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혼식/ 解婚式 (3회 중 두번째)
그의 눈에서 약간의 광채가 났지만 나는 무시하였다. 그가 농원을 하며 가끔 서울에 와서 친구들에게 내세운 자랑은 "청정 유기농"이었다. 유기농 소채를 재배하니 계약을 하고 사먹어라, 주기적으로 배송은 책임지겠다---, 그런 제안도 많이 앴었다. 모두들 긍정은 하면서도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값도 문제였지만 주기적으로 채소를 공급받는다는 그 체계가 도시의 소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틀이었다. 먹고 싶을 때 아무거나 조금 사다먹거나 말거나---, 외식도 해야하고---, 그래 우린 송충이인데 솔잎이나 조금 갉아먹지---, 분위기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결국 그는 무료로 유기농산물들을 부정기적으로 동기들에게 나누어 주며 흡족해 하더니,그나마 최근에는 시들해지고 말았었다. 정작 현지에서 그의 농원을 보니 그가 역점을 두는 것은 죽은 나무 살리는 일 같았다. 별별 수종의 나무들이 봄빛 아래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 이건 무슨 장관댁의 정원수로 있던거며 이건 아파트 재개발 단지에서 버린 것, 저건 국도를 내며 파헤친 것들---, 나무의 종류만도 100여가지가 훨씬 넘어섰다고 했다. 아직은 병이 완전히 낳지않은 상태의 나무들이 잔뜩 허덕거리고 있었으나,이제 해가 가면 모두 힘차게 숨을 쉴거라며 그는 나무들을 쓰다듬었다. 정말 틀림없이 이 병든 나무들은 마침내 거목으로 성장하리라는 느낌을 문외한인 나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