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전람회에서

원평재 2004. 9. 30. 05:31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친구의 부인이유화 전시회를 연다는 연락이 왔다.가까운 친구의 부인이 만년에 여는 유화전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이 부인이 사는 모습을 워낙 치열하다고 보는 나의 입장이어서,남편되는 친구의 걱정처럼 내가 전시일을 잊기는 커녕오히려 오프닝 세리머니가 있는 저녁을 손꼽아 보는마음이었다.내 친구도 고위 공직자로 오래 근무하다가 아직도(!) 어느 관변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어서 사는 모습이 매우 치열하였지만,부인이 보여주는 모색과 노력과 질주는 남편의 뛰어난 행보도 다만 족탈불급으로자리매김하는듯 하였다.표현이 실례가 아니길 바란다.물론 내 친구가 현실계의 모습이라면 그 부인은 예술계, 다시 말하여비현실계의 질주라고 할는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기우리는 노력의 표적은 모두 한가지가 아니겠는가.자아실현!더더욱 나이가 들수록---.오프닝 세리머니는 인산인해, 대 성황이었다.인사동 초입, 공평동의 어떤 건물 1층 화랑은 당사자들, 그러니까 부부의 사전 만류에도 불구하고 화환이 넘치고 격려의 봉투도 아낌이 없는 분위기였다.물론 남편의 후광이 아직은 가을 양광처럼 비추었겠지만,대한민국전과 여러 민전에서 수상한 부인의 진짜 실력과 경력도 성황의 밑바탕이 되었으리라.국회의원과 예술 아카데미 쪽의 이름 있는 인물들이 축하와 격려의 연설을 하였고,남편인 내 친구도 겸손한 인사의 말을 짧게하였고이 여류화가께서도 송구한 답례의 말씀을 여몄다.그림도 첫날 부터 조금씩 예약이 되었는데 다른 쪽은 모르겠고내 주위 친구들 쪽으로는 내가 좀 나서서 흥정을 붙였달까,호당 10만원에 20호 짜리, 그리고 10호 짜리 등으로계약이 성사되었다.평소 예술 방면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어떤 딜레탄트가 내 귀에다 대고,"좀 쎄다."라고 속삭였다."이번호 월간 미술 세계에서도 특별 기획 전시 중인자기 화랑 작품들 못지않게 여기 전시 작품들도 특집으로 꾸몄어."내가 그림의 가치를 주장하였다."요즘 불경기라서 맨 먼저 예술쪽이 형편 무인지경이야---. 대가의 것도 그림 한 점당 백만 단위로 후려칠 수 있거든."그가 모르는 소리 말라면서 지지않았다."그럼, 나 천경자씨 걸로 하나 사줘."이건 물론 진짜 주문이나 부탁이 아니라 토론의 기술이었다.하지만 내 친구도 만만치는 않았다."오늘 당장 오퍼낼께. 단 그 화방에 원하는 작가의 것이 소장되어 있어야 돼."불경기라서 흥정이 아니라 소장품이 있으면 후려쳐 낸다는 것이다.공식 행사가 끝나고 우리는 "귀천(歸天)"이 있는 인사동 좁은 골목안의 어느 한식집으로 안내되었다.건배 제의를 부탁받아서 내가 친구 부인의 손을 잡고 "이 손은 마이다스의 손입니다. 수필 문학에서 추천 완료를하여 등단하시더니 신춘문예에서는 시로 장원을 하시고,이어서 유화로 한 7-8년 씨름을 하시더니 이제는서양화로도 대가의 반열에 오르셨습니다.제가 마이다스라고 선창하면 여러분은 뮤즈라고 화답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조금 긴 건배사와 함께 건배를 제의하였다.시답잖게 너무 현학적이었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화가의 남편께서 발렌타인 21년 짜리 큰병을 들여놓아서분위기는 화기깔깔하였고 우리는 조금 과음하였다.나오는 길에 아까 그 딜레탄트와 나는 모서리에 있는 어느 화방에 들렸다.들어가기 전에 그가 나에게 속삭였다."여기 주인은 50대 초반의 귀부인 타입 미녀인데 남편인 화가는 70대야.""임마, 그게 그림 사는데 무어 필요한 정보라고?"술김에 나도 대수롭지않다는듯 대꾸하며 들어섰는데 과연 광휘를 휘날리는 미녀가 거기 있었다.나이 70을 잡수셨다는 노대가 화백께서는 거기 계시지 않았다.말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어느덧 화단의 중견 S 화백의질감 좋은 유화 한점이 토탈, 100만원에 거래 되었다."데리바리는 내일 중으로 해드릴께요."부인이 담배를 한대 피워물고 싱그럽게 대답하면서 내 명함을 받았다.나는 경악하였고 친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우리는 주차장 쪽으로 향하다가 다시한번 아까 그 전시장을 지나치게 되었는데,눈여겨 보니 그 건물 윗층에서 또 전시회가 있었고전시장은 늦은 리셉션 장이 되어있었다."저런 실험전에도 한번 들어가 보자."우리는 술 기운과 싸게 산 그림값에 호기가 생겨서 그쪽으로 올라가봤다.그 곳도 사람들 숫자로는 성황이었지만 넥타이 부대의 신사숙녀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무어랄까,이 척박한 시대와 부대끼고 싸우며 살아가는듯한 심각한 얼굴들이 별로 말도없이 잔을 들고 서 있었다.그림은 내용이나 기법이 너무나도 실험적이고 해체적이고 강렬하여서 감히 누가 "예약"표시도 부쳐놓기가 겁이 나는듯 하였다.

신체와 의식展

2004_0915 ▶ 2004_0921



임안나_"밤 11시 49분이다"_컬러인화_40×40cm_2004




초대일시_2004_0915_수요일_05:00pm


서울 종로구 인사동 **빌딩



오늘 우리는 몸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몸은 껍질이고 정신은 본성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믿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것 같다. 몸에 대한 억압과 지배로부터 벗어나 이제는 몸과 자아가 동일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몸은 해방과 욕망의 상징을 넘어서 하나의 기호이자 문화적 텍스트로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생물학적 존재인 살덩어리로서의 몸(corpus)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근원지이자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하다.



정소영_[she...]_반다잌 브라운 프린트_145×73cm_2002



고명근_body1



박찬성_women1_디지털 프린트_60×50cm_1999



조정화_은밀한 드로잉_비디오 설치_2004



이미라_34-24-36_디지털 프린트_70×80cm_2004



이은정_프랑켄슈타인_사진설치_1999~2004



이혜진_Anather Self Series_디지털 프린트_100×120cm_2004



이지연_도시의 한 가운데서_디지털 프린트_60×50cm_2004



김현숙_타락천사_디지털 프린트_60×50cm_2004



안명숙_관계(關係)_컬러인화_50×60cm



이용훈_순애보_디지털 프린트_50×75cm_2001~2004



이혁_Real Life_컬러인화_50×60cm



김관대_One night_컬러인화_50×40cm

본 전시는 몸과 몸 그리고 다른 사물들 사이의 상호 교호적인 접촉에서 비롯되는 균형성과 명료성을 소통으로 규정하고 이의 단절로 야기되는 사람들 사이의 불확실성과 모호성을 대립항으로 설정해 전시를 기획하였다. ■ 김남진

Vol.040915a | 제6회 신체와 의식_소통과 단절展




"아이구, 내빼자. 저기 나하고 맨날 싸우는 녀석이 보이네---."딜레탄트가 내 소매를 끌었다.우리가 다시 거리를 걷고 있는데 거기 "백상 빌딩"에서 누가 나오며"오랜 만이오"하고 소리를 질렀다.내가 잘 아는 건축전문가인데,특히 컴퓨터로 하는 노후 건물 진단이 전문이었다.이 양반이 요즘, 아니 수년전부터 이 계통에서 떴다.모두 재개발 아파트 때문이었다."안전진단에서 노후 판정을 내리고 건물을 부셔버리면 증거나 흔적이 없어요. 막 부셔도 되는거지 뭐---.누이 좋고 매부 좋고---"물론 농담이 태반인 그런 소리를 들은적도 있다."아직도 퇴근을 안하시고? 경기 좋으시군요.""아이구, 요즈음 여기에 재개발 바람이 급박해요."어둠 속에서도 그의 뒷편에 "백상빌딩"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내가 조금 머뭇거리자 그는 여기 5층에 사무실이 있으니 한번 놀러오라고 했다."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기 얼마 후에 제가 아는 분의 유작전이 열리는데요.""에이, 그건 한국일보 건너편 쪽에 있는 백상이겠지요.""아차, 그렇군요."우리는 껄껄 웃으며 헤어졌다.다음날 내 사무실로 어제 흥정했던 중견 화가의 작품이 배달 되었다.물품 인수증에 사인을 하고 작품 보증서를 뜯어보니 별지로 부친 영수증에 1100만원이라는 싯가가 적혀 있었다.흠칫했으나 나는 이내 표정을 관리하였다.택배하는 사람에게 내 간이 작음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이내 걱정이 앞섰다.이게 내 친구 딜레탄드의 임기응변인지화랑의 위신 세우기 자구책인지혹시 내가 술김에 1100만원에 사고 어음을 끊어준거나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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