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울릉읍 독도리 (첫번째)

원평재 2006. 9. 25. 16:18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37에 펼친 우리 태극기)

 

 

                   (왼쪽이 서도이고 오른쪽이 우리가 입도한 동도)

 

 

                             (울릉도 전망대에서 본 독도 방향)

 

 

 

                        (울릉도 해상 일주에서 만난 코끼리 바위)

 

"그곳에 가고 싶다"라는 영화와 TV 프로가 한때 인기를 모았지만

초등학교 여선생, 정진주에게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다"라는 부정적

명제 하나가 가슴에 멍울져 있었다.

"가고싶지 않은 그 곳"이란 "섬"이라는 보통명사였다.

"섬"이라면 결코 가고 싶지 않다는 부정적 금단 욕구가 얼마나 강했냐

하면 그 흔한 제주도 여행도 결코 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니, 제주도라면 대학교 졸업여행 때에 잠시 발을 디딘 역사는 있다.

그것도 잠시, 반나절이나 되었던가---.

 

그녀에게 섬을 싫어하는, 아니 섬으로의 여행을 싫어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물으면, 언젠가 "섬"으로 여행을 갔다가 태풍을 만나서

하마트면 죽을뻔 했다는 답이 항상 나왔다.

"어느 섬이요?"

"아, 목포로해서 홍도, 흑산도로 나갔지요."

"그때 태풍 이름이 무엇이었나요?"

"잊었어요. 뭘 그리 꼬치꼬치 물으세요?"

"이름이 진주인데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니 신기해서요."

"지금 농담하시는거예요?"

그리고 발끈해서 일어나는 수순을 그녀는 여러차례 반복하였다.

 

항구 도시에 있는 교육대학을 나온 그녀는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영어전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함께 나온 동기들은 대체로 고향인 남해안 근방에서 교직에 종사

하고 있다.

제주도 졸업여행은 그 동기들과 부산에서 배를 타고 떠났었다.

재학중에 군대를 갔다온 세살 위의 남학생 강민경도 일행중에는

있었다.

 

"오빠, 민경이가 뭐예요. 이름이 여자같다."

"내가 네 민경같은 존재 아이가."

그는 사투리가 셌다.

"민경이 뭐야, 면경(面鏡)이고 거울!"

"그래, 내가 니 거울이다. 내 거울 속에서 니가 아름답게 웃으며

평생 살게 할끼다."

그의 집안은 항구 도시에서 사립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하고 있었다.

둘째 아들인 그가 교대를 선택한게 그런 사연과 관련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았으나 가르치는 일에 그는 큰 뜻을 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팔자와 궁합이 있는지 군대를 갔다 온 그가 복학을

하여 한 클래스가 되자 두사람 사이에는 급속도로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교류의 영역은 십여년전 한국의 보수적 여자 대학생,

"정진주"의 사고방식 범주 이내로 국한되었다.

그러므로 거울을 자처한 강민경은 정진주의 진정한 거울 노릇은

한번도 제대로 못하고 결국 졸업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사실 민경과 진주 간에 사랑의 감정이 무르익으면서 그는 그녀의

몸을 줄기차게 요구하였었다.

면경이며 거울같은 존재인 자기에게는 몸을 다 보여주고 또 허락

하여야 한다는 소리를 그는 입에 달았다.

하지만 정작 입은 무거워서 친구나 특히 동기들에게 그들의 사이를

결코 내뱉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의 요구를 완강히 거절하였다.

다만 딥 키스와 헤비 페팅은 가끔 허락하였다.

그리고 참으로 가끔씩 다닌 비디오 방에서 그는 그녀의 젖꼭지도

깨물었다.

 

정념과 금제의 경계를 오락가락하는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되더니

갑자기 그는 그녀의 몸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키스와

페팅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강민경으로 인하여 두가지 일, 그러니까 깊은 키스와 짙은 페팅의

즐거움에 조련된 그녀는 가끔 몸이 달아올랐으나 한국에서의 여자의

일생과 남자의 일생은 그때만 해도 엄격히 구별이 되어있었다.

세상의 변화가 워낙 급속하여 지금은 당당한 여자들이라면 섹스도

일상의 다른 필수품처럼 때로 필요한 순간에는 요구에 망설임이

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어쨌든 그때는 이런 미묘한 욕망의 부분에서도 남존여비 비슷한

어정쩡한 규범이 엄존하였다.

그러니까 다시말해서 남자가 먼저 욕구를 표하지 않으면 여자가

페팅이나 키스를 먼저 넘볼 수는 언감생심, 어림없던 시절이었다.

여러달 그런 갈망의 신호를 그녀는 그에게 체면을 유지하는 선에서

계속 보냈으나 그는 안면을 싹 바꾸고 꿈도 꾸지 말라는 태도를

보였다.

 

마침내 그의 눈치만 보며 오장육부를 뒤틀던 그녀는 졸업학년의

가을이 올 때쯤 부터는 독이 올라서 생각을 고쳐먹기 시작하였다.

우선 가슴이 조금 보이던 투피스 상의를 터틀 넥, 스웨터로 바꾸고

하의 쪽으로는 꽃무늬의 찰싹 붙는 손 바닥 크기 팬티 대신에

통짜 칠부 내의에 꼭 끼는 거들을 하나 더 걸쳤고 스커트 대신에

바지만 입기 시작하였다.

뜨겁게 즐거웠던 그와의 지난 기억을 마모시키고 혹시 있을 앞날의

급작스런 정념의 기회에도 재갈을 물리기 위함이었다.

갑옷에 정조대까지 찬 이 패션은 서릿발같은 복수심의 발로였다.

그리고는 집에서 말하는 부자집 청년들과 선도 보기 시작하였다.

 

졸업여행을 떠날 때에도 그녀의 전투적 방어 복장은 마찬가지였다.

객지에서 혹시 그가 벌일 만일의 비상 사태에 대비하여 거들과

바지는 본인이 입고 벗기에도 힘이 드는 가장 꼭끼는 것으로 골라

입었다.

난공불락!

한때 머리에 쥐가 나도록 즐거움을 깨우쳐 주고는 이윽고 유기

해버린 자에 대한 응징이라는 신조도 다시 가슴깊이 새겼다.

 

동기들간에는 그가 무슨 몹쓸 성병에 걸렸다는 소문도 돌았다.

"오빠, 소문이 좋지않아. 정말---, 정말 그런건 아니겠지?"

"나 성병 걸렸다는 소문? 이 자슥들이 내가 술 마시지 않으려니까

악담을 만드네. 하긴 내가 그런 병에 걸렸다면 그건 전적으로 정진주,

채금이다."

"세상에! 말하는 폼이 벌써 불결하고 더러워. 나 다른데 시집

가버릴까봐. 그동안 여런 선 보다가 하나 잡았어."

"그기 정말이가?"

"그럼, 아주 멋지고 깨끗한 청년이야."

그녀의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은 그래도 그에

대한 일말의 미련은 남아서 이런 수준의 공갈 협박성 대화도 있었다.

 

그런데 졸업여행을 떠난 바로 그날 뱃전에서 그는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대로 바다에 몸을 던져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성병 때문일끼다. 그기 많이 아프기도 하거든---."

과 대표가 경험자의 유식함을 뽐내는 가운데 여행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모두들 제주항에 발을 딛자마자 다시 배를 갈아타고 되돌아올 운명

이었다.

인솔 교수의 얼굴은 하루만에 새카맣게 탔다.

 

그 와중에 그가 몸을 던진 이유들이 근거없이 불거져나왔으나

그 중의 하나가 정진주 때문이리라고는 아무도 유추하지 못했다.

그의 입이 그렇게 무거웠었다.

애통하는 속에서 사람들은 그의 시신을 찾을 생각은 접었다.

망망대해는 차라리 포기를 빨리하기에 도움이 되었고 허탈한

심정으로 농담을 하자면 입이 무거워 그런가, 며칠이 지나도

그는 인근 해역에 결코 뜨지않고 깊이 심해로 침잠하고 말았다.

아니, 한참 후에 그의 시신에 관한 단서가 포착되었으나 관련된

사람으로는 정진주만 사정을 파악하여 홀로 그녀의 뇌리에 입력해

두었을뿐,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는 않았다.

 

 

(계속)

 

 

 

 

(죽도, 일인들이 독도를 다게시마로 주장하는 것은 이 섬을 잘못 헤아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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