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계절에 노총각 후배 동료로 부터 주례 청탁을 받았다.직장 관계로 주례 개업을 일찍부터 하였으나 바쁜 요즈음은 될수있는데로 주례석에 서기를 꺼려하였는데,동료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도 없어서 받아드렸다.주례가 아니더라도 참석은 해야할 형편이 아닌가.그런 계산도 처음에는 있었는지 모르겠다.결혼식을 앞두고 신랑과 신부가 내 사무실로 찾아왔다.노총각 신랑은 잘 알지만 신부는 물론 처음 대면인데숨김없이 "노처녀"라고 하였으나 젊어보였다.신랑 쪽에서는 멀리 카나다에 있는 부친과 형님과 조카가 오고신부 쪽은 서울에 사니까 다른 문제는 없었다.장소는 어린이 대 공원 야외 결혼식장으로 정하였고 피로연은야외 부페식이었다.누가 나에게 지금까지의 주례 장소를 대라면 아마 서울의 모든 호텔,예식장을 다 거명할 수 있겠고 멀리 지방까지 출장한 경력도 화려한 터이지만 도무지 야외 예식장은 처음이었다.그렇다할지라도 동료만 아니었으면 이런 기록적인 측면도 고려치않고 주례를 사절하였을 것이다.그러나 어쩌랴---.그래 만사 마음 먹기에 달렸다.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어찌 야외 주례라는 특이한 경험을 하랴.행복지수는 바로 체험지수라고 하지않는가---.야외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적도 없거늘.신부가 부탁하였다."주례사는 손님들을 생각해서 우리말로 하시더라도성혼서약과 성혼 선언문은 영어로 해주세요."신랑 사이먼(Simon)은 유태계 카나다인이었다.그러니 꼭 영어로 서약과 선언을 하고 싶은 신부의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그럴게 아니라 우리말과 영어로 모두 합시다."내가 큰 맘 먹고 제안하였으며 두사람 모두 나의 넉넉한 마음에깊이 감사하였다."한번은 예스이고 한번은 예입니다."내가 웃으며 강조하였다.결혼식은 저녁에 있었다. 갑자기 오후에 일이 폭주하여 6시 결혼식 시간에 빠듯이 댈 여유를 두고 출발하였다.기사가 머리를 쓴다고 대공원 근방에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맙소사.골목 중간에서 도로 표지 페인트칠을 하고 있지 않은가.입구에 주의 표시도 없이 골목 안쪽에서 공사를 벌이는 이 배짱!나는 차에서 내려서 속보로 대공원 쪽을 향하다가,이윽고 시계를 보며 거의 뛰다시피하였다.그때 뒤에서 경적이 울렸다. 우리 기사의 배짱으로 길을 틔운 모양이었다. 페인트가 속성으로 마르는 것이라서 덕을 보기도 한 모양이다.마침내 대공원 후문에 차가 도착하였다.여기에서 부터는 차를 내려야 하는 모양이었다.차량통행 금지 표시가 있고 아무리 사정을 말해도 경비원이막무가내였다."시장님이 오셔도 여기서는 걷습니다."내가 얼른 내려서 또 뛰었다.한참 뛰다가 보니 봉고차가 들어와서 달리고 있었다.대공원에 물건을 대는 차였다. 장사꾼은 역시 시장님 보다도 더욱 위대하였다.가까스로 정시에 도착하여 푸른눈의 신랑댁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늙고 늙은 아버지가 눈시울을 적셨다.자식 사랑은 동서양이 다를수 없었고 더우기 유태인가정이 아닌가.어머니 되는 분은 노환이어서 비행기 여행을 못한다는것이다."캠 코더로 많이 찍어서 갖다 드릴려고 합니다."큰아들이 자기 아들을 시켜서 열심히 장면을 찍었다.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성혼서약과 성혼선언은 약속대로 영어와 우리말로 모두하였고 링을 교환하면서도 두 사람이 맺어졌음을하늘과 인간세상에 선포하였다.외국인 동료중에는 이미 한국인과 결혼한 사람이 하나 더 있다.이젠 밥 먹고 하는 회의도 영어로 해야한다.밥 맛이 하나도 없다.뉴욕 가서도 아들 내외와 밥 먹으러 나가면 나는영어를 하나도 안쓴다.공연히 미국놈들, 아니 아들 내외 앞에서 혀 굴리다가 위신 떨어지고 밥 맛 달아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날은 밥 맛이 좋았다.카나다인들이 한국말 못하는 것을 매우 부끄럽고 미안해했기 때문이었다.더더우기 신랑인 이 카나다 동료가 우리말을 열심히 배우면서송구스러워하고 그의 한국말 문법이 형편없기 때문이다.남편 휘어잡는 한국여인들의 실력이 유감없다.내가 사이먼에게 성혼 서약을 물었다.Marriage Vows: 1. (to Simon) Simon Curtis Estok, do you take 조**, whom you now hold by the hand, to be your lawfully wedded wife and do you promise to love and cherish her, in sickness and in health, for richer for poorer, for better for worse, and forsaking all others, keep yourself only unto her, for so long as you both shall live? 2. (to 조**) 조**, do you take Simon Curtis Estok, whom you now hod by the hand, to be your lawfully wedded husband; and do you promise to love and cherish him, in sickness and in health, for richer for poorer, for better for worse, and forsaking all others, keep yourself only unto him, for so long as you both shell live? 3. (to Simon and 조**) Do you both mutually promise in the presence of your friends and family that you will at all times and in all circumstances, conduct yourselves toward one another as becomes Husband and Wife, and do you mutually promise you will love, cherish and respect one another as long as you both shall live? 4. (to Simon) -- Do you take 조** to be your lawfully wedded wife? 5. (to 조**) -- Do you take Simon Curtis Estok to be your lawfully wedded husband? Rings: 1. (to Simon to respect to 조**) “ With this ring I pledge my love and commitment." 2. (to 조** to respect to Simon) “ With this ring I pledge my love and commitment." Pronouncement After the Marriage Vows: " By the authority vested in me, witnessed by your friends and family, I have the Pleasure to pronounce you husband and wife." Kiss: (to Simon and 조**) -- “ You may seal your vows with a kiss." 주례사 신록이 싱그러운 계절의 여왕 5월에 Frank Estok씨와 Barbara Estok씨의 차남 Simon C. Estok 신랑과 고** 씨의 차녀 조** 신부의 결혼을 축하해 주시기 위하여 원근에서 이 자리에 나와주신 하객 여러분들에게 먼저 주례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서 신랑의 아버지 Frank씨가 멀리 캐나다에서 오셨고 (Let me introduce Frank to all you congratulators), 형님인 David와 조카 Chuck도 이 자리에 참석하였습니다. 마음 아픈 것은 신랑의 어머니께서는 병환 중이셔서 이 자리에 참석지 못하였습니다. 한편 신부 쪽 가족분들은 가까이 서울에 사시기 때문에 인사의 순서를 마련치 않아도 되시겠지만, 그러나 멋있는 사위를 맞이하신 신랑의 장모님께서는 기쁨의 인사를 하객들에게 하셔도 좋을 줄 압니다. 이제 오늘의 결혼식을 갖게된 신랑과 신부를 잠시 여러분들께 소개하겠습니다. (중략) 두 사람 모두 근면 성실하여서 생활인의 자세가 돋보이고 또한 서로 영어와 한국어를 열심히 익히는 모습도 보기에 좋았으며 신뢰감을 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제 여기 서 있는 두 사람은 조금 전 성혼 서약과 성혼 선언문 낭독을 통하여서 이제 백년해로의 가약을 맺었고 흔히 말하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한마음 한 뜻으로 인생이라는 대 항해의 길에 나선 것입니다. 그래서 전통가례에서는 이 성혼 선언문을 “고천문”이라고 하면서 지상의 맺음을 하늘에다가 크게 고해 올리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미 청첩장에서도 밝혔듯이 드넓은 태평양을 건너 드디어 자신의 분신을 만나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지금까지는 두개의 지체로 따로따로 살아왔지만 이제 부터는 온전한 하나의 지체를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왜 결혼하기 전에는 분신이고 반쪽일까요?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철인, 플라톤이 쓴 심퍼지엄, 즉 향연이라는 철학서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하나의 지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남녀가 합하여서 하나의 지체가 되다보니 그 능력과 힘이 완전하게 되어서 신들의 세계를 넘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한 제우스 신이 인간의 몸을 두 쪽으로 나누어서 반쪽의 힘 밖에 쓰지 못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인간들은 온전한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 나보다 나은 반쪽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어로 자신의 분신이자 짝을 “my better half", 즉 나보다 나은 반쪽이라고 부르는 연유가 여기에 있으며, 우리 동양 한자 문화권에서도 자신의 짝을 반려자(伴侶者)라고 하여서 사람 人 변에 절반 半자를 쓰는 것도 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드넓은 태평양의 간격을 메꾸어서 두 사람을 하나의 지체로 묶고 또 앞으로도 이 세상 떠날 때까지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서 온전한 지체가 되도록 하는 원동력이자 접착제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두 글짜입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철인과 경세가들과 현인들이 이 두 글자의 본질과 의미를 깨우쳐 주었지만, 이 자리에서 주례자는 오묘한 우리말의 어원 속에서 그 진정한 뜻과 실천적 의미를 새겨보고자 합니다. 먼저 인간이 어떤 상대를 사랑하려면 그 상대를 “아름답다” 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때의 “아름답다”라는 말은 물론 얼굴이나 외형이 예쁜 경우도 해당이 되겠지만 특히 마음씨가 아름다움을 뜻하는 바가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상대를 아름답게 느끼려면 어떤 조건이 선행해야 할까요? 그것은 상대를 잘 알아야한다는 말입니다. 첫 모습이 좀 탐탁지 않아도 자주 만나고 자꾸 쳐다보면 상대가 아름다워지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경험하게 됩니다. 상대방을 잘 알게 되면 아름다워지는 이 현상, 이러한 현상을 깨우친 우리의 선조들은 “아름답다”와 “알다” 라는 뜻을 같은 개념으로 함께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 글자의 어원을 같이 쓴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타인을 알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 할까요. 여기에는 이해를 뜻하는 영어의 understand라는 단어가 오묘한 진리를 제공해 줍니다. 영어로 “알다”는 understand입니다. 즉 상대방 보다 아래에 서보라는 것입니다. 내가 아래에 섰을 때 상대는 커 보이고 훌륭해 보이고 멋있어 보일 것입니다. 나의 짝이 my better half, 즉 나보다 나은 반쪽으로 보이는 이치도 여기에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제 제 권면의 말씀을 지혜로운 이 한 쌍, 태평양의 거리도 좁히고 마침내 없애버린 이 두 사람은 가슴에 잘 새겼을 줄 압니다. 오늘처럼 기쁘고도 힘들며 짧고도 긴 날에 권면의 말씀을 길게 늘어놓아 보아도 두 사람에게는 잘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짧게 정리해 봅니다. 오로지 서로는 상대방을 나보다 나은 반쪽, my better half로 여기고 나의 소중한 이 반려자를 평생토록 아름다운 사람으로 섬기고자 깊고도 넓게 이해하고 파악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으며, 항상 상대방 보다 낮은 곳에 서는, 즉 understand의 자세를 잃지 않는 세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의 자세를 갖는다면 동서양의 문화의 차이나, 나이 많은 세대, 즉 양가의 부모님에 대한 이해라던지 일가친척에 대한 예절과 매너도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의 자세가 그렇게 되면 앞으로 이 세상에 태어날 세대, 즉 여러분의 자녀들도 부모의 이러한 모범적 생활태도를 따를 것입니다. 두 사람은 자녀도 많이 낳아서 건강하고 슬기롭게 잘 기르기를 바랍니다. 요즈음 세상이 너무나 황폐해 있어서 당부의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끝으로 여기 모이신 하객 여러분들께서도 오늘의 이 잔치를 축하해 주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내내 지켜보시면서 도움의 말씀과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오늘 새 출발을 하는 이 한 쌍에 싱그러운 신록과 같은 축복이 계속되기를 기원하며 주례사에 가름 합니다.*** 예전에 보았던 전통가례 참고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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