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돌아오는 날이 돌아왔다.돌아오는 길은 당연히 A시로 올 때까지의 역순이었다.올 때는 나 혼자였다.다른 연구원들은 모두 가족들을 만나러 갔다.가장들이 팽게치고 온, 아니 가장을 따라오지 않은 가족들이었다.말하자면 모두가 기러기 가족들이었다.하나는 코네티커트 주의 뉴 헤이븐으로 갔고 또 하나는 버클리 쪽, 또 하나는 팔로 알토 쪽이었다.예일, UC 버클리, 스탠포드에서 학위들을 하였구나.나는 아이들이 있는 뉴욕으로 가지 않았다.빨리 돌아가서 출장 복명서도 작성해야 되었고 주말 행사가 오래전에 예약되어 있었다.캘리포니아 와인을 과음한 다음날 아침,머릿 속의 정신은 소주 마신 다음 날 같았으나 속이 쓰리지는 않았다.서둘러 A시의 공항을 나와서 프로펠러기로 LA 국제공항, 톰 브래들리로 나와서 모든 수속을 마친 다음 공항 내의 간이 스시 바에서 일본 라면을 시켜서매운 소스를 타서 먹었다.해장이 얼얼하게 되었다.이번 좌석은 사다리를 올라서 칵 핏 뒷쪽에 있는 비즈니스 석이었다.더구나 옆 좌석이 비어서 와인을 많이 시켜서 마셨다.버밀리언 색갈도 있었고 퍼플이라고 불러야 맞는 색갈도 있었다.어제 주은 골프 공의 색갈도 그 중간 어디멘가 해당될 일이었다."인-비트윈"내일 주말 새벽에 골프 행사가 여주에서 있지. 그 퍼플 색갈 공으로 폼을 좀 잡아야지, 잊지 말자.집에서 잠을 잔듯 만듯,새벽이 되자 나는 결코 잊지 않고 그 공을 갖고 여주 CC로 갔다.닷새간의 강행군에 기진맥진했으나 나는 신이 나서 퍼플 색갈의 공을 휴대하고 그린으로 출장하였다."나이스 샷!"적자주 색, 혹은 자홍색의 내 공은 그린과 창공을 가르며 쭉쭉 뻗어나갔다.이럴 때는 하얀 공도 한 없이 아름답지만 이 특이한 색갈의 공은고압적이고도 장엄하였다.왜 유럽 왕실의 문장에 이 색갈이 많으며 교황권의 상징이 또한 이 색갈인지를오늘에사 극동의 내가 체험적으로 깨우치는 순간이었다.이제 세컨드 샷의 순간이었다.적자색, 혹은 자홍색 퍼플 골프 볼은 페어웨이 중간 아름다운 잔디위에 그 색갈과 모습도 위엄있게(하하하) 위치하고 있었다.나는 우드 3번을 손에 잡고 자신있게 휘둘렀다.오른 쪽 벙커 쪽에 캐디가 안전 각도 내에서 나의 유연한 폼을 보고 있었는데그녀의 몸매도 또한 유연하였다.순간 퍼플 볼이 그 유연한 몸매를 탐하였다.캐디가 종아리를 부여안고 쓸어졌다.맙소사!종아리 전체가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고 종지잔 보다도 더 큰 혹이 그 위에 다시 골프 공처럼 얹혀있었다.검붉은 색이랄까, 그래 퍼플---!이럴 수가 있나, 바로 그 골프 공과 같은 색갈!나는 캐디의 종아리를 직접 만질 수는 없어서 우왕좌왕할 뿐이었다.그러다가 자주 색 골프 공을 옆에 있는 해자드 연못으로 힘껏 던져버렸다.그 공 속에는 이완용 같은 매국노의 심뽀, 비 애국심, 이기주의, 자기과시가모두 함입되어 있어서,함께 호수의 중심부 깊은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는듯 하였다."캐디 언니야, 내가 친구 봐주느라 골프 보험에 들어있어. 그런 것 말고도 할 수 있는데로 다 해줄께---."눈물까지 쏟을 일은 아니었고 적절한 순간에 적절하게도 콧물이 줄줄흘러내리는 느낌이 왔다.하긴 몸살이 날만도 하지---.손수건을 꺼내어 내가 크게 코를 풀어재쳤는데 알고 보니 콧물이 아니라코피가 터져나왔다.며칠 동안 내 심신이 너무 피로해 있었구나.이 자줏빛 코피가 나를 가다듬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구나---.Purple Rain을 함께 들어봅시다.(끝)
Just Advance [1992/00]
Contemporary 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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