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북 리뷰, 문단 이야기

조선족 문학 소개(3)

원평재 2005. 6. 16. 07:59
 

3. 개혁 개방 이후 조선족 소설 문학 작품의 주제 분석


1) 80년대 전후반 소설 문학의 개관

개혁과 개방의 시대는 주지하다시피 1976년 10월에 이른바 “4인방”이 분쇄되면서

시작이 되어서 조선민족 문화는 불사조처럼 다시 소생하여 부흥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임표 등, 4인 무리의 죄행을 성토하고 비판하는 도도한 물결 속에서 1978년 10월에

“연변문학 예술일군연합회” 제2기 제3차 전체위원회의가 열려서 문화대혁명

기간 중 해산 되었던 “연변문학 예술일군 연합회” 및 그 산하의 “중국작가협회

연변 분회”등이 제반 사업을 회복한다는 선언을 하고 지난날 억울하게 썼던 갖가지

누명과 불명예를 벗기고 새롭게 햇살이 들게 하였다.

 

특히 1978년 12월에 열린 제2차 동북3성 조선어문 사업 실무회의에서는 4인무리가

퍼뜨린 “조선 언어문자 무용론”, “조선 언어문자 사멸론”을 호되게 비판하고

민족 언어의 발전이 사회주의 사회 건설에 기여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선말의

규범화에 관한 방안들을 심의 채택하는 중요한 결의를 하였다.

 

새로운 역사 시기에 들어와서 조선문 문예지도 확장되어서 문혁 이전에는

『연변문예』와 『송화강』 두 가지밖에 없던 것이 조선족 거주 지구를 중심으로

특징 있는 문학지가 속속 탄생하였다.

 

즉 연변지역에는 중국작가협회 연변분회의 기관지인 『연변 문예』(월간,

1985년부터 『천지』로 개칭하고 현재는 『연변문학』),

『아리랑』(총서, 1980년 창간), 『문학과 예술』(격월간, 1980년 창간) 등이 발간되고

통화지구에는 중국작가 협회 길림성 분회의 기관지로

『장백산』(격월간, 1980년 창간),

길림지구에는 『도라지』(격월간, 1979년 창간),

장춘지구에는 『북두성』(격월간,1983년 창간),

심양지구에는 『갈매기』(격월간, 1982년 창간),

할빈지구에는 『송화강』(격월간 1960년 창간),

목단강 지구에는 『은하수』(월간, 1980년 창간)등이 발간되기 시작하였으며

번역 문학지로 북경에 『진달래』, 연길에 『세계문학』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중국 조선족 문학사』 pp463-468참조)





 

 

 

 

 

 

 

 

 

 

 

이 시기의 소설 문학을 개관해 보면 80년대의 전반기에는 정치상 문예상의

좌경노선의 오류를 시정하면서 작가들의 사상을 해방하고 사실주의 창작원칙을

회복하면서 이른바 상처문학, 혹은 상흔 문학의 주제를 담은 소설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그 외에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현실, 생활과 투쟁, 인정세태들을 진솔하게 그린

작품들이 다양하게 출현하였다.

 

이 시기 소설들의 심미적 특징들을 김석기 교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먼저 10년간 지속된 문혁의 참상과 좌경 노선이 빚어낸 재난의 폭로, 이러한 주제는

결국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비극 주제의 등장, 그리고 우리 민족의

역사와 생활상을 담은 작품들은 우리민족의 강인한 민족정신과 성격을 문학형상으로

감동적으로 그린 특징과 아름다운 품성의 찬미 등을 들고 있다.

”(김석기『학술대회』pp539-540)


한편 80년대 후반기가 되면서 전국 농촌의 경제체제 개혁과 개혁개방은 사회 전

영역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전국적으로 전개된 ‘진리의 기준문제’에 대한 대토론,

실사구시 정신의 발양, 건국 이래 당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1981,6)등은

후반기에 들어 마침내 주체의식이 형성되면서 ‘반성 문학’, ‘개혁 문학’ 작품들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반성문학이란 문학 작품을 통하여 기왕의 역사적 결론들을 재반성하고

재평가하는 문학 경향을 의미하며 개혁 문학이란 개혁의 현실을 문학 속에 반영한

것이었다.(임윤덕, 『80년대 중국 조선족 소설문학』, 김석기 pp540-541 재인용)

 

이 시대의 반성 문학을 대표하는 중편 소설 “한당원의 자살”(리원길. 1985),

단편소설 “밀고제도”(김학철, 1987)등은 불후의 고전으로 남는다.

이러한 작품들은 냉정하고 엄숙하게 1950년 이후의 역사를 반성, 평가하고 인간의

내면 의식의 세계를 깊이 있게 묘사하여 현상적인 비극성을 보다 더 부각시켰고

표현 기교면에서도 다양한 서술 시점의 선택, 구성 방식, 언어의 세련성,

의식의 흐름, 환상, 상징, 변형 등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고 실천하였다.

 

농촌과 도시의 경제체제 개혁을 다룬 작품들은 특히 농촌 개혁의 역사적 필연성을

심도 있게 그렸고 쓰라린 과거사를 조명하였다.

 


 

이 시대 소설 문학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마침내 많은 애정 소설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남녀간의 사랑의 문제가 이 시대에 다수 등장한 것은

중국 조선족 문학이 마침내 제약이나 제한 없이 문학 본연의 위치를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아도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 시대의 애정 윤리 문제는

 어떻게 보수 전통적인 가치관이

 너무 강고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도 있는데 그러나 90년대 이후의

 급속한 남녀간의 애정 윤리의 변화,

 가정의 해체 등에 비교하면 아직도

 목가적이고도 순정적인 가치관이

 남아있던 시절이라고 하겠다.


 

 

80년대의 후반부는 또한 다양한 실험이 시작되던 큰 기대의 시대였다.

새시기 새시대의 문을 연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그 동안 막혔던 문학의

큰 물결이 소용돌이쳐 내려오면서 큰 계곡 작은 개울을 이루어 다양한 지세를

구축하고 각자의 모색을 시작하며 문학적 기교가  배태하고 성숙을 기약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이 분수령의 시대에 이 곳 문인들은 서구의 작가들 예컨대 울프, 조이스, 헤밍웨이,

포크너등의 작가에 대한 연구를 하고 그들의 실험을 도입할 여유를 갖게 되었다.

특히 새시기 문예 부흥기에 폭발적인 양적 팽창을 보이는 정보의 홍수, 소위

정보 엔트로피 현상에 대해서도 이 시기의 작가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장준식의 “『시대와 우리문학』”(pp.150-152)에 따르면 전정환은 “겨울날 그는

울고 웃었다”(『북두성』, 1987, 3기)에서 이야기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으나

내면에 일종의 관념 탐구와 심리 분석과 형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여성의 ”거미 한 마리“(『북두성』 1987, 3기)에서도 성적심리 의식의 흐름으로

욕망과 순결 사이를 방황하는 남성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리얼하게 재현 시키고

이성적인 의식과 비이성적인 잠재의식간의 모순과 충돌이 사유의 혼란을 조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편 구조주의적인 문학의 틀을 이용하여 작품을 풀어나가는 시도를 꾸준히 해온

우광훈의 메아리(『아리랑』 1987 1,2월 합병호), 이광수의 눈과 귀와 뇌의 진동

(『천지』 1987 1월호)등도 장준식은 특기하고 있다.(P.154)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