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시랜드(Dixieland)라고 하면 미국 남북 전쟁 때의 남군에 속한 땅을
말하지요.
워싱턴 DC 바로 아래 버지니아 주에서 시작하여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남으로
내려가면서 루이지아나까지 이르른 광대하고 비옥한 땅이었습니다.
남군은 불타는 아틀란타에서 마침내 대패하고 남부는 소위 북부 양키들의
유린 아래 들어갑니다.
그러나 곧 정치, 경제적으로 북쪽 정치계의 풍향에 따라서 1-2년 사이에
전쟁 배상법 같은 것이 모두 폐기되면서 USA의 깃발 아래 다시 대 통합을
이루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심리, 문화, 정서, 사회적으로 남부에는 깊은 한(恨)이 남습니다.
남북 전쟁은 "노예 해방"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정의의 북군들이 목숨을
바쳤다는 것 만으로는 해석이 부족하지요.
링컨 대통령과 북부의 지성적 세력이 그런 대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급속히 발전하는 북부 상공인들의 욕구가 가미된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당시만 하여도 유럽 제품을 선호하는 남쪽의 구매력과 또한 남부 흑인들의
노동력에 깊은 관심이 없을 수 없었겠지요.
남부 이야기는 이래저래 복잡합니다.
복잡한 곳에 문학의 소재가 있지요.
미국 문학은 남부의 토양이 더욱 살찌웠습니다.
남부에는 지독한 컴플렉스가 있는가 하면 죽어도 내놓지 않는 오기가 있고,
한을 삭이는 저음의 칸츄리 음악이 있는가 하면 터져나오는 비극적
열정을 참을 수 없어서 재즈와 트럼핏과 드럼과 쉰 목소리로 몸과
마음을 삭이는 뉴올리언즈 재즈의 고향, 프렌치 쿼터가 있기도 합니다.
재작년, 뉴 올리언즈 전체와 특히 프렌취 쿼터가 태풍 카탈리나에
유린 될 때, 어쩌다 미 동부에 체재하고 있었지만 남의 집 불구경,
아니 물구경이었습니다.
7월 15일, 오늘부터 그곳을 다녀보고자 합니다.
하순까지는 그렇게 여행을 하고, 그 이후 8월 중순까지는 뉴저지,
뉴욕으로갑니다.
그러니까 7월 하순까지는 아무래도 이곳 인터넷 광장에 들리기가 힘들듯
하여서 미리 신고합니다.
그래도 지금부터 한 열흘쯤 지나면 이곳에 또 들어올 수 있겠지요---.
남부 문학이라고 하면 윌렴 포크너가 미시시피 강변의 가상 도시,
"요크나파토파" 인근을 무대로 한, 사토리스 가문의 흥망성쇠를 담은
Saga 들이 대표적이지만, 이런 거대 담론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숱한
남부의 신음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다 몰락하는
"블랑슈 뒤브와"의 신음 소리가 있었는데,
극작가 테네시 윌렴스가 이 흐느낌을 전달한 배경이 바로 뉴올린언즈였고,
20세기 초 남부의 시인, 교수들이 모여서 <도망자 그룹"(The Fugitives)>을
형성한 곳도 남부 지성의 대표적 광장, 밴더빌트 대학이었습니다.
이번 방문에 모두 넣어둔 곳입니다.
알라바마의 몽고메리, 차타누가, 피죤포지, 스노우 마운틴과 스모키 마운틴,
애쉬빌에서는 흑인과 체로키 인디언들의 한을 잠시나마 느껴볼 생각입니다.
남부에는 또 서인도 제도 출신들, 크레올들의 애환과 문학이 있지요---.
흑백인디언 등의 피가 섞인 중간지대 사람들입니다.
멤피스에서는 청년 시절에 생을 접은 앨비스 프레슬리가 허공에 띄운
목소리와 몸짓도 상기해 볼까 합니다.
아틀란타에는 한국 교민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LA나 뉴욕에서 살던 헌 집을 팔고 오면 더 좋은 집과 가게 하나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U-Haul을 이끌고 오는 한인들이 지난 몇년 동안에
부지기수로 많았는데 이들이 품은 꿈의 흥망성쇠가 그려지는 곳도 이곳,
CNN 본사가 있는 아틀란타입니다.
어쨌든 이 쪽은 남군의 패배와 한이 서린 마당입니다.
멋모르고 청소년 시절에 감상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이
바로 아틀란타입니다.
여행기의 대부분은 그 영화의 실재와 가상이 얽힌 분위기에 압도될 듯
합니다.
그런 영향의 장단점이 미리 그려집니다.
이번에 델타 항공에서 IMF 이래로 끊었던 남부 항공노선을 회복한 덕택에
아틀란타를 중심으로 그 인근 3-4개 주를 돌아보고 다시 동부로 올라갔다가
한달 후에 돌아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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