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호는 우리나라에서 약학대학을 나와서 인디애너 대학의 약학 대학원을
나온 다음 오렌지 카운티에서 약방을 하는 우리 시대의 동시대인입니다.
최근 그의 가족사를 바탕으로한 "약방집 예배당"이라는 소설이 나와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백범 기념관에서 출판 기념회가 열려서 여기 소개합니다.
LA 인근 오렌지 카운티에서 약방을 크게하는 배기호는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코리안 아메리칸의 한 사람이다.
한국에서 약대를 나온 그는 37년전 미국으로가서 인디애너 대학원에서
약학을 전공한 다음, 디즈니 랜드 바로 옆 애너하임에 정착하여 약방을
열었다.
미국 대형 병원의 의약 분업 시스템과 의료 보험제도, 연방 정부의 메디
케어, 메디 케이드 제도에 일찍부터 적극 참여하여 그는 큰 돈도 벌고 미국
사회및 교민 사회에도 크게 기여하여 왔다.
자녀들도 의사와 약사로 키웠고 약국도 두군데로 늘렸다.
개인적 성취가 끝날 때 쯤, 그는 선친 조상들이 한국 기독교 전래사에서
차지한 역할과 특히 독립운동사에서의 옥사, 순국의 역사적 자료를 찾아
헤메었다.
그분들의 숭고한 족적, 뼈아픈 희생의 기록들이 마치 영웅 담론처럼 이곳
저곳에서 떠올랐다.
이런 자료를 근거로 선조들을 국립 현충원에 안장한 배기호는 고생 끝에
발굴해낸 역사가 개인사적인 수준에 머물기 보다는 하나의 문학적 Saga로
승화시키고자하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
자연과학도가 인문학적 영역을 탐하는 놀라운 착상이었다.
방대한 자료가 바탕이 된 소설 작업은 처음에는 간단한 일처럼 보였다.
집필자로는 한국에서 등단하여 LA로 이주한 박경숙 작가가 섭외되었다.
지금은 벌써 이민 생활 15년이 되었지만, 당시 박 작가는 미주 문단에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그때만 해도 신예 문학도였다.
하지만 소설이 집필 되면서 배기호와 박경숙은 여러부분에서 충돌이
잦았다.
역사적 사실 구명(究明)과 나열 쪽에 배기호의 관심이 컸다면 문학적
서사 구조와 미학에 역점을 두는 작가의 고집이 상충하였다.
작품을 맡고 7년 동안, 이런 갈등과 화해가 점철하는 중에 작가 주변의
개인적 상실과 아픔의 역사가 뜻하지 않게 빈발하였다.
작품의 진도는 지지부진하였으나 그런 공백기가 점철하는 중에 이 신예
문학도는 새로운 문장론을 갈고 닦아서 이전의 작가, 박경숙으로부터
새로운 문학세계를 개척한 작가로 부상되었다.
이런 사실들은 이번 작품의 추천사에도 일부 나와있고, 이번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임헌영, 현길언, 이호철 작가, 평론가들의 술회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분들의 작품 평은 한마디로 극찬이었다.
임헌영은 배기호의 선대 어른들이 초기에는 높은 벼슬도 하였지만
양반 지배 구조에 반기를 들어 마침내 향리에서 약방을 차리고 제민구휼
한 점과 그 자손들이 독립운동에까지 뛰어들어 마침내 옥사와 다름없는
순국을 한 점이 영웅 담론이라고 말하였다.
현길언은 이 어른들이 육체적인 병만 고치다가 마침내 인간의 영혼을
구하라는 부름이나 계시를 받았음인가, 이땅에 기독교를 전교하고 교회를
세운 역사를 책명에 극명하게 반영하였다면서 아울러 박경숙의 문학적
재창조를 치켜세웠다.
박경숙 작가는 그녀의 말처럼 이민 생활 15년 동안에 여러가지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넉넉한 살림을 가지고 이민을 왔으나 돈없이 와서 부를 축적한 남들과는
달리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그 반대로 나아갔다.
가족 중에 유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일들도 두어차례 있어서 잠깐씩
귀국을 했다가 허둥지둥 나간 일들도 많았다.
이 어려운 과정에서 그녀의 문학 수업은 한 단계 도약을 하였다고
이호철은 술회하였다.
소설이 완성되자 이제는 출간을 위한 진통이 이어졌다.
배기호와 박 작가는 기독교에 바탕을 둔 이 Saga(영웅 담론)가 기독교
출판사의 최고봉인 "홍성사"에서 발간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었다.
마침 미주 문인협회와 긴밀한 연락이 있는 김종회 교수를 소개받아서
작업이 진행되었으나 홍성사의 출판 방침은 소설 같은 문학 장르에는
냉담하였다.
이런 분위기와 방침 속에서도 김종회 교수의 노력과 능력이 돋보이는
경과가 많았고 이 과정에서 필자도 미력이나마 힘과 정성을 보탰다.
대하 소설로의 진행도 염두에 두었던 처음 생각은 출판사의 권고로 다시
뼈를 깎는 축소 작업을 거쳐서 마침내 깔끔한 단행본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 밀었고 이어 한달만에 2쇄에 들어갈 만큼 폭발적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 작품은 일단 영어로의 번역도 끝이나서 곧 출간될 예정이다.
제목은 Saga of a Family이다.
또한 시간이 조금 지나면 처음 생각대로 대하 소설로 확장될 의지도 계속
진행이 되리라 기대된다.
의지의 사나이, 코메리칸 드리머 배기호와 박경숙 작가의 무궁한 발전을
바라며 책의 출간을 다시한번 박수, 갈채한다.
사회를 보는 김종회 교수
이 책의 발간을 맡아준 홍성사의 김해수 작가
홍성사에서 만든 프레전테이션
책에 대한 평론을 해 준 임헌영 선생---. 육체를 구하는 약방과 정신을 구하는 예배당이 절묘하게 제목에서부터 빛을 발한다고---.
현길언 평론가도 책의 짜임새와 내용이 함께하는 훌륭한 소설이라고 칭찬
하였다.
찬송가와 학도가와 선구자를 축가로 불러서 숙연한 분위기가 한층 더하였다.
이호철 선생도 박경숙 작가의 성숙을 칭찬하면서 깐깐하고 그만큼
알뜰하던 작가가 참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대견해 했다.
그리고 이 곳 백범 기념관과 책의 내용, 절제된 소설 언어의 구조가 합쳐져서
분위기가 너무 삼엄하니 참석자들은 좀 느슨하게 이 행사를 즐겨야겠다는
우스게를 내 놓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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