중국의 조선족, 그리고 유산과 창조의

혼동이 있는 그릇된 판단으로 김호웅 교수는 보고 있다.

 

둘째 견해, 즉 출생지 원칙과 사망지 원칙에 따르는 기원론에 따르면 중국 땅에서

출생한 작가이거나 중국 땅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중국에서 사망한 작가는

모두 중국 조선족 작가라는 주장이다.

출생지 원칙에 따르면 윤동주 시인, 사망지 원칙에 따르면 김택영, 신채호, 신정 등이

모두 중국 조선족 문학의 선구자가 되고 30-40년대 중국 땅에서 만주 땅을 무대로

작가 활동을 한 안수길 등은 배제 된다는 모순이 따른다고 김 교수는 보고 있다.

 

세 번째 견해, 속지주의 원칙과 속인주의 원칙은 중국 땅에서 생활한 작가와 그의

작품, 중국 땅에서 벌어진 조선인들의 문학 활동은 모두 중국 조선족 문학사의

범주에서 다루어져야한다는 견해를 말한다.

그러나 이 견해 역시 동일한 작품을 두고 이곳과 남북한이 서로 자신들의 문학에

편입코자 하는 대립과 모순이 생긴다.

예컨대 연변에서는 1958년과 1961년에 『혁명의 노래』와 『혁명 가요집』을 각각

출판하였는데,

1959년 조선로동당출판사에서는 동일한 내용을 조선 문학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양의 사회과학 출판사에서는 1986년에 출판한 『조선문학 개관』

에서 1926년부터 1945년까지의 문학을 “항일 혁명 투쟁 시기의 문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학자들 중에서도 이런 속인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예컨대 오양호

교수는『신세대 문학과 소설의 현장』에서 “1940년에서 광복이 올 때까지의

한국 문학은 간도 이민 문학의 시대가 존재함으로써 가능”했다고 보고 이시대의

문학사는 간도 이민 문학을 중심으로 써야한다고 주장한다.(pp218-219)

 

다양한 주장을 수렴하면서 매듭을 지어보면 김호웅 교수의 서술처럼 중국의

조선족은 역사적으로 볼 때 결국 청나라 말엽에 중국으로 천입한 “천입민족”이며

19세기 말엽이후 20세기의 40년대까지 중국의 동북지방으로 천입한 거대한

민족적 움직임에 따른 조선족 100년사와 밀착한 문학이라는 정의가 보편성을 띄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여서 중국의 조선족 문학은 지금 중국에 살고 있는 200만 조선족들의

피눈물 나는 이민사, 개척사 및 빛나는 혁명사와 혈연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에서 그는 중국 조선족 백년사의 문학화의 시원을 우선

“북향회”의 성립(1933년 11월)으로부터 『“재만 조선인 시집』(1943년)과

『싹트는 대지』(1940년)에 이르는 약 10년간은 조선족 문학이 한국 혹은

조선(북한) 문학과 구별되는 자기 특성을 형성한 시기로 보고 있다.

결국 이때로부터 조선족 문학은 “이민” “개척민”의 역사와 생활을 자각적으로

표출하여 리욱, 김창걸 등의 향토작가를 배출하였고 조선족 문학의 시조가

되었다고 그는 보고 있다.

 


 

장춘식은 『해방전 조선족 이민 소설 연구』에서 초기의 조선족 문단의 형성기는

진정한 의미의 조선족 문학이라기보다는 “중국체험”에 관한 문학으로서 엄격한

의미의 조선족 문학 범주로 포함시키기에는 여러 단서 조항이 붙을 수 있다는

견해이지만 그러나 일단 위의 견해와 동조하여 “초기 소설”의 시기로 한 획을

그어놓고 있다.

 

이 시기 소설 문학의 주제는 민족성 충돌과 빈부의 갈등으로 크게 보면서 저자는

작가들의 중국체험과 신경향 소설을 추구한 면과 문화의 이질성 충돌, 저항의지의

표출 등이 큰 주제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해 내고 있다.

 

이윽고 1931년이 되면 일제는 만주사변을 일으키면서 중국의 동북지방을 장악하게

되는데 이때 조선 이주민 작가들은 1933년에 “북향 회”를 조직하고 『북향』을

발간하게 된다는 역사적 사실은 전술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시기를 “중기 소설기”로 보고 이주민의 정착과 삶의 문제가 큰 주제로

대두 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이주농민의 생존의지, 암담한 현실에의

저항의식 등이 투영되었음을 보고 있다.

 

이어서 저자는 “말기 소설기”를 저자는 193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중반까지로

보고 있다.

1937년의 이른바 “지나사변”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일제의 전면 침략이 시작되고

있는데 이때의 가혹한 검열제도와 태평양 전쟁기의 가혹한 시련은 이 곳 조선족

문인들에게 패배의식의 확산을 불러왔고 현실과의 타협 및 체제협력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이 어려운 시기의 반응을 각각 표출하였다고 본다.

 

이러한 간난신고의 기간을 거쳐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과 때를 같이하여

반전의 궤도에 들어선 당대 연변 조선민족 문학은 이미 50여년의 역정을 걸어왔다”고

김석기 교수는 “중국 조선족 문학의 발전양상 고찰”(연변 과기대 제8회 한국학

국제학회 심포지엄 발표논문집)에서 특히 소설 문학을 중심으로 하여 적시하면서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근간으로 조선족 문학사를 근대문학(19세기 말엽-1910년대

까지), 현대문학(1920년대-중화인민공화국창건 이전까지), 당대문학(창건이후-현재

까지)으로 크게 구분하고 있다.

 

한편 중국 『조선족 문학사』(연변 인민 출판사, 조성일 권철 주편, 1990)에서는

문학 통사적인 시대구분을 근대문학(이주-1920년의 문학), 현대문학(1920년-1931년의

문학, 1945년-1949년의 문학), 당대문학(1949년-1966년의 문학, 1966년-1976년의

문학, 1976년의 문학-1986년의 문학)으로 하여 큰 시기와 작은 시기로 나누고도 있는데

다소 역점을 두는 부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크게 그 궤는 같이하고 있다고 보겠다.

 

아무튼 이 소론에서 다루게 될 주요 논지는 당대 중에서도 최근 중국 조선족  문학,

특별히 “소설 문학”의 주제 변천과 의미론적인 문제에 국한 하고 있기 때문에 문학

시원에 관한 관점은 장춘식이『해방전 조선족 이민 소설 연구』에서도 말하였듯이

일단 문제제기만 하고 시선을 그 다음의 시대로 돌리고자 한다.

 


(단오 다음날에 밀강과 두만강이 합수하는 곳에 갔다. 전날에는 조선족들이

그네를 뛰고 놀았다고 한다. 좁게 보이는 강이 두만강, 건너편은 북한---.)

 

3. 개혁 개방 이후 조선족 소설 문학 작품의 주제 분석


1) 80년대 전후반 소설 문학의 개관

개혁과 개방의 시대는 주지하다시피 1976년 10월에 이른바 “4인방”이 분쇄되면서

시작이 되어서 조선민족 문화는 불사조처럼 다시 소생하여 부흥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임표 등, 4인 무리의 죄행을 성토하고 비판하는 도도한 물결 속에서 1978년 10월에

“연변문학 예술일군연합회” 제2기 제3차 전체위원회의가 열려서 문화대혁명

기간 중 해산 되었던 “연변문학 예술일군 연합회” 및 그 산하의 “중국작가협회

연변 분회”등이 제반 사업을 회복한다는 선언을 하고 지난날 억울하게 썼던 갖가지

누명과 불명예를 벗기고 새롭게 햇살이 들게 하였다.

 

특히 1978년 12월에 열린 제2차 동북3성 조선어문 사업 실무회의에서는 4인무리가

퍼뜨린 “조선 언어문자 무용론”, “조선 언어문자 사멸론”을 호되게 비판하고

민족 언어의 발전이 사회주의 사회 건설에 기여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선말의

규범화에 관한 방안들을 심의 채택하는 중요한 결의를 하였다.

 

새로운 역사 시기에 들어와서 조선문 문예지도 확장되어서 문혁 이전에는

『연변문예』와 『송화강』 두 가지밖에 없던 것이 조선족 거주 지구를 중심으로

특징 있는 문학지가 속속 탄생하였다.

 

즉 연변지역에는 중국작가협회 연변분회의 기관지인 『연변 문예』(월간,

1985년부터 『천지』로 개칭하고 현재는 『연변문학』),

『아리랑』(총서, 1980년 창간), 『문학과 예술』(격월간, 1980년 창간) 등이 발간되고

통화지구에는 중국작가 협회 길림성 분회의 기관지로

『장백산』(격월간, 1980년 창간),

길림지구에는 『도라지』(격월간, 1979년 창간),

장춘지구에는 『북두성』(격월간,1983년 창간),

심양지구에는 『갈매기』(격월간, 1982년 창간),

할빈지구에는 『송화강』(격월간 1960년 창간),

목단강 지구에는 『은하수』(월간, 1980년 창간)등이 발간되기 시작하였으며

번역 문학지로 북경에 『진달래』, 연길에 『세계문학』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중국 조선족 문학사』 pp463-468참조)





 

 

 

 

 

 

 

 

 

 

 

이 시기의 소설 문학을 개관해 보면 80년대의 전반기에는 정치상 문예상의

좌경노선의 오류를 시정하면서 작가들의 사상을 해방하고 사실주의 창작원칙을

회복하면서 이른바 상처문학, 혹은 상흔 문학의 주제를 담은 소설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그 외에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현실, 생활과 투쟁, 인정세태들을 진솔하게 그린

작품들이 다양하게 출현하였다.

 

이 시기 소설들의 심미적 특징들을 김석기 교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먼저 10년간 지속된 문혁의 참상과 좌경 노선이 빚어낸 재난의 폭로, 이러한 주제는

결국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비극 주제의 등장, 그리고 우리 민족의

역사와 생활상을 담은 작품들은 우리민족의 강인한 민족정신과 성격을 문학형상으로

감동적으로 그린 특징과 아름다운 품성의 찬미 등을 들고 있다.

”(김석기『학술대회』pp539-540)


한편 80년대 후반기가 되면서 전국 농촌의 경제체제 개혁과 개혁개방은 사회 전

영역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전국적으로 전개된 ‘진리의 기준문제’에 대한 대토론,

실사구시 정신의 발양, 건국 이래 당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1981,6)등은

후반기에 들어 마침내 주체의식이 형성되면서 ‘반성 문학’, ‘개혁 문학’ 작품들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반성문학이란 문학 작품을 통하여 기왕의 역사적 결론들을 재반성하고

재평가하는 문학 경향을 의미하며 개혁 문학이란 개혁의 현실을 문학 속에 반영한

것이었다.(임윤덕, 『80년대 중국 조선족 소설문학』, 김석기 pp540-541 재인용)

 

이 시대의 반성 문학을 대표하는 중편 소설 “한당원의 자살”(리원길. 1985),

단편소설 “밀고제도”(김학철, 1987)등은 불후의 고전으로 남는다.

이러한 작품들은 냉정하고 엄숙하게 1950년 이후의 역사를 반성, 평가하고 인간의

내면 의식의 세계를 깊이 있게 묘사하여 현상적인 비극성을 보다 더 부각시켰고

표현 기교면에서도 다양한 서술 시점의 선택, 구성 방식, 언어의 세련성,

의식의 흐름, 환상, 상징, 변형 등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고 실천하였다.

 

농촌과 도시의 경제체제 개혁을 다룬 작품들은 특히 농촌 개혁의 역사적 필연성을

심도 있게 그렸고 쓰라린 과거사를 조명하였다.

 


 

이 시대 소설 문학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마침내 많은 애정 소설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남녀간의 사랑의 문제가 이 시대에 다수 등장한 것은

중국 조선족 문학이 마침내 제약이나 제한 없이 문학 본연의 위치를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아도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 시대의 애정 윤리 문제는

 어떻게 보수 전통적인 가치관이

 너무 강고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도 있는데 그러나 90년대 이후의

 급속한 남녀간의 애정 윤리의 변화,

 가정의 해체 등에 비교하면 아직도

 목가적이고도 순정적인 가치관이

 남아있던 시절이라고 하겠다.


 

 

80년대의 후반부는 또한 다양한 실험이 시작되던 큰 기대의 시대였다.

새시기 새시대의 문을 연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그 동안 막혔던 문학의

큰 물결이 소용돌이쳐 내려오면서 큰 계곡 작은 개울을 이루어 다양한 지세를

구축하고 각자의 모색을 시작하며 문학적 기교가  배태하고 성숙을 기약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이 분수령의 시대에 이 곳 문인들은 서구의 작가들 예컨대 울프, 조이스, 헤밍웨이,

포크너등의 작가에 대한 연구를 하고 그들의 실험을 도입할 여유를 갖게 되었다.

특히 새시기 문예 부흥기에 폭발적인 양적 팽창을 보이는 정보의 홍수, 소위

정보 엔트로피 현상에 대해서도 이 시기의 작가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장준식의 “『시대와 우리문학』”(pp.150-152)에 따르면 전정환은 “겨울날 그는

울고 웃었다”(『북두성』, 1987, 3기)에서 이야기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으나

내면에 일종의 관념 탐구와 심리 분석과 형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여성의 ”거미 한 마리“(『북두성』 1987, 3기)에서도 성적심리 의식의 흐름으로

욕망과 순결 사이를 방황하는 남성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리얼하게 재현 시키고

이성적인 의식과 비이성적인 잠재의식간의 모순과 충돌이 사유의 혼란을 조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편 구조주의적인 문학의 틀을 이용하여 작품을 풀어나가는 시도를 꾸준히 해온

우광훈의 메아리(『아리랑』 1987 1,2월 합병호), 이광수의 눈과 귀와 뇌의 진동

(『천지』 1987 1월호)등도 장준식은 특기하고 있다.(P.154)

 



2) 90년대의 조선족 소설 문학

 

 

 

 

 

 

 

 

 

 

 

 

 

 

 

 

 

 

개혁 개방의 물고가 터진 20세기의 마지막 10년간은 그동안의 내부적인 에너지도

축적 되었고 국내외의  활발하고 왕성한 교류 등으로 인하여 작품 활동과 작가

정신은 더욱 융성한 기세를 펴나갔다.

 

현재 연변에는 500여명의 연변작가 협회 회원들이 있고 지속적인 문예지의 발간과

『20세기 중국 조선족 문학선집』(연변 인민 출판사), 『새세기 조선족 중견작가

작품대계』(흑룡강 조선 민족 출판사) 등을 통하여서도 무게 있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의 세기는 사회적 갈등과 고통의 사회적 분위기를 전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구와 미국의 산업화가 성숙하던 20세기 전후의 문학이 리얼리즘 기법 속에서

주제에 있어서의 자연주의 적 비관론이 성행하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90년대식 및 21세기 식 소설 문학의 주제를

탐색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이제까지의 이루 매거 할 수 없이 많은

중견 작가들의 작품과 업적에 관계없이 격변하는 주제 변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 변모하는 모습을 천착해 보고자한다.

 

90년대를 선도하는 1991년도의 창작 소설에 관하여 오상순은 그 내용으로 분석을

하여서 크게 주제 소설과 무주제 소설, 문제 소설과 세태 소설, 성격 소설과 정감소설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다.(『중국조선족소장학자 조선학연구논문집』pp.235-240)

그에 의하면 91년도의 소설 작가들은 특히 주제의식에 투철하여서 사상적적 감화력을

가지며 인식 교양적 가치가 큰 소설들이 발표되었다고 평가한다.

 

임원춘의 “별찌”(『장백산』, 91년 5호), 류원무의 “앉은 석동”(『도라지』, 91년 1호),

강효근의 “묘갈명”(『도라지』, 91년 5호) 등 작품에서는 현실 생활에서 나타난

긍정적 인물들의 아름다운 영혼을 노래하여 고상한 정신세계와 참된 삶에로 사람들을

이끌고, 김영옥의 “개 젖”(『도라지』, 91년 4호), 박선석의 “산간마을의 풍파”

(『천지』,91년 2호), 최균선의 “노크소리”(『천지』, 91년 4호) 등 작품에서는 부정적

형상의 창조를 통하여 추한 것의 본질을 폭로 비판하였다.

 



오상순은 위 작품들의 사상적 의의와 문학의 사회적 반응 부분에서는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주제의 부각에 모든 것을 복종시키느라 객관적 세계의 풍부성을

약화시킬 수 있고 예술성을 놓칠 수도 있다는 분별 있는 언급도 빼지 않음으로서

선명한 비평의식을 잃지 않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이 시대에 새로 나타난 특징으로 무주제의 작품 출현을 그는 지적하고

있다.

90년도의 소설이 거의 전부 사상적 주제 의식이 높은 작품이었던 데에 반하여서

1년만인 91년 도에는 주제 중심의 미학적 추구보다는 생동하는 감성적 특성을

살리고 인간의 복잡한 내면 심리 묘사에 관심을 갖는 다면적 양상이 표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으로는 한 장선의 “여자왕국에서”(『장백산』,91년 3호), 김일의

“할아버지”(『장백산』, 91년 4호), 리혜선의 “머나먼 풍경”(『장백산』 91년 4호),

구용기의 “반공일 구락부”(『은하수』 91년 5호), “묻고온 진정 한방울”(『송화강』,

91년 2호), 김명옥의 “조각상”(『천지』, 91년 3호), “전원 목가”(『천지』

91년 9호), “냄새”(『송화강』, 91년 4호)등을 들고 있다.

 


 

이 시기의 소설 문학에서 가장 큰 특징 변화는 문제 비판적 소설의 등장이라고 하겠다

즉 91년도의 작품에서 조선족 작가들은 민족의 운명과 전도, 사회문제에 대한 우려와

참여의식으로 사회에 미만한 부조리 현상에 날카로운 비판의 붓끝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윤림호의 “쌍고동”, 김재국의 “가라앉은 섬”(『도라지』, 91년 3호), 박선석의 “산간

마을의 풍파”에서는 몰라보게 변질된 고향 마을의 인정세태, 그 속에서 기형적이며

이기적이고 광적 모습으로 변해가는 마을 사람들의 몽매 상, 비극 상을 통하여

오늘의 이 곳 농촌의 급변하는 시대적 생활공간 속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변모되고

있는 가를 가슴 아프게 펼쳐 보여준다.

 

이 세편의 작품은 중국 조선족 농촌의 현실을 집약한 축도로서 이 시대를 증언하고

있다.

점점 빨리 변화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강한 경제의식 생존의식을 가지고 분투하고

달음박질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무지와 몽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도박과 술로

세월을 허송하는 조선족 농민들, 삶에 대한 진지한 모습은 찾기 힘들고 참혹한 현실

앞에서 뼈를 깎는 아픔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또한 김영자의 “금반지”(『천지』,91년 1호), 김훈의 “고목은 말이 없다”(『천지』,

91년 6호), 김재국의 “차가운 벽”(『은하수』, 91년 6호) 등 작품에서는 금전과

권력의 지위가 높아지는 반면에 사람과 사람사이의 따뜻한 관계가 냉각되고

인간애가 여지없이 상실되어가는 비정상적인 현실을 고발하고 있으며 김혁의

“배반의 장미”(『천지』,91년 9호), 이만호의 “그녀는 원시인이 아니다”(『도라지』,

91년 4호), 류원무의 “사생아” (『천지』, 91년 4호), 최균선의 “노크소리”(『천지』

91년 4호), 윤림호의 “미녀사장”(『도라지』, 91년 5호) 등 작품에서는 돈에 매혹

되어 양심도 도덕도 인정도 인격도 서슴없이 버리고 너무나도 야박하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전락되며 돈을 위하여서는 그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악을

행하는 부정적인 인간형상을 통하여 강한 비판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사회의 부정부패 현상을 폭로한 김창수의 “이승과 저승사이” (『은하수』,

91년 7호), 김영옥의 “개 젖”(『도라지』, 91년 4호), 박범의 “고독한 아이”(『천지』,

91년 11호), 박선석의 “령약비방”(『장백산』,91년 5호) 등 그리고 기타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들도 고민의 심도와 사색의 폭이 깊고 넓다.

이 작품들은 모두 대담하게 사회와 인생에 맞서서 문제의 본질을 가감 없이 파헤침

으로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

 


 

91년도에 발표된 작품 가운데는 참여의식, 비판의식이 강한 문제 소설이 많은가하면

세태소설도 적지 않다.

연변 문단에서 소설의 세속화 경향은 이미 80년대 중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점차

큰 흐름을 이루게 되었는데 91년도에 발표된 한창선의 『여자왕국에서』, 김일의

『할아버지』, 윤림호의 『아리랑고개』 등에서 세태소설의 특징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작품에는 그 어떤 공리적 집념이나 특별한 사건도 없이

정감적인 요소가 전편을 흐르고 있다.

 

소설의 세속화 경향은 사회생활의 세속화에서 왔다.

그것은 문학현상이면서도 문화현상이다. 건국 후부터 문화대혁명까지 중국사회

생활의 특징은 극단적인 정치화였다.

정치운동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사람들의 정치의식이 지나치게 강했다.

따라서 지난날 우리의 문학도 많은 면에서는 정치를 위한 문학이었고 인간형상도

정치를 선전하고 도해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새로운 역사시기 상품경제의 발전과 함께 정치에 대한 흥취와 이상주의가 점차

희박해지고 경제적 치부와 소비관념에서 오는 경제의식이 강해지고 도덕의식과

가치관이 새롭게 변했으며 사회생활도 점차 세속화 특징을 보여주게 되었다.

사회적 반영으로서의 문학도 세속 인문주의적 사상의식으로 과거의 정치 이상주의를

대체하게 되었고 중대한 사회적 문제보다 세속적 인간들의 인정세태 변화와 그들의

운명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물론 위에서 말한 두 영역은 각각 다른 영역으로만 존재하지는 않고 서로 조화

되고 결합하고 섞여서 혼재하는 것이기도 함은 물론이다.

 


(어제 6월 17일 금요 저녁에는 과기대 간호학부 강당에서 연변 상공인 주최의

첫 연변 한인 열린 음악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출연자들 숫자만 따져도 멀리 훈춘에서 온 팀까지 포함하여 200명이 넘었고

객석도 초만원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얼굴 색갈이 다른 사회도 아닌 연변에서도 이렇게 핏줄의식이

통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정서이자 힘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는 한인, 조선족, 조선인, 고려인 등으로 다시 나누어지는 것이 한으로).

남기는 하였습니다).

 


91년도 소설부터 뚜렷이 등장하는 인물형으로는  여성 주인공의 출현이 두드러진다.

역사적으로 배달겨레의 역사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항상 중요한 위치를 점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특별히 민족의 존망이 걸려있을 때에 그들의 역할은 돋보였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이나 역할이 이 중국의 동북지역에서라고 예외일 수는 없겠다.

주영돈, 한상호가 편『중국 동북 조선족 여성과 항일 투쟁』(연변대학 출판사,

1997)에서도 보듯이 여성들의 역할은 항상 크고 시의 적절하였다.

 

 

 

 

 

 

 

 

 

 

(오른 쪽 민간 이야기라는 잡지는 "우리 백성들의 간물"이라는 부제가 있듯이 미국의

"피플" 지를 지향하였으나 아직 성격은 애매하였다).

 

이러한 여성들의 형상이 소설 문학에서는 어떻게 투영되었는가 하는 것은 특히

페미니즘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적 조류 속에서 특별한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91년도 소설의 여성형상 가운데는 아직까지 전통적인 낡은 의식에서 탈각되지 못한

전통적 형상도 있고 자아를 상실한 채 주어진 운명에 순종하는 비극적 형상도 있으며

발전하는 현실 앞에서 여러 가지 모순 갈등으로 방황하고 고민하고 심지어는

타락하는 형상도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주어진 운명에 순종하거나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운명과

환경에 도전하여 대담하게 자기의 참된 삶을 가꾸어가는 분투 형 여성들이 각별히

돋보인다.

 

 
(동네 미발점에 들렀다. 미용사는 한족이었으나 조선족 아주머니 두분이 놀러

와서 트럼프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내가 조선말이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하여서

기분은 좋았다.

옆의 젊은이는 머리를 염색하러온 조선족이었는데 한어와 우리말을 섞어쓰고

있었다).

 


                     (과기대 뒤쪽 산야에도 신록이 자리 잡았다)

 

“산아래 여인”(『장백산』,91년 6호)에서의 정녀와 영순이, “향훈”(『송화강』,

91년 4호)에서의 영희, “버림받던 아낙네들”(『천지』, 91년 9호)에서의 주인공들은

이상이 있고 추구가 있고 자아의식이 있고 개인적 욕망이 있으며 자립적 인격을 갖춘

현재적 여성들로서 그들은 지난날 이 곳 소설에 많이 부각된, 주어진 운명에 순종

하면서 동정과 연민을 바라는 그런 형상이 아니라 자기생존의 가치와 인격의 존엄을

위하여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성공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생활의 강자이다.

 


(휴대폰으로 이 반바지 아가씨는 상대방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바야흐로

연길에도 다방 시절에서 커피 숖 시절로 옮겨가는 세태였고 우먼 파워도

권력화하고 있었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여기에서도 르노아르 체형에서 말라깽이 트위기 체형으로

기준이 바뀐지 오래이다.

"삼일에 살빼기"라는 자신만만한 어구가 살까기라는 표현으로 나와있다.

섬찟하지만 "표달" 방식이 다를 뿐이다).


 

 

한편 91년도 소설작품에는 비극적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한다.

사회적 변혁기에 나타나는 모순성으로 하여 현실 생활에서 당하는 인간들의 고통과

번뇌, 절망과 울분, 타락과 죽음 및 그들의 자극적 운명을 정서적으로 펼쳐 보여

줌으로써 무거운 인간적 고뇌가 여운을 안겨준다고 파악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본고에서 보이고자하는 논지의 정점과도 일치하는 주요한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서구 문학에서의 리얼리즘이 산업화와 함께 시작하였고 그러한 흐름은 궁극적으로

자연주의 문학, 특히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와 사회적 욕구 충족의지 등이 결국

비극을 배태할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인간은 파괴되고 마는 비극적 인간상을

그려낸 그러한 역사적 흐름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예단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연길에는 유경 호텔, 해당화 식당, 평양 식당 등, 세 곳에 북한 식당이 있다.

여성 복무원들의 미모와 재능이 빼어나고 식사 중 서비스도 세련되어있다. 

술잔이 비면 서서 채워준다. 최근에 복무원들의 숫자가 많이 늘엇다.

물어보니 여름 관광 시즌을 대비하여서 평양에서 많이 왔다고 한다. 고객은 물론

대한민국 관광단이다. 관광단의 매너도 매우 깔끔하다.

다만 결혼 중매 회사에서 하는 조선족 여성들과의 단체 맞선 보기 같은 행사를 이 곳에서

하는 것은 모양이 좀 좋지않았다).

 

자본주의 와 물질주의가 인간에게 베풀 수 있는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점에서는 극복해 내어야할 모순과 부조리 성을 내재하고 있고 이 부분에 작가들의

예리한 분석과 비판의 붓 길이 가야한다는 논리라고 하겠다.

이 부분에 대하여 논자는 91년 이후의 10년과 2000년대의 작품을 구체적으로 분석

하여서 다음에 적시코자 하는 바이다.

 


 

조일남은 개혁 개방의 두 번째 10년을 맞이하는 90년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한다.

(“중국 조선족 장편 소설 발전사(3)”, 『문학과 예술』 2001, 4호, p.114)

 

첫째는 농촌 생활의 붕괴와 도시 생활의 전개이며 이에 따라 조선족 사회도

도시 생활이 주요한 배경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둘째는 빈번한 해외교류와 대량적인 해외진출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92년의 중한 수교 후의 한국과의 비교적 자유로운 내왕을 통해서 둑 터진 봇물처럼

이 물결은 조선족 사회를 휩쓸었고 팽배한 물욕을 동반한 친척방문, 상무고찰,

노무수출, 불법체류 등 긍정적 혹은 부정적 부작용이 동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고국과 조국에 대한 관념을 재정립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셋째는 문화시장에 대한 시장경제의 충격과 조선족 작가들의 대응이 또한 이 시기에

당면과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국가적인 아젠다로서의 시장경제 체제는 물론이려니와 특히 조선족 작가들은

조선족 사회의 급격한 지각변동으로 인한 문화시장의 혼란과 기업화 경영에 따른

출판, 예술단체의 불경기, 이곳 작가들의 출판 자유화와 해외로부터의 민족 문화의

수입 등은 이 곳 작가들에게 새로운 진로의 모색을 절체절명의 과제로 숙고하게

하였다.

 

따라서 90년대의 문학 분위기는 개혁 개방으로 크게 고양된 80년대의 정서와는 달리

불안한 년대를 보여주고 있으면서 아울러 아직까지는 시도하지 못했던 과거의 일에

대한 장편 소설로서의 천착을 시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이런 특징들을 수렴하여 대체로 장편 중심으로 이 시기의 문학 흐름을

짚어보고자 한다.

 

90년대 장편 시대의 시작은 “『여름밤』”(박철규, 90년 흑룡강성 조선민족 출판사)

으로부터 이다. 중국의 상처문학처럼 1967년 학교에서 공부하던 조선족 청춘남녀의

평범한 사회비극을 시대적 배경으로 다시 반추하고 있는 내용이어서 90년대의

문턱에서는 매우 의미심장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어서 90년대의 장편 소설의 제재를 보면 역사제재 소설 범주와 현실제재 소설

범주로 대별할 수가 있다고 조일남은 말하고 있다.(p117)

90년대 역사제재 장편 소설로는 먼저 김길련의『먼동이 튼다』(93년, 민족 출판사)를

예로 들 수 있다. 먼동이튼다도 조선족의 과거, 조선인의 중국에서의 사실을 다룬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취급한 그 이전 소설들이 한반도에서의 생활은 그저 프롤로그에

그치고 소설의 본격적 내용은 살길을 찾아온 만주 땅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먼동이 튼다』에서는 조선에서의 사실 그 자체가 벌써 소설 텍스트의 한 부분으로서

중국에서의 사실과 혼연일체를 이룬다.

 

먼동이 튼다는 이근전의 고난의 시대거나 임원춘의 짓밟힌 넋이거나 심지어

김학철의 『격정시대』 보다 더 광범위하게 지금까지 외면되었던 중국 공산당과의 만남

이전의 중대한 역사사실을 직접 소설의 내용으로 한다. 조선에서의 반일학생시위,

반일 테러 행동, 중국에서의 3-1운동, 청산리 전투가 모두 소설 스토리의 한부분이

되었다.

 

김길련의 『먼동이 튼다』가 나라와 이념의 벽을 넘어 역사 사실에 접근함으로써

소설의 공간을 확장하였다면 최홍일의 『눈물 젖은 두만강』(『장백산』 1992년 6호-

1994년 2호)은 역사 제재 소설의 문화적 내용의 저변을 확대시킨다.

『눈물젖은 두만강』도 물론 이민사 형태를 취한다.

그러나 그 이전 소설들이 중국이주와 이후의 생활 전선을 피와 불의 투쟁으로 묘사

하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마침내 인문풍토에 쌓인 생활 이야기로서 역사 속에 쌓인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80년대의 현실제재 장편 소설이 주로 농촌 생활을 취급하고 있다면 90년대의

현실제재 소설은 이와 다르게 도시 생활을 취급한다. 물론 도시 생활 취급의 초기

단계에서는  리원길의 『설야』 또는 『춘정』에서 농촌과 도시의 연계, 상품경제

의식의 각성, 도시 생활에 대한 지향을 얼마간 보여주기도 했지만 90년대는 완전히

도시를 무대로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증유의 상황으로서 불안과 부조리의 현상이고 마침내 90년대

후반으로 가면 “출국 열”과 “서울 바람”으로 연결 되지만 그러한 세태로의 진입지대,

문지방 위치에 『허련순의 바람꽃』(1996년 흑룡강성 조선민족 출판사), 장혜영의

희망탑』(1998, 흑룡강성 조선민족 출판사)이 시의적절하게 자신의 위치를 부각

시키고 있다.

 

『바람꽃』이나 『희망탑』에서의 인물들은 거의 모두가 땅을 떠난 농민들이다.

그들은 부를 갈구해 땅을 떠났고 부가 모여 있는, 부가 잡힐 듯 한 도시로 모여든다.

또한 그 도시는 한국이고 서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국은 고국이 아니고 동포는 동족이 아니다.

욕망의 바다일 뿐이다.

도시의 광란은 인육의 잔치이다.

 

바람꽃』에서의 주인공의 한국행차가 작가를 건설현장의 인부로 만든 것이라면

희망탑』에서의 한국나들이는 매음녀와 살인범을 만들어낸다.

『바람꽃』에서 지성인인 작가 홍지하가 혈연과 양심에 호소하고, 『희망탑』에서

과외작가 문 선생이 도리와 인맥에 돈가지 합쳐서 공정성에 호소하지만 이들은 모두

도시의 벽을 넘지 못한다.

이 두 작품의 문학성은 어쩌면 현실에 대한 고발의식이 너무나 급박하여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겠지만 우리 모두가 당면한 문제의식을 제대로 강력하게 들고 나온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한편 박향숙의 『여사장 이야기』(1998, 연변 인민 출판사)는 도시인의 생리를

비교적 정치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원래 국가나 민족은 없다. 양심에 대한 호소나 도덕적 책임도 없다.

오직 경쟁과 자본의 원리만 있을 따름이다.

『바람꽃』과 『희망탑』, 여사장 이야기 등이 서로 상반되고 대조가 되는 이 시대의

현재진행중인 현실 생활 영역을 보여주고 있다면 이혜선의 『빨간 그림자』(1998,

연변인민출판사)는 그 두 영역을 두루 포용하면서도 또한 역사의식도 아우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조국과 고국과 마침내는 국가라는 개념 앞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설정해야하는 본질적 문제에 상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론은 마침내 나라로 민족의 벽을, 민족으로 나라의 벽을 높이 세울

필요는 없다고 조일남은 자신의 평론에서 결론짓는다. 국가로부터 탈출하고 민족으로

부터 자유로우면서 이제 새로운 인간의 본질적 문제를 천착하자고 주장하는 그의

결론에서 이 시대 연변에 거주하는 한 소수민족 인이면서 동시에 세계인의 고뇌와

사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본질에의 천착은 이 지역 문학, 혹은 “우리 핏줄” 문학의 위상을

세계적인 규모로 그 차원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이 곳의 문학 풍토에

도래하였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현동언도 “현황과 전망--역사적 변혁기 조선족 소설문학--”(『20세기 중국 조선족

문학 선집 4』, pp.470-482)에서 “우리 소설 문학이 정치 형으로부터 사회형,

심미 형으로 변화 되었다”(p.472)고 전제하면서 “사실주의 창작의 복귀, 승화,

변화 발전”(p.475)을 지적하고 “의식의 흐름 기법”과 “황당 기법”, 나아가서

"신사실주의 기법" 등의 도입(pp.478-479)등과 같은 현대적 창작기법이 도입,

실험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소의 경계심은 내비치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적 발전 전망의 시점에서 이 중국의 동북 지역 조선족 사회는

기가 막히는 현실의 좌절을 겪게 되고 따라서 문학 풍토 전반도 이런 사회적

변동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떠안게 되면서 결국 속물적 상황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이른바 “출국 열”과 “서울 바람”의 시대가 조선족 사회를 휩쓸고 가면서 이러한 시대

조류는 당연히 문학의 세계에도 열병과 광풍처럼 엄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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