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에 무창포로 쭈꾸미를 구어먹으러 갔다.
쭈꾸미 철은 달포 전에 끝났다고 해서 입에 대어 보지도 못하고질이 좋지않은 회만 해안 2층에서 잔뜩 먹었다.
좋은 횟감은 모두 서울로 간다고 한다.멀리 와서 고생해가며 배를 채운 꼴이다.
최상의 횟감은 선장이 배 밑창에 숨겼다가 선주 몰래강남의 이름난 일식집으로 간다고 한다.
선주도 이걸 모르는게 아니라 울며 겨자먹기로 눈을 감는다고 한다.
이 몸이 쭈꾸미 구워먹을 만큼 한가로운 인생은 아닌데무슨 모임의 "채금"을 맡은 값을 한 것이다.
앞에 보이는 바다도 때가 되면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져서 건너편 섬에 닿는다는 이야기가 귓전으로 들어왔다.
하루의 소득이 너무없어서 돌아오는 길에 보령의 성주산을 올랐다.빠듯한 시간에 산꾼들만 정상을 밟았고
나는 중턱에 있는 48기의 詩碑를 천천히 읽고 메모하며 시간을 보냈다.보령탄좌의 폐광을 이렇게 일구는
그 곳 사람들의 지혜가돋보이고 가슴 훈훈하였다.그곳에서는 나물 캐는 촌부들도 모두 시인인듯,
아니 시심에 가득한 분들로 보였다.詩碑를 일구기에는 돈도 많이 들었으리라.
거대 지석묘, 거석기 문명 같은 것을 연상해도 좋을만 했다.시비가 들어선 어귀부터 차근 차근 정리하지 못하고
되는데로 적은 나의 불찰은 순전히 내 성격 탓이었다.
시비는 48기라는데 난 또 얼마를 빠뜨려먹었나---.
5월/김영랑
소나무야 소나무야/정두리눈길/고은
서시/윤동주설야/김후란 피리를 불자/김광회바위/유치환
예순살의 색신/홍완기나무(외로운 사람에게)/조병화 고풍/신석초청포도/이육사
가는길/김소월나무/김윤성 완화삼/조지훈갈대는 배후가 없다/임영조
추천사/서정주껍데기는 가라/신동엽 나그네/박목월살구꽃 핀 마을/이호우
오다가다/김억 강강술레/이동규 가난한 사람의 노래/신경림월식/김명수
월식/김명수숨쉬는 목내어/김형원 눈물/김현승푸른 하늘을/김수영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장미/송욱 눈길/고은서정/전봉건
산길/양주동명상/로망 롤랑 산너머 저쪽/이문구할미꽃/문성희
바람에 기대어/김유신자연/박재삼 산을 향하여/이건청산처럼 바다처럼/이해인
난초/이병기어머니/정한모
전세 버스가 떠난다고 성화여서 얼른 내 자리에 앉아창쪽의 커튼을 재치고 봄 산야를 눈에 집어넣는데
시비 동구에서 훌쩍 삐져나온 외로운 시비가 내 시야에서또한 훌쩍 지나친다.
제목을 보니 "강아지 풀"시인은 놓쳤다.문득 오늘 어린이날에 시인의 이름이 고프다.누가 알려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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