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장에 다녀왔다.
모란장은 4일과 9일에 선다.
그러나 모란장이 이렇게 닷새마다 겨우 서는 것은 아니다.
닷새 장이 서지 않는 날에도, 그럴 때는 주차장으로 쓰이는 이 곳 빈터와
옆으로 통하는 골목길에는 상설 시장이 서있고 또 난전도 발달해 있다.
모란장이 닷새를 싸이클로 하여 서는 이 공터는 간선 도로가 뻗어나가다가
멈춘 끝부분으로서, 앞으로는 분당과 서울을 달리고 있는 기존의 도시
고속도로와 연결될 계획이 다되어 있다.
그런데도 뚝딱 옮기지 못하는 사정에는 이렇게 주변 상인들의 복잡한
이해가 물려있는 모양이다.
또 옮기려고 한다면 교통의 편의성이 고려되어서 고객들이 쉽게 진입해야
하는데 새로 터를 잡은 인근 빈터에는 그런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블로거의 입장에서 이런 이해분쟁의 현장에 뛰어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모란장의 입구가 낫과 칼과 호미로 시작하여 서슬이 퍼렇다.
요즈음 험악한 이 동네 분위기를 상징하는듯 하여 섬찟하다.
아무래도 여러해 전에 이곳을 찾았던 그 옛날 장터와는 이제 느낌이 좀
달라졌다.
그래도 이런 과일과 빗자루 같은 것은 값도 싸고 아무데에서나 살 수 없는
품목도 많아서 정겹고 요긴한 장터 마당의 분위기를 띄워준다.
하지만 이 장터 마당을 들어서다보면 오른쪽으로 계속 연결되는 건강 관련
동물 식품 가게의 문제점이 있다.
예전처럼 시커멓게 그을린 그 동물들을 원형 그대로 여러마리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는 모습은 정화되어 없어졌지만 난도질 된 고기들이 일부
외형을 간직한채 마구 딩굴며 매매가 되는 현장은 처참하였다.
일반 식육으로도 취급되지 않아서 사정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팔자가 좋은 녀석들은 금목걸이에 고급 의상을 입고 애완의 대상이 되어서
살아가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축들은 여기 좁은 그물망에서 수십마리가
빼꼭히 갇혀 있다가 때가 되면 끌려나와 인간을 위하여 도축되고 만다.
그렇게 좁은 망창의 울에 겹치다시피 빼꼭히 갇힌 광경은 차마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아니 내 얕은 인정머리 때문이 아니고 우락부락한 청년이 계속 따라 오면서
이런 장면을 찍지 못하게 방해를 하였다.
나도 위엄을 다하여 당당하게 맞섰지만 풍겨오는 냄새와 그 처참한 광경에
더 이상 그쪽을 배회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숨바꼭질을 할 생각은 더더구나 없었다.
난생 처음 머리가 딱딱 아프기 시작하여 그 긴 연옥의 회랑을 빠져나와서
오랜 전통의 모란장, 다른 광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생각해보면 인간이야말로 참 끔찍하게 살아가는 동물이었다.
어찌 네발 짐승들만 울 속에 포게어 갇혀있었겠는가.
두발 날개 짐승들도 그렇게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적의 만병통치 약은 이런 곳의 단골 메뉴 상품이다.
여기 아래 쪽으로는 방물장사도 있고 차력사도 나오고 마침내 뱀까지도
등장하지만 설명은 모두 생략하고 영상만 올려둔다.
누가 이런 정경까지 설명을 필요로 하겠는가.
상상력의 세계에서 유영하는 문자의 해방구를 여기 펼쳐본다---.
비얌이오, 비얌, 설사, 독사, 백사, 살모사---.
토종 된장
뻔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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